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들

식지 않는 페르메이르 인기.. 30년만에 뉴욕 찾은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bluefox61 2013. 12. 5. 11:09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가 왔다."
 

미국 뉴욕의 미술애호가들이 30여년만에 귀환한 한 소녀에 열광하고 있다. 심지어 소녀를 만나기 위해 20달러(약2만1200원)를 내고 12월의 찬바람과 눈보라를 맞으며 줄을 서는 풍경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 소녀에게는 이름이 없다. 하지만 출생연도는 정확하게 알려져 있다. 1665년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태어났으니, 올해로 348세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른 빛 천을 터번처럼 머리에 두르고 왼쪽 귀에 커다란 진주귀걸이를 한 채 누군가를 바라보는 소녀는 순수하면서도 고혹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을 뿜어낸다.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얀 페르메이르(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전시를 계기로 뉴욕이 페르메이르 열기에 휩싸여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지난 10월 22일부터 뉴욕 맨해튼의 프릭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페르메이르, 렘브란트 그리고 (프란스) 할스:마우리츠하이스 소장  네덜란드 걸작전'을 통해 선보이고 있다. 


전시작 15점은 모두 네덜란드 헤이그의 마우리츠하이스왕립미술관 소장품이다. 이 중 대표작이라고 할 수있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뉴욕에서 전시되기는 지난 198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다.그 덕분인지 전시회가 시작되자마자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이 쏟아지더니, 프릭미술관 일일입장객 기록을 연일 갱신해가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심지어 이 전시회를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 최근 뉴요커지는 " 1665년 네덜란드 정착민들은 영국군에 뉴암스테르담(뉴욕의 이전 이름)을 잃었지만, 같은해 탄생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348년 뒤 뉴욕을 다시 점령했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빛과 어둠이 극적으로 대비되는 화풍을 지닌 렘브란트와 달리 페르메이르는 여자들이 집안에서 청소를 하거나, 우유를 따르고, 편지를 읽거나 피아노를 치는 평범한 모습을 즐겨 그린 화가다. 평생 델프트 밖을 여행한 적이 없을 만큼 소박하고 조용한 생애를 살았던 그가 남긴 작품들이 현대인들에게 열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소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NYT와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중산층의 세계를 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들기 때문인 듯하다"고 말했다.

 

 


 

전세계의 리하르트 바그너 광팬들이 그의 오페라 공연을 보기 위해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를 찾는 것처럼, 페르메이르의 광팬들 역시 그의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세계여행을 마다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일본 분자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 박사가 대표적인 경우.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베르메르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관람하는게 그의 가장 큰 낙이자 기쁨이다. 


이런 열성 덕분에 그는 지금까지 페르메이르가 남긴 36점( 진품 논란이 있는 작품까지 포함하면 37점) 중 34점을 감상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페르메이르 작품 36점을 고해상도 사진으로 제작해 전시하는 행사를 도쿄에서 직접 개최하기도 했다. 진품이 아닌 사진전이었는데도 10개월동안 이어져 총 15만명의 관람객을 기록했다. 같은해 도쿄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포함된 네덜란드 거장화가전이 열려 약 2달반동안  100만명이 넘는 관람객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미국의 페르메이르 팬들은 프릭미술관에서 그의 작품 4점을 한꺼번에 만날 수있게 됐다는데 특히 흥분하고 있다. 프릭은 '군인과 웃는 소녀(1657년작)''연주를 멈춘 소녀(1658∼59년작)'' 여주인과 하녀(1666∼67년 작)'를 소장하고 있다. 인근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소장한 5점, 워싱턴 DC의 내셔널 갤러리에 있는 4점을 합치면 미동부지역에만 페르메이르의 작품이 총 13점 모여있는 셈이다. 


페르메이르가 남긴 36점 중'무려' 38.8%가 비교적 '지척거리'에 모여있는 셈이다. 자동차나 열차를 타고 다닐 수있는 범위 내에 페르메이르 품 13점이 모여있다는 사실은 팬들에겐 대단한 뉴스라고 NYT는 지적했다. 슈발리에 역시 " 페르메이르 팬 입장에서 절대 놓칠 수없는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말했다. '페르메이르 , 렘브란트 그리고 할스'전 은 오는 1월 19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