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매닝, 스노든 그리고 미국 간첩법

bluefox61 2013. 7. 31. 16:03

 70만여건의 미국의 군사ㆍ외교기밀을 폭로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통째로 넘긴 미 육군 브래들리 매닝(25) 일병의 이적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간첩(espionage), 반역, 컴퓨터사기, 절도, 군규정위반 등 17개 혐의에 대해선 유죄가 인정돼 일단 군사법원에서는 최고 136년의 징역형 위기에 처했다.
 미 군사법원의 데니스 린드 판사(육군 중령)는 30일 메릴랜드주 포트미드 군사법정에서 열린 재판에서 이적 등 22개 혐의로 기소된 매닝 일병에 대해 "이적 혐의에 대한 유죄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라면서 무죄판결을 내렸다. 이어 린드 판사는 "간첩죄와 반역죄등 17개 혐의는 유죄가 인정되고 나머지 4개 혐의는 공소 변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재판은 매닝 일병의 요청에 따라 군인들로 이뤄지는 배심원 평결이 아닌 판사 단독 재판으로 진행됐다.
 현재 매닝 일병은 컴퓨터 사기 등 10개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해 이들 혐의만으로  20년 징역형이 가능하다. 17개 혐의의 최대 법정 형량은 136년에 달한다. 린드 판사는 오는 31일 유죄가 인정된 17개 혐의의 형량을 결정하는 재판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오는 8월중에는 선고가 내려질 전망이다.

 

 

<브래들리 매닝(가운데)>

 

 브래들리 매닝 일병에 대한 미국 군사법정의 최종 판결은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적 정보수집을 폭로해 연방검찰에 의해 간첩죄로 기소된 에드워드 스노든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직 군인인 매닝과 달리 스노든이 민간인 신분이며 해외망명을 추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만에 하나 미국으로 강제소환될 경우 매닝에 대한 판결 내용이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수있기 때문이다. 특히 30일 군사법정이 매닝의 이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평결을 내렸지만 간첩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것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미국의 간첩법은 지난 1916년 7월 뉴욕 항구에 적재돼 있던 화약고를 독일 첩보원들이 폭발시킨 사건을 계기로 제정돼 이듬해부터 발효됐다. 미군의 작전을 방해하거나 적군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관련정보를 전달하는 간첩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후 개정을 통해 국방정보와 관련한 기밀을 외부에 전달해 공표하는 행위까지 포함됐다.

 

 

                                         <에드워드 스노든>


 발효 이후 2005년까지 이 법을 근거로 한 기소건수는 3건에 불과했지만, 이후 컴퓨터를 이용한 국가기밀유출 사례가 급증하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들어 기소 건수가 대폭 느는 추세이다. 지난 2009년 한국계 미국인 스티븐 김이 폭스뉴스 기자에게 북한의 추가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기소된 사건도 바로 간첩법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연방검찰은 지난 6월 스노든을 기소하면서 정부재산 절도,국방 정보의 무단 회신,기밀 통신정보의 고의적인 무단 회신 등 3가지 혐의를 적시했는데, 이중 두번째와 세번째는 간첩법에 저촉되는 사안이다.매닝으로부터 넘겨받은 미 정부 기밀문서들을 위키리크스 사이트를 통해 폭로한 줄리언 어샌지에게도 미 정부는 간첩법 위반을 적용해 기소한 상태이다.

 

 

                                                          <대니얼 엘스버그>


 미 정부가 100여년전에 제정된 간첩법을 지나치게 확대적용하면서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법전문가인 벤저민 위테스 선임연구원은 최근 공영방송 NPR과 인터뷰에서 " 간첩법을 기밀정보 공개금지법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국방과 관련된 것"이라면서, 간첩법의 개념이 모호한 점을 인정했다. 간첩법에 따른 최대 형량은 35년이다. 1971년 이른바 '펜타곤 페이퍼'를 뉴욕타임스에 폭로했던 대니얼 엘스버그는 간첩법 위반으로 기소됐다가 무죄판결을 받았으며, 스노든에 앞서 도청프로그램의 존재를 폭로해 기소된 토머스 드레이크 전 NSA 직원은 재판 중 검찰측이 간첩법 적용을 취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국가기밀 폭로가 줄을 잇고 있는데다가 스노든 경우 폭로내용이 방대하고 위중하다는 점에서 무거운 처벌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30일자 분석기사에서 "매닝에 대한 평결은 스노든에게는 최악의 우려를 확인시켜주는 나쁜 뉴스가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