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들

김대중이 전재국에게 전한 말... 踏雪野中去

bluefox61 2013. 12. 12. 05:45

TV 저녁뉴스를 보는데, 이른바 전재국 컬렉션의 경매에 나온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붓글씨 작품이 화면에 나오더군요 .
많이 보도된 내용이지만, 이 작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두환의 아들 전재국에게 결혼선물로 써 준 것이었다지요.


자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던 쿠데타 주동자의 아들에게 결혼축하 선물을 전했던 

김 전 대통령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인간으로서, 참 쉽지않은 일이었을텐데요... 
그리고, 그런 김 전 대통령에게 귀한 선물을 받은 전재국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김 전 대통령이 쓴 글을 보면 '전재국 씨, 정도경 여사'로 돼있는데,
1992년으로 나와 있으니까 당시 김 전 대통령은 68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신부를 '여사'로 높여 불렀네요.
1992년이면...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해인데, 전재국의 결혼식이 대선 전이었는지 후였는지는 모르겠네요.

( 아시다시피 당시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는 김영삼 후보에게 낙선했지요)



만델라 전 대통령이 세상에 남긴 가르침을 생각해보게 되는 요즘,
김대중이 전재국이 남긴 이 말을 통해 우리에게도 만델라 못지않은 
큰 인물이 있었구나..란 생각을 새삼해보게 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쓴 글은 서산대사가 남겼다고 하는 한시  <답설야중거>입니다.
그가 자신의 좌우명을 삼았던 글로 유명하지요.
오래전 김구 선생이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남북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삼팔선을 넘으며
읊으셨던 시로도 유명하고요.

요 며칠, 유난히 마음이 어지러웠던 날들이었습니다.
마치 흰 눈 밭에 어지럽게 나있는 발자국들처럼
제 마음도 그랬습니다.
이제는 조금 가지런히 하고 싶습니다.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눈 내린 들판을 밞아갈 때에는


不須胡亂行
불수호난행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말라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오늘 걷는 나의 발자국은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