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네덜란드 국민들이 '국가재난'에 대처하는 자세

bluefox61 2014. 7. 24. 15:55

 "네덜란드 국민들이 엄청난 분노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해 슬픔을 나타내는 날이다." " 결국엔 사랑이 승리하고 , 빛이 어둠을 뚫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피격된 말레이시아항공 보잉 777 여객기(MH17 편) 희생자들을 맞은 네덜란드가 23일 흰 옷과 흰 풍선으로 뒤덮혔다. 현지 언론 데 텔레그라프는 이날 인터넷에서 흰 옷과 흰 풍선으로 애도를 나타내자는 캠페인이 벌어졌으며, 여기에 동참한 시민 수 천 명이 수도 암스테르담 거리에서 행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흰 옷을 입은 시민들은 중심가 담 광장에 집결해 1분간 추모 묵념을 올린 뒤 손에 들고 있던 흰 풍선을 푸른 하늘로 띄워 보냈다. MH17편 탑승객들이 하늘에서 목숨을 잃었지만, 그 영혼만큼은 좋은 곳으로 가기를 기원하며 시민들은 흰 풍선을 날렸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환한 미소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현지의 한 언론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네덜란드 국민들이 분노에 가득차 있으며 이 범죄가 규명되기를 원하고 있다"며 " 오늘 '슬픔의 날'이  지나고 나면 새로운 단계가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암스테르담의 한 교회에서 열린 희생자 추도식에서 유가족은 "결국엔 사랑이 승리할 것"이라며 증오와 보복보다는 사랑을 역설했다고 CNN은 전했다.

 MH17편 피격사건이 발생한지 6일만인 23일, 희생자 시신 40구를 맞이한 네덜란드는 애도를 표하기 위해 한동안 전국이 멈춰섰다. 이날 오후 4시쯤 희생자 시신 40구를 실은 네덜란드와 호주군 수송기 두 대가 도착했으며,  수백 명의 희생자 유족과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내외,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직접 시신을 맞이했다.호주와 말레이시아 등 희생자를 낸 다른 10개국 대표도 자리를 함께 했다.

 

 군용기 도착에 맞춰 1분간 전 국민이 추모의 묵념을 올렸고, 전국 교회에서는 5분간 조종이 울려 퍼졌다. 피격기가 출발했던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서도 희생자 추모를 위해 묵념 시간에 맞춰 1분간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됐으며 열차,자동차,버스도 1분간 멈춰 섰다. 상점 영업은 물론 재판도 중단됐다. 시신을 담은 간소한 나무 관은 하나씩 장례용 리무진에 실린 다음, 공군기지를 출발해 오후 7시 30분쯤  힐베르쉼 군기지에 도착했다. 장례리무진 40대가 경찰 오토바이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천천히 이동하는 동안 길 양쪽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쏟아져나와 지켜봤으며, 일부는 자동차 행렬을 향해 꽃을 던지기도 했다. 데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24일에는 시신 74구, 25일에는 나머지 시신들이 에인트호번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현재 수습된 시신은 당초 예상보다 적은 200구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신은 힐베르쉼의 군 기지로 옮겨져 신원확인 등 조사를 거친다.

 한편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네덜란드의 차분한 분위기에 대해 "네덜란드인은 남들 앞에서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데다, 고난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는 걸 명예로 여긴다"고 22일 전했다. 중견소설가 아르넌 그룬버그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 협력전력과 인도네시아 등 식민 통치 경험 때문에 전후 네덜란드에서 민족주의는 나쁜 것으로 간주돼왔다"며  네덜란드인이 공개적으로 민족주의를 표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