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파키스탄 정부&탈레반 평화협상 개막... 전망은 '회의적'

bluefox61 2014. 2. 7. 11:47

수많은 테러로 파키스탄을 사실상 내전 상태로 몰아넣은 현지 탈레반 조직이 정부 대표단과 평화협상 테이블에서 마주 앉았다.
 

현지언론 '더 돈(The Dawn)'은 파키스탄 탈레반 조직인 '타흐리크 이 탈레반(TTP)' 대표단이 6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삼엄한 경비 하에 개최된 첫 평화협상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이번 협상은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준 내전상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지난 2007년 극단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무장단체들의 연대조직으로 결성된 TTP가 정부와 평화협상을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르판 시디키와 마울라나 사미울 하크


정부 대표단의 단장은 나와즈 샤리프 총리의 특별보좌관인 이르판 시디키, 탈레반 대표단 단장은 종교지도자이자 정치인인 마울라나 사미울 하크이다.시디키는 저명한 언론인 출신으로, 현재 샤리프 총리 직속기구인 ' 정무 및 평화대화 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미울 하크는 '파키스탄 탈레반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아프간 탈레반의 정신적 지도자인 물라 무함마드 오마르와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양측 대표단은 약 3시간동안 진행된 첫 날 회의에서 비교적 우호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현지언론들은 보도했다. 정부는 시디키와 사미울 하크가 나란히 앉아 환하게 웃는 사진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회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첫날 회의에서 정부 대표단은 평화협상의 5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첫째 모든 대화는 파키스탄 헌법 틀 안에서 진행한다, 둘째 협상은 전국이 아니라 분쟁 지역 만을 대상으로 한다, 세째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모든 폭력행위를 중단한다. 네번째 탈레반은 자체 조직인 9인 위원회 역할을 명확히 공개한다, 다섯번째 협상을 단기간내 마무리짓는다 등이다. 탈레반 대표단은 TTP 지도부와 접촉해 정부측 제안에 대한 입장을 곧 전달할 예정이라고 '더 돈'은 보도했다.

 

<파키스탄 탈레반 관련 주요 연표> 


 2006년 2월    와지리스탄주 극단이슬람세력,'와지리스탄 이슬람 에미레이트(IEW)' 설립선포
 2007년 10월   극단이슬람 무장그룹 연대조직인 '타흐리크 이 탈레반(TTP)' 결성
 2009년 9월    이슬라마바드 메리어트 호텔 테러 발생(사망자 53명) ,
                    정부군 소탕작전으로 무장조직원 약 1000명 사망
                   11월 무장조직 '라슈카르 이 토이바(LeT)', 인도 뭄바이 타지마할 호텔 테러(사망자 약 200명)
 2009년 2월  파키스탄정부와 탈레반, '스와트 평화협정'체결
           4월 '스와트 평화협정' 붕괴. 정부군 대대적 소탕작전
           8월  TTP 최고지도자 바이툴라 메수드, 남와지리스탄에서 드론 공격으로 사망
 2011년 4월  아보타바드에 은신한 오사마 빈 라덴 피살
 2013년 9월  페샤와르 연쇄 자살폭탄테러(사망자 약 80명)
           7월  북서부 교도소 습격(약 250명 탈옥)
 2014년 2월 6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첫 탈레반 평화회담 개최

 

파키스탄 탈레반은 서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프간의 탈레반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아프간 탈레반이 1980년대 대소련 항쟁과 내전을 거쳐 1997년 정권을 잡자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극단이슬람세력들이 득세하기 시작했으며, 2007년에는 '파키스탄 탈레반 운동'을 뜻하는 TTP가 결성됐다. TTP는 지난 2009년 8월 최고지도자 바이툴라 메수드가 미군 무인비행기의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이후에도 파키스탄 곳곳에서 테러를 자행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최고지도자는 하키물라 메수드이다.  


 

파키스탄 정부와 탈레반이 평화를 모색하기 위해 무릎을 맞댔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이번 협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대부분 회의적이다.  TTP 이외에도 다양한 분파가 존재하고 있는데다가, TTP가 세속 헌법을 거부하고  '샤리아(이슬람법)'의 전국시행을 최대 목표로 하는만큼 정부측 전제조건을 받아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다. 


취약한 샤리프 정부의 협상력도 문제다. 만에 하나 평화협정이 체결된다하더라도, '탈레바니스탄(탈레반의 땅)'으로 불리는 남북와지리스탄의 혼란과 페샤와르, 카라치 등 대도시에 침투한 탈레반 무장세력의 준동을 잠재우기는 매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평화 정착을 위해 반군세력인 탈레반과의 대화가 모색되고 있다.

지난 3일 뉴욕타임스(NYT)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반군 세력인 탈레반과 독자적인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비밀 접촉을 했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카르자이가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의 참여를 배제한 채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 아라비아 등지에서 독자적으로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한 일련의 비밀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접촉은 탈레반이 먼저 제안하면서 이뤄졌지만, 지금까지 별 성과는없었다는 것이다. 또,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정부와 카르자이 간의 신뢰가 크게 손상됐다고 NYT는 지적했다.

보도가 나간 후 탈레반의 자비훌라 무자히딘 대변인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전혀 근거가 없는 주장이며 아프간 정부가 조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하지만  아프간 정부내 평화협상 담당기구인 고위평화위원회의 이스마일 카시미아라 대변인은 VOA와 인터뷰에서 비밀접촉설 보도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나타냈다.

한편 올해 말 아프간 주둔군을 전면 철수하는 미국 정부도 아프간 탈레반과의 평화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접촉설이 나온 이후 구체적인 결실은 없는 상태이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당시 작심한 듯 미국을 겨냥해 "아프간 평화 프로세스를 가로채는 행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