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나의 음악은 당신의 총칼보다 강하다... 우크라이나의 '피아노맨'

bluefox61 2014. 2. 3. 14:46

 

 

 

  3달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반정부 시위현장에 스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의문의 남성 시위자가 등장했다.
 이 남성의 손에는 몽둥이도,화염병도 들려 있지 않았다. 그의 무기는 오로지 하나,  피아노 뿐이었다. 로이터 통신은 반정부 시위대가 점거한 키예프 시청사에서 최근 스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이  피아노 앞에 앉더니 감동적인 연주를 선보여  피곤에 지친 시위대와 내외신 기자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고 2일 보도했다.
 시위대와 현지언론들이 이 남성에게 붙인 별명은 '피아니스트 극단파'. 빅토르 야누코비치 정권이 시위 참가자들을 '극단파' '폭도''범죄자'로 폄하하고 있는 것을 비틀어 붙인 호칭이다. 로이터는 시위 지도부가 이 남성의 신원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며 보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올해 들어서만 6명이 사망하고 야권지도자들이 모처로 납치돼 심하게 구타 당한 후 풀려나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 20대 음대 졸업생"으로 소개하면서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극단주의자가 아닌 교육받은 평범한 시민들 임을 보여주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돈이나 폭력이 아니라 애국심으로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아노 연주를 시위 수단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 " 내가 하는 일(음악)이 보통 사람들에겐 별 필요가 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왔는데, 여기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내 연주를 들으며 용기를 얻었다는  격려의 말도 해준다"며 " 승리할 때까지 연주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사태는 총리 등 내각 총사퇴, 시위처벌법 폐지 등 정부의 유화책에도 불구하고 수그러들 기미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31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회의에 참석해 "미국 정부와 유럽연합(EU)은 안전하고 풍요로운 나라에서 살려고 애쓰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다음 날 뮌헨에서 야당지도자 아르세니 야체뉵과 비탈리 클리츠코와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데 이어 레오니트 코좌라 외교장관 대행과도 면담했다. 키예프에서는 2일에도 약 5만 명이 참가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하야와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호흡기 질환으로 지난 1월 30일 병원에 입원했던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3일부터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한편 EU  외교문제협의회는 오는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야권 시위대를 강경 진압한 야누코비치 정부에 대한 제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