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크림 '러시아로 합병'에 우크라 '나토 가입' 맞불

bluefox61 2014. 3. 7. 11:17

 크림자치공화국 의회가 러시아와의 합병을 전격 결의한 데 맞서 우크라이나 의회가 비동맹 지위 원칙을 폐기하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입을 국가전략목표로 설정한 '국가안보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강 대 강' 정면대결 양상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이 지난 2012년부터 폴란드 중부도시 라스크 기지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미사일방어(MD) 체계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 뿐만 아니라 나토까지 가입하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선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푸틴의 '마지노 선'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군은 폴란드 라스크 기지에 F곀16 전투기 12대를 추가 배치하고, 발트국가인 리투아니와 라트비아에 합동군사훈련을 명분으로 각각 F-15 전투기와 F-16 전투기를 투입하는 한편 그리스 해역에 있던 핵추진 미사일 구축함 트럭스턴호를 흑해 쪽으로 이동시키는 등 러시아를 향해 강력한 군사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외교적 제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키예프포스트 등은 우크라이나 집권세력인 바티키프쉬나(조국당) 소속 의원들이 나토 가입을 국가 전략 목표로 설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6일 보도했다. 의원들은 법안에서 '국가안보법'을 개정해 이 법 제8조의 안보분야 국가정책 기본 방향에 유럽연합(EU) 가입 외에 나토 가입을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대내외 정책 원칙에 관한 법' 제11조에 명시된 '우크라이나는 비동맹 국가다'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대신 '나토 가입을 추진한다'는 문구를 추가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러시아는 격분하고 있다. 국가두마(하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 알렉세이 푸슈코프는 인테르팍스 통신 등과 인터뷰에서 "모든 게 이 것(나토 가입)을 위해 진행된만큼 놀라울 것없는 일"이라며 "나토 가입이 이 모든 '가짜 혁명'의 최대 목적이었다"고 우크라이나를 맹비난했다. 푸틴의 반응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앞서 크림자치공화국 의회는 6일 비상총회를 열어 러시아와의 합병결의안을 채택하고 오는 16일 주민투표 실시를 선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국가안보회의를 긴급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러시아 하원이 외국 영토 합병절차 간소화를 핵심으로 한 개정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 법이 다음 주쯤 신속히 의회를 통과할 경우 러시아는 현지 주민투표의 승인결과만 가지고도 해당 지역의 합병을 단행할 수있다. 크림 지역 주민의 절반 이상이 러시아계인만큼 합병안은 주민투표에 승인될 것이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크림 의회의 합병 선언을 "푸틴의 동의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결정"으로 분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MS) 등은 불과 이틀 전만해도 "크림 합병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던 푸틴 대통령이 "손에 모든 패를 쥐고 있다"고 지적했다. 군사적 대결 국면이 완화되는 듯하면서 다소 안도하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다시 한번 푸틴에게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스티븐 해들리는 6일 타임과 인터뷰에서 " 푸틴은 스마트하고 민첩하며 교활한 인물"이라면서 "그는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현실감있는 지도자"라고 분석했다.


 <미국 -유럽연합 대러시아 주요 제재 움직임>
 
 *미국
 우크라이나 사태 연루 러시아 관료 및 개인에 대한 비자발급 제한 행정명령 발표
 하원 외교위원회, 금융과 무역제재 방침 지지 결의안 채택 예정
 상원, 러시아 개인, 은행, 기업에 대한 제재 대상 명단 (블랙리스트) 포함 법안 발의 예정
 러시아와 양자 무역·투자 협상 보류
 군사훈련 및 국방관련 협조 중단
 소치 주요8개국(G8)정상회담 준비작업 중단
 
 *유럽연합
 러시아와 비자면제협상 중단.
 경제협력을 위한 대화 유예.
 상황 악화시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 조치
 

 

 크림 반도는 푸틴에게는 절대 포기할 수없는 지역이다. 역사적, 지리적, 문화적으로 러시아와 관계가 매우 깊은데다가 군사적으로도 유럽과 중동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크림 반도 남부가 필수적이다. 남부 세바스토폴에 있는 러시아 흑해함대 기지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있는 러시아령 칼리닌그라드에 주둔한 발트 함대, 핀란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콜라반도 무르만스크에 있는 북해 함대와 함께 러시아 해군력을 지탱하는 3대 기지 중 하나다. 이 곳을 서방세력에 넘겨준다는 것은 푸틴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문제는 푸틴의 진정한 '마지노 선'이 무엇인가란 점이다.  실제로 원하는 것이 진정 크림 반도 합병인지, 우크라이나 내 친러 동부지역까지의 합병인지, 아니면 단순히 서방과 대화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것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푸틴이 어떤 행보를 취할 지도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코메르산트의 칼럼니스트 세르게이 스트로칸은 6일 SCM과 인터뷰에서  "크림 반도 합병은 러시아에 문제만 일으키고 얻을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정부도 알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내에 러시아가 조종하는 크림 반도가 있으면 우크라이나를 상대할 때 계속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 텐데 러시아가 그걸 왜 포기하겠는가"란 논리를 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