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월드컵 탈락한 날 스페인 새 국왕 탄생

bluefox61 2014. 6. 19. 11:29

 월드컵 탈락의 충격에 빠진 스페인이 새 국왕의 탄생을 맞았다.
 펠리페 6세(46)의 즉위와 함께 스페인이 극심한 경제위기와 정치·사회적 혼란의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있을지에 관심이 집중이 되고 있다.
 엘파이스 등 현지언론들은 18일 오후 6시 국왕 후안 카를로스(76)가 수도 마드리드의 왕궁에서 약 16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펠리페 왕세자에게 왕좌를 양위하는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19일 오전 0시(한국시간 19일 오전 7시)부터 펠리페 6세 시대가 시작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39년에 걸친 치세를 스스로 끝낸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은 법안에 서명을 마친 후 후임자인 펠리페 6세와 머리를 맞대며 애틋한 표정을 지었다.

 새 스페인 국왕의 즉위 선서식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국회의사당에서 매우 간소한 형식으로 치러진다. 화려하고 장엄한 즉위 세레모니는 전혀 없다. 영국 국왕 엘리자베스 2세와 달리 스페인 국왕은 공식석상에서 왕관을 쓰지 않으며, 즉위 선서식 때도 마찬가지이다. 펠리페 6세는 오전 9시 30분 왕궁에서 선왕으로부터 상징적인 군통수권자임을 나타내는 붉은 색 허리띠를 물려받아 착용한 다음, 정각 10시에 아내인 레티시아 왕비, 두딸 레오노르·소피아와 함께 차를 타고 즉위 선서식이 열리는 의회로 향한다.
 10시 30분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의 영접을 받으며 의회에 입장한 국왕은 헌법에 손을 올려놓고 즉위 선서를 한다. 이후 국왕으로서 첫 연설을 한 후 의회 앞 광장에 나와 군을 사열한다. 11시 30분 의회를 출발해 기마부대의 호위를 받으며 왕궁으로 돌아온 펠리페 6세는 12시 15분 쯤 아내와 두 딸, 선왕 부부와 함께 왕궁 발코니에 나와 국민들에게 인사할 예정이다. 이후 오후 1시부터 왕궁에서 약 2000명이 참석하는 즉위 축하 오찬이 열린다.

 스페인 국왕은 다른 입헌 군주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실권이 전혀 없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인해 스페인이 심각한 분열과 좌절에 빠져있는 만큼, 펠리페 6세가 '국가적 통합'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현지언론들은 일제히 지적했다. 유로존 4위 경제국인 스페인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 침체를 겪었지만 지난 1분기부터는 미미하나마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대비 0.4%를 기록했다. 가장 큰 문제는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실업률로, 지난 3일 유로스타트가 발표한 4월 통계에 따르면 스페인의 실업률은 25.1%을 나타냈다.
 오는 11월 9일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치를 예정인 카탈루냐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도 새 국왕의 주요 임무이다. 선왕과 달리 펠리페 6세는 카탈루냐 방언을 능숙하게 구사해, 주민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있을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밖에 선왕 후앙 카를로스의 호화 여행 스캔들, 여동생 크리스티나 공주 부부의 탈세 혐의 등으로 추락한 왕실의 이미지 회복 역시 펠리페 6세가 해결해야할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