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예스'만 있는 이상한 크림 주민투표

bluefox61 2014. 3. 11. 11:30

 오는 16일 크림자치공화국 주민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러시아와의 합병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될 경우 크림반도가 큰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가 400억 루블(약 1조 2000억 원)의 지원을 약속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크림반도 경제가 우크라이나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왔던만큼 분리 후 상당기간동안 혼란과 시련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크림반도는 수자원과 전력의 약 80%를 우크라이나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천연가스 의존도도 65%나 된다. 특히 자치정부 연간 예산 12억 달러(약1조3000억 원) 중 8억 달러를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지원받아왔다. 또 연간 총 관광객의 65%에 이르는 약 600만명의 우크라이나 관광객들이 얄타 등 대표적인 휴양지에서 휴가를 즐긴다. 크림 반도가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와 합병을 승인하게 될 경우 우크라이나와의 경제교류 또는 지원은 중단될 것이 확실하다.


 물론 러시아가 나설 수는 있다. 국가두마(하원) 산업위원회 부의장 파벨 도로킨 의원은 지난 9일일 AFP 통신 인터뷰에서 " 크림 자치공화국의 산업·경제 투자를 위한 조치로 약 400억 루블(약 1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와 전쟁 후 분리독립을 선언한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를 경제지원한 적이 있지만, 두 지역 인구가 총30만명이었던 것과 달리 크림반도 인구는 230만명이 넘는다는 점에서 져야할 부담이 만만치않을 것으로 11일 지적했다.
 한편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자치공화국 총리는 10일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과 인터뷰에서 " 러시아와 합병을 위해 이미 준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투표를 치른 후 수개월내 크림법을 러시아법과 통합할 계획이며, 화폐단위를 기존의 우크라이나 화폐인 흐리브니아에서 러시아의 루블로 바꾸는 '로드맵'도 마련 중이란 것.  언어는 우크라이나어 대신 러시아어와 타타르어 공용정책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체적으로 육군과 해군을 창설하며,주민투표에서 러시아 합병이 확정되면 크림 육군과 해군은 러시아 군 산하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치러지는 주민투표는 크림의 분리독립 여부가 아니라, 언제 러시아에 합병할 것인가를 묻는 투표이다. 키예프포스트 등이 공개한 투표용지에 따르면 문항은 2개이며 러시아어, 타타르어,우크라이나어로 게재돼있다. 첫번째 문항은 '러시아와 즉시 합병을 지지하나'이고, 두번째 문항은 '1992년 헌법 회복을 지지하나'이다. 1992년 크림은 독자적인 헌법을 선포하며 독립을 선언했고, 우크라이나 정부와 타협해 자치공화국 지위를 얻었다. 키예프 포스트, NBC뉴스 등은 두번째 문항을 '1992년 때처럼 분리독립한 다음 러시아로 합병하자는 의미'로 해석했다. 투표용지에 '아니요'란 표시를 할 수있는 칸은 아예 없다. 외신들이 이번 투표를 '예스만 가능한 투표'로 지적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점때문이다. 16일 주민투표 결과가 나오면 러시아 의회는 영토합병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법을 통과시켜 크림과의 합병을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