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미국발 '셰일 혁명'에 다급해진 유럽

bluefox61 2014. 2. 7. 11:31

지난 1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셰일 가스와 셰일 오일 개발 및 채굴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오는 12월까지 셰일 가스 추출사업 현황을 집행위에 보고하고, 수압파쇄법(프래킹)을 이용해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채굴할 때 들어가는 화학물질 및 물에 관한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이 나오자 환경운동 진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에너지 개발업계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가이드라인을 EU의 공식적인 허가로 받아들인 것이다. 게다가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력이 없다. EU집행위는 이미 지난해 7월 환경파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프래킹 허용을 시사한 바있다. 당시 귄터 외팅거 EU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은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선 셰일 가스를 개발해야 한다"며 적절한 규제를 전제조건으로 한 개발론을 역설했다.

 



▶유럽에 상륙한 미국발 셰일 혁명


그동안 강력한 환경보호법을 내세워 셰일 가스와 셰일 오일 개발을 규제해왔던 유럽 각국이 이제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장 발빠른 국가는 영국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최근 셰일 가스 개발 및 채굴 회사에 대해 세금감면 혜택을 부여하고 채굴허용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를 도입했다.영국 정부는 올해 셰일 가스 투자가 140억 파운드(약 24조 6300억 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폴란드, 불가리아, 루마니아에서는 이미 시험 채굴에 이뤄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환경운동 및 야권이 셰일 가스 개발 금지법을 의회에 상정했다가 결국 부결되는좌절을 겪었다. 


그러나 최대 매장지역으로 꼽히는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리아주 등 일부 주정부들이 환경파괴를 우려해 채굴을 금지시켜 연방정부 및 의회와 다른 노선을 취하기도 했다. 반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임기 내불가 입장을 재확인했고,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도 개발 불가 정책을 취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자국내 셰일가스의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근거로 개발포기를 선언한 경우이다.


 

 


▶개발 대 환경보호 논란


유럽산 셰일 가스와 셰일 오일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업자와 환경운동가 및 주민들 간의 충돌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지난 1월 13일 영국 그레이터맨체스터주 배턴 모스에서는 환경운동가와 주민들이 셰일가스 시험채굴을 막기 위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곳 개발 프로젝트에는 프랑스 토탈, 영국의  IGas, 싱가포르의 다트 에너지사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루마니아에서도 미국 셰브론 사의 시험 채굴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환경운동가들이 셰일 가스와 셰일 오일 채굴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프래킹 기법 때문이다.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층(셰일층)에 묻혀 있는 천연가스인 셰일 가스를 채굴하기 위해서는 화학물질과 모래를 섞은 물을 고압으로 주입해 암석을 분쇄해야 한다. 화학물질도 문제이지만 엄청나게 들어가는 물도 문제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일 환경과 사회문제를 다루는 투자자 모임인 세레스(Ceres)의 자료를 인용해 2011년 이후 미국에서 셰일 가스와 셰일 오일을 채굴한 지역의 40%가 극도로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경제, 미국에 20년 뒤쳐져


지난해 10월 미 에너지정보청(EIA)는 셰일 가스와 셰일 오일 개발에 힘입어 미국이 세계 1위의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국이 됐다고 발표했다.  2023년에는 미국이 에너지 자급자족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 덕분에 에너지 비용이 낮아지면서 해외로 나갔던 공장들이 미국으로 되돌아오는 등 경제회생 뿐만 아니라,정부의 중동 중심 외교전략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이 고에너지 비용 문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앞으로 20여년간 산업경쟁력이 미국보다 뒤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FT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셰일 가스 개발로 산업 경쟁력을 되찾는 동안 유럽은 재생에너지에 투입한 과다한 보조금으로 전기세만 올렸다면서, 유럽과 미국 간의 에너지 가격 격차가 앞으로 2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FT에 따르면 현재 유럽의 천연가스 수입 가격은 미국보다 3배나 높고 산업용 전기료는 2배나 높다. 따라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갈 길이 바쁜 유럽 각국이 환경 피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셰일 가스와 셰일 오일 개발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