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사라진 명화들, 어디있나

bluefox61 2013. 8. 1. 16:04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쿤스트할미술관에서 도난당한 세계적인 명화 7점의 행방이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총 2억 6000만달러(약 2917억원)를 호가하는 파블로  피카소, 앙리마티스, 클로드  모네의 명화들은 과연 루마니아의 한 시골 집 난로에서 한 줌의 재로 변해버린 것일까, 아니면 땅 속 깊은 곳에 은밀히 숨겨져있을까, 그것도 아니면 이미 제3자의 손에 들어간 것일까.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기사에서 루마니아 미술관계자와 과학전문가들이 난로에서 발견된 재를 분석한 보고서를 검찰측에 공식 제출했지만, 명화 실종 미스터리가 풀리기는 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꼬이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쿤스트할 미술관>

 

 사건은 지난해 10월 16일 오전 3시 쿤스트할미술관에서 발생했다. 범인들은 피카소의 '광대의 초상(1971년작)', 마티스의 "희고 노란 옷을 입은 책읽는 소녀(1919년작)', 폴 고갱의 '열린 창문 앞의 소녀(1898년작)', 모네의 "워털루 다리,런던(1901년작)'과 '채링크로스 다리(1901년작)',마이어 데 한의 '자화상(1890년작)', 루시안 프로이드의 '눈감은 여자(2002년작)'을 훔쳐 달아났다. 침입부터 도주까지 2분이 채 걸리지 않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피카소의  '광대의 초상'>


 사건이 발생한후 약 3개월만인 지난 1월말, 네덜란드 경찰이 루마니아인 라두 도가루(29)를 포함해 3명을 체포하면서, 한때 사건은 쉽게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도가루 "어머니가 사는 시골집에 숨겨놨다""나는 시키는대로만 했을 뿐이고 정작 주범은 따로 있다"" 다른 사람에게 넘겼는데 누군지는 모른다" 등으로 증언을 계속 바꾸는 바람에 네덜란드와 루마니아의 경찰 및 검찰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도가루의 어머니까지 "아들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내가 난로에 넣고 태워버렸다" "동생 집에 숨겼다"며 증언으로 계속 바꾸더니,최근에는 "솔직히 미술품을 태우지는 않았는데 러시아어를 쓰는 40대 남자가 집에 와서 가져갔다"고 또다시 증언을 번복했다. 도가루측 변호사는 "어머니에게 미술품을 정말 태웠다면 아들이 더 불리해진다고 했더니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수거한 재 성분을 분석하고 있는 모습>

 

 문제는 난로 안에서 수거한 재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미술품을 진짜 불태운 흔적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루마니아 과학범죄수사단과 국립역사박물관 실험실 측은 재에서 전문 화가들의 사용하는 노란색, 푸른색 등의 페인트 물감, 캔버스 천을 틀에 고정시킬 때 사용하는 구리 및 쇠못, 캔버스 틀의 나무 잔해 등을 발견했다. 어떤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유화가 소각된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특히 구리 및 쇠못은 20세기 이전의 대장장이가 만든 수제품으로 추정됐다. 시기 상으로는 고갱과 마이어 데 한의 작품이 해당될 수있다. 모네의 작품 2점은 파스텔화이고 피카소 작품은 드로잉인데, 재에서 파스텔과 종이성분은 발견되지 않았다.

 에르네스트 오베르란데르-타로노보뉴 루마니아 국립역사박물관 관장은 NYT와 인터뷰에서 "재에서 파스텔과 종이성분을 가려내는 것은 우리 미술관의 분석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재를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실험실에 보내 보다 정확한 분석결과를 얻어보자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도가루의 변호사와 국립역사박물관 측에서도 루브르박물관으로부터 재검증받는 방안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가루 등 총 6명에 대한 재판은 이달 중 개최된다.

                                               <베르메르의 '콘서트'>

 

 미술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도난 당한 미술품 중 무사히 회수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미국 연방수사국(FBI)는 지난 1990년 미국 보스턴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박물관에서 사라진  베르메르의 '콘서트(1664년작)'과 렘브란트의 '갈릴리 호수의 폭풍(1633년작)'등 10점을 최우선 수배대상을 선정해놓고 있다. 이중 2008년 스위스 뷔를르 미술관에서 사라진 세잔의 걸작 '붉은 조끼를 입은 소년(1888년 또는 1890년작)'은 4년만인 지난해 4월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극적으로 회수돼 제자리로 돌아갔다. 


‘검은 거래’ 시장 年 6조2000억원 보안 허술한 사설미술관 1차표적
‘도둑맞은 그림들’의 수난史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에밀 뷔를르 재단 미술관에서 지난 2008년 2월 10일 유명작가의 작품들이 무장강도에 의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 세상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에 앞서 1주일 전에도 같은 취리히 인근 한 문화센터에서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 2점이 도난당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미술품 도난사건의 원인 및 도난 미술품의 유통과정, 회수 가능성, 아직도 사라진 채 발견되지 않고 있는 작품 등 많은 궁금증들이 다시한번 표출되고 있다.

◆ 왜 미술품인가 = 절도범들이 유명 화가의 작품을 노리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영국의 인디펜던트지는 미술품 절도를 마약과 무기판매에 이은 제3규모의 ‘빅(big)비즈니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 세계의 도난 미술품 시장 규모는 연간 66억달러(약6조2000억원) 정도.

이번 취리히 미술관 도난사건의 경우, 작품은 4점에 불과하지만 가치는 엄청나다. 스위스 경찰은 도난당한 폴 세잔의 ‘빨간 조끼입은 소년’, 고흐의 ‘활짝 핀 밤나무’, 드가의 ‘레픽 백작과 그의 딸들’, 모네의 ‘베튈의 양귀비 들판’의 가격을 대략 1억6300만달러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1990년 미국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에서 3억 달러 가치의 미술품이 사라진 사건 뒤 액수로는 두번째로 큰 도난규모다.

미술품 절도범에게 돈이 전부가 아닌 경우도 있다. 미술품 도난사에서 한 획을 그었던 ‘모나리자’ 절도범이 대표적인 경우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훔쳤던 범인은 “이탈리아 미술품을 약탈한 나폴레옹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림을 이탈리아로 돌려보내려 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가의 작품을 개인적으로 소장, 즐기려는 로맨틱한 이유도 있다고 말한다.

◆ 어떤 미술품들이 표적인가 = 일차적으로 가치가 많이 나가는 작품이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다. 뭉크는 이 ‘절규’를 세가지 버전으로 그렸는데 이 가운데 2점이 도난당하기도 했다. 이 작품의 가치는 한 점당 1억2000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카소, 렘브란트 작품들도 절도범의 단골대상이다. 특히 피카소의 작품은 1967년 스페인, 1969년 미국, 2007년 브라질, 2008년 스위스에서 도난을 당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이와 관련,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값진 작품에 대한 보안이 왜 그토록 허술한가”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술품 절도는 국영미술관이 아닌 사설 미술관에 집중돼 있다”고 말한다. 이번에 도난사건이 발생한 에밀 뷔를르 재단 미술관처럼 사설미술관들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지만 보안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공공미술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도범들의 목표가 된다는 설명이다.

◆ 도난 미술품의 유통구조와 되찾기 = 영국 가디언지는 최근 전문가의 말을 인용, “훔친 고가 미술품들은 조직범죄 집단들 사이에서 화폐로 통용된다”고 보도했다. 훔친 미술품들이 돈세탁 목적이나, 마약 또는 무기 밀거래 등과 관련해 대금을 지불하거나 교환하는 데 활용된다는 것.

이러한 특수한 방식이 아닌 경우 유통가격은 사실상 정상적인 거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싼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불법 미술품의 거래가격을 원래가격의 1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유명한 작품일수록 불법 거래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난당한 미술품을 되찾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공개적인 경매장에 훔친 작품을 내놓는 경우는 없다. 국제형사경찰기구인 인터폴의 도난미술품 명단에는 무려 3만여점이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요 미술품 도난사건>

1919년 : 8월21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도난. 2년 뒤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한 호텔방 옷가방에서 발견. 범인은 빈센트 페루지아라는 루브르 박물관 전 직원으로 밝혀짐.

1967년 : 스페인 파블로 피카소 스케치와 영국 헨리 무어의 조각품이 미국 미시간대가 주관한 순회전시회에서 도난당함. 피카소의 스케치는 2년 뒤 미국 캘리포니아 경매장에서 발견.

1969년 : 모네, 피카소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 7점이 미국의 스티븐 한 아트 갤러리에서 도난.

1990년 : 3월18일 미국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에서 렘브란트의 ‘갈릴리 바다의 폭풍’총 3억달러 가치의 미술품 12점이 도난. 세계 최대의 미술품 도난사건으로 불리며 작품들은 아직도 실종상태임.

2000년 : 스웨덴 국립박물관에서 르누아르 작품 2점, 렘브란트 작품 1점 도난. 2001년에 르누아르 작품 1점을 찾았으며, 르누아르 나머지 작품과 렘브란트 작품은 2005년 미국에서 발견됨.

2003년 : 5300만달러 가치를 지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성모와 실패’가 스코틀랜드에서 도난당했으나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

2004년 : 1994년 노르웨이 뭉크미술관에서 ‘절규’와 ‘마돈나’가 도난당했다가 2005년 노르웨이의 한 호텔에서 발견됨.

2007년 : 12월 브라질 상파울루미술관에 3인조 도둑이 침입, 피카소의 ‘수잔 블로흐의 초상’ 등 5500만달러 가치의 작품들을 훔침. 작품은 이듬해 1월 발견됨.

2008년 : 2월11일 스위스 취리히 미술관에서 세잔의 ‘붉은 조끼 입은 소년’을 포함 모네, 드가. 고흐 등의 작품 4점이 도난당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