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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자전거대회..유럽서 인기

bluefox61 2013. 7. 4. 13:52

한대에 수천만원 또는 수억원을 호가하는 프로 선수용 자전거가 아니라,  낡고 허름한 자전거를 탄 선수들만 참가할 수있는 대회가 유럽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명 '빈티지 자전거 대회'이다.
 세계최대 자전거 경주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가 최첨단 기술과 실력을 겨누는 프로들만의 대회라면, '빈티지 자전거 대회'는 낡은 자전거 한대만 있으면 누구나 참가할 수있는 아마추어 선수들의 축제이다. 스타트라인을 출발해 누가 가장 먼저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건거의 매력을 만끽하고 더불어 주변의 볼거리와 먹을거리까지 마음껏 즐기자는 것이 '빈티지 자전거 대회'의 정신이다. 자전거는 낡으면 낡을 수록 좋다. 짐칸이 달린 자전거도 좋고, 아기용 시트가 부착된 자전거도 환영이다. 심지어 나무로 만든 100여년전 골동품 자전거들이 참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낡은 자전거를 타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의 시골들판을 달려가다가 잠시 멈춰서서 달콤한 와인한잔으로 목을 추기는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있는 곳이 바로 '빈티지 자전거 대회' 만의 멋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보도했다. 참가자들이 낡은 자전거에 어울리는 옛날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참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대회 기간동안에는 거리가 온통 '빈티지 패션장'으로 변해버리기도 한다는 것.

 


 가장 대표적인 예가 매년 6월마다 프랑스의 유명한 와인산지인 앙주지방에서 열리는 '앙주 벨로 벵타주'대회이다. 프랑스어로 '벨로'는 자전거, '벵타주'는 영어 '빈티지'의 프랑스식 발음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았으며, 지난 6월 22일∼23일 열린 대회에는 전세계 20개국에서 약 2600명이 참가했다. 경주거리는 앙제부터 소뮈르까지 약 86km. 루아르 강가의 와인농장들을 따라 이어지는 코스가 그림처럼 아름답기로 유명한 대회이다.
 이탈리아의 와인산지인 투스카니 지역에서도 '레로이카'란 대회가 열린다. 지난 1997년부터 매년 10월에 열리며 38km짜리, 205km짜리 등  4가지 코스를 실력에 맞게 선택할 수있다. 이탈리아 피에몬테에서 매년 6월에 열리는 '라 미티카' 대회에는 1987년 이전에 생산된 자전거에게만 참가자격이 부여된다. 프랑스, 스위스, 독일 등 3개국에 걸쳐 125km를 달리는 '투르 데 트루아' 대회도 있다. 2009년부터 영국 런던에서 매년 4월에 열리는 '트위드 런'자전거대회는 빈티지 자전거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의 빈티지 패션 대결로도 유명하다. 트위드 모직천으로 만든 20세기 초반 의상을 갖춰 입고 빈티지 자전거를 타며 런던 거리를 누비는 광경이 명물이다. 대회를 앞두고 언론들이 빈티지 의상 특집을 다투어 마련할 정도이다.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에서도 비슷한 컨셉트의 자전거대회가 열린다. 영국 서섹스 지방에서 매년 6월말에 열리는 '굿우드 리바이벌'자전거대회 경우 빈티지 자전거, 패션,자동차까지 총동원되는 대형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영국 런던에서 빈티지 자전거 전문점 '데어 사이클링'을 운영하고 있는 짐 켄트는 FT와 인터뷰에서 "최신식 자전거에는 영혼(soul)이 없다"며, 빈티지 자전거대회는 자건거가 일상생활 속에서 사랑받았던 시대에 대한 향수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앙주 벨로 벵타주'에 온 가족이 참가한 한 남성도 " 요즘같은 경제난 시대에 이런 자전거 축제를 통해 지금보다 단순하고 행복했던 시절의 멋을 새삼 느낄 수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