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최루탄에 스러진 15세 터키 소년...터키의 김주열되나

bluefox61 2014. 3. 12. 10:37

 

 

 시위 진압 경찰이 쏜 최루탄을 머리에 맞고 쓰러졌던 15세 터키 소년 베르킨 엘반이 의식불명상태에 빠진지 약 9개월(269일) 만인 11일 결국 사망하면서, 한동안 수그러드는 듯했던 반정부 시위가 터키 전역에서 또다시 격화되고 있다. 1960년 한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끔찍한 시신으로 발견됐던 김주열 군이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고, 1987년 시위중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연세대생이 87년 민주항쟁의 아이콘이 됐던 것처럼  꽃다운 나이에 숨진 소년 엘반이 터키 민주화시위의 상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엘반은 지난해 5월부터 시위와 관련해 사망한 8명 중 최연소이다. 


 현지언론 후리예트는 엘반의 부모가 11일 아들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오늘 오전 7시에 우리는 아들 베르킨 엘반을 잃었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이 소식은 언론과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고, 몇시간 만에 엘반이 입원해있던 이스탄불의 병원 앞에 인파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엘반의 촛불을 들고 엘반의 명복을 비는 한편 병원을 둘러싼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으며, 경찰도 최루탄을 쏘며 맞대응했다. 이 바람에 병원 안까지 최루가스가 밀려들어와 환자들이 고통을 받았고, 병문안 온 남성 1명이 머리에 최루탄을 맞아 중상을 입었다.엘반의 어머니는 병원 밖으로 나와 시위대와 합류해 " 내 아들은 데려간 것은 알라가 아니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총리)"라고 외치며 통곡했다고 후리예트는 전했다. 엘반이 사고를 당한 후 터키 경찰당국이 현장에 있던 진압경찰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지만, 지금까지 처벌을 받은 경찰은 한 명도 없다.

 엘반이 사고를 당한 것은 지난해 6월. 이스탄불 오크메이다니 지역에 있는 집 근처에 빵을 사러 나왔다가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쏜 최루탄을 머리에 맞았다. 병원으로 옮겨진 엘반은 지난 1월 의식불명상태에서 15번째 생일을 맞기도 했다. 사고 당시 45kg이었던 엘반은 최근 몸무게가 15kg 아래로 떨어지면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엘반의 시신은 11일 검시를 거쳐 관에 담겨져 집으로 옮겨졌으며, 장례식은 12일 열릴 예정이다.

 후리예트, AP통신 등에 따르면 11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수도 앙카라와 최대도시 이스탄불을 비롯해 10여개 도시에서 벌어졌다. SNS 상에는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12일 엘반의 장례식이 대규모 시위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