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샘 셰퍼드

bluefox61 2008. 2. 18. 17:56

‘돈 컴 노킹’의 주인공 하워드는 한물간 서부영화 배우입니다. 술과 마약, 그리고 여자 때문에 인생을 망친 전형적인 인물이지요. 어느날 영화 촬영 도중 덜컥 도주해 무작정 몇십년만에 찾아간 어머니로부터 그는 자신에게 아들 한명이 있다는 천청벽력같은 말을 듣게 됩니다. 

몬태나주의 작은 마을에서 그는 평생 한번도 얼굴을 본적이 없었던 아들은 물론이고 딸까지 만나게 되지요. 자신을 향해 온갖 물건을 내던지며 화를 내는 아들과 ,아버지를 너무나 그리워해왔다고 털어놓는 딸을 바라보며 온갖 복잡한 심경이 엇갈리던 하워드의 얼굴, 그리고 아무말 없이 자식을 품에 안던 그의 구부정한 어깨는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을 울리는 장면입니다. 

 

‘돈 컴 노킹’에서 샘 셰퍼드(63)가 없었다면 , 하워드의 고독하고 허무한 내면이 과연 그토록 절실하게 드러날 수있었을까요. 셰퍼드는 연기자, 시나리오 작가, 희곡작가, 연출가, 시인, 소설가 등 미 문화계에서 진정한 ‘르네상스맨’으로 통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사랑과 슬픔의 여로’(1991)에서 자신의 딸인지 모르고 줄리 델피를 사랑했던 중년의 교수가 바로 셰퍼드였지요. 

 

‘돈 컴 노킹’은 20여년전 ‘파리,텍사스’의 시나리오를 썼던 셰퍼드와 빔 벤더스 감독이 다시 손잡고 만든 작품입니다. 유난히 ‘인생의 로드무비’란 주제에 애정을 기울여온 두 사람은 3년동안이나 함께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수정해나갔다고 합니다. 

특히 40대에 ‘파리 텍사스’의 주인공 트래비스를 그토록 고사했던 셰퍼드가 60 고개를 훌쩍 넘긴 나이에 ‘돈 컴 노킹’의 하워드를 연기하는 모습을 드디어 만날 수있게 됐다는 것은 영화광들에겐 진정한 기쁨입니다. 배우의 얼굴에서 주름살 하나하나, 육체의 선 하나하나가 얼마나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가를 셰퍼드를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됐지요. 


에드워드 호퍼의 고독한 그림을 스크린에 옮겨놓은 듯한 화면 속을 걷는 셰퍼드의 모습은 팬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이미지로 남아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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