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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의 마지막 장면, 기억나시나요? 

북아프리카로 추정되는 낯선 도시에서 허름한 옷을 걸친 남자주인공이 한 손에 간단한 음식이 담긴 듯한 봉지를 들고 걸어가던 모습. 왠일인지 낡은 가죽 샌들을 걸친 그의 맨발이 아직도 유난히 강렬하게 기억나네요. 


한때 존경받던 국회의원이었던 그는 이제 맨발에 낡은 옷을 걸친채 외국을 떠도는 방랑객 신세가 되어 있습니다. 

인생 전체를 걸었던 사랑과 욕망이 모두 지나간 뒤 , 허허롭게 홀로 남은 그의 삶은 과연 파괴된 것일까요 , 아니면 자유로워진 것일까요. [레이디스 앤 젠틀맨]에서 이전보다 좀더 나이들고, 좀더 마른 제레미 아이언스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10년전 [데미지] 마지막 장면에서의 그를 떠올리게 만들더군요. 


제레미 아이언스는 제가 본격적으로 영화를 챙겨보기 시작한 이래,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배우리스트에서 한번도 제외된 적이 없는 배우 중 한 사람입니다. 


아이언스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섬세한 외모에서 풍기는 지적인 멋입니다(특히 아무렇게나 버버리 코트를 걸쳐입은 듯한 모습! ).

그러나 배우로서의 진정한 가치는 인간의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는 미묘한 표현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로넨버그의 [데드링어]부터 [다이하드]같은 액션오락영화에 이르기까지 아이언스가 연기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귀족적인 외모 뒤에 분열되거나 상처받은 자아를 숨기고 있는 사람들이죠.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아이언스의 필모그래피에는 그야말로 정통 로맨스(심지어 [M 버터플라이][차이니즈 박스]같은 영화도 정통 로맨스물은 아니었죠)가 한편도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레미 아이언스와 사랑의 역사를 쌓아나간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81년작 [프랑스 중위의 여자]에서 첫만남을 가졌고, 

84년작 [스완의 사랑]에서는 우유부단한 귀족 청년인 그와 재회했으며, 

드디어 88년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데드 링어]에서 쌍동이 외과의사로 

열연한 그와 결정적인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이 사랑은 80년대 후반쯤 AFKN에서 방영됐던 

영국 TV 미니시리즈 [브라이즈헤드 리비지티트(Brideshead Rivisited)]를,

제레미 아이언즈가 나온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없는 영어실력에도 불구하고 빼놓지 않고 시청하는 무모함을 

초래하게 되죠. (이블린 워 원작의 이 TV시리즈를 볼 수있게 해준 AFKN에 감사!

혹시 보고픈 분은 영국문화원에 비디오 테이프가 있습니다)

그리고 루이 말의 [데미지]을 통해 완성된 사랑은 

[행운의 반전]과 [다이하드]에서의 악인 아이언스마저도 

사랑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언스는 90년대 이후부터 배우로서 급격하게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던전스 앤 드래곤]같은 작품에는 도대체 왜 출연하게 된 것인지 아직도 도저히 이해할 수없습니다.

2001년작 [포스맨] , 그리고 2002년작 [레이디스 앤 젠틀맨]역시 그의 연기력을 충분히 담아낸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망가진다하더라도, 전 영원히 아이언스의 충성스런 팬으로 남아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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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luefox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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