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23일은 네덜란드 국가애도의 날.. 시신으로 돌아오는 그들

bluefox61 2014. 7. 23. 10:59

 말레이시아항공 보잉 777 여객기(MH 17편) 피격 사건 희생자 시신이 23일 오후 4시 (한국시간 23일 오후 11시)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공항에 도착한다. 마르크 뤼터 총리는 이 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국이면서도 그동안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일상생활을 이어왔던 네덜란드 국민들이 시신 도착을 앞두고 깊은 슬픔에 빠져들고 있다고 현지언론 데 텔레그라프 등이 22일 전했다. 
 희생자 시신을 실은 냉동열차는 22일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는 동부 도시 하리코프에 머물러 있다. 시신은 자동차에 실려 공항으로 이동해 수송기에 실리게 된다. 데 텔레그라프와 호주 언론 디에이지는 시신 수송에 네덜란드 군 소속 C곀130 허큘리스와 호주 C곀17 수송기가 투입된다고 22일 보도했다. 이번 피격 사건으로 네덜란드는 자국민 192명, 호주는 27명을 잃었다.

 

 


 지난 4월 즉위한 빌럼-알렉산데르 국왕과 막시마 왕비는  뤼터 총리 등 정부 인사들과 함께 23일 에인트호번 공항에서 희생자들을 직접 맞이한다. 공항에서는 1분간의 묵념 등 간략한 예식이 치러질 예정이다. 이 때 전국적으로 동시 묵념에 이어 조종이 울려 퍼지게 된다. 수송기에서 내려진 시신들은 다시 수송 차량에 실려, 에인트호번으로부터 약 100km 떨어진 힐베르쉼의 카포랄 판 위드헤우스덴 군기지로 이송돼 신원확인을 받게 된다. 뤼터 총리는  22일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희생자의 신원이 파악되는 즉시 가족에게 통보되겠지만 얼마나 걸릴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어 수 주가 될지 수개월이 될지 장담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디에이지는 호주 검시전문가들이 희생자 유가족들의 DNA 채취 자료를 가지고 23일 에인트호번에 도착, 힐베르쉼에서 네덜란드 측과 함께 신원확인 작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1차로 네덜란드에 도착하는 희생자 시신은 당초 예상보다 크게 적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동부 반군은 사망자 298명 중 282구를 수습했다고 주장했으나,  현지에서 활동 중인 네덜란드 검시전문가팀 관계자는 22일 "하리코프에서 확인해본 결과 200구 안팎인 듯하다"고 말했다. 뤼터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 기존에 알려진 시신 수습 규모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모니터단 측은 "피격 현장에 아직도 수습되지 못한 유해들이 많이 남아있다"면서  "기체 파편들 중 고의적으로 잘려나가거나 다른 장소로 옮겨져 있는 등 훼손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또 피격 현장 부근에서 여전히 정부군과 반군 간의 교전이 이어지는 등 사건발생 후 5일이 지난 22일까지 현장 조사가 완전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말레이시아 정부는 22일 반군으로부터 받은  MH77편 블랙박스를 네덜란드 정부에 넘겼다. 네덜란드 정부는 자국을 포함한 각국 전문가들이 영국 항공사고조사국(AAIB)이 있는 런던 근교 판버러로 블랙박스를 가지고 가 분석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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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분쟁해소를 위해) 동남부 분리주의 세력에 러시아의 영향력을 사용하겠다. 하지만 그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키예프(친서방 우크라이나 정부)도 기본적인 윤리를 보여라 . 사건 조사가 이뤄질 수있도록 최소한 단기간만이라도 휴전할 것을 촉구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 국가안보회의에서 13분간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의 책임을 또다시 친서방 정부와 미국에 돌렸다. 국영TV를 통해 방송된 이날 연설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해 자신이 다시한번 나서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서방이 러시아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없는 이상한 최후통첩으로 협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인종적, 문화·역사적으로 러시아에 가까운 (우크라이나 동부) 주민 일부를 학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겠다는 최후통첩성 경고를 서방이 러시아에게 보내고 있다"며 "이는 이상한 논리이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세와 관련해  "무력을 이용한 불법적 방법으로 권력을 잡은 세력이 쿠데타 이후 선거를 치렀지만 이상하게도 국가 지도부에 다시 쿠데타 지원세력이 등장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서 '쿠데타'란 우크라이나 정권교체 혁명을 가르키며, '국가지도부'는 조기 대선을 통해 구성된 현 정부, '쿠데타 지원세력'은 친서방 세력을 지원한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을 의미한다. 또 나토( 북대서양조약기구) 군의 동유럽 진출과 관련해 "러시아의 국방력 강화 프로그램을 제때에 제대로 이행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새로 병합한 크림반도에서도 이런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현재는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인 위협은 없다"며, 서방의 무력 공격 가능성에 떠는 국민들을 안심시키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푸틴의 이번 연설을 국내 민심 수습용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싱크탱크 외교국방정책위원회의 표도르 루키아노프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엄청난 압력에 직면해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는데 대해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내전을 대러 전쟁의 전초전, 모스크바 레짐체인지(정치체제 교체) 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의 연설은 "국민들을 안심시키려는 신호"라고 루키아노프는 분석했다.
 한편 푸틴의 최측근 인사인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은 22일 국영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 러시아를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세력이 있다"며 푸틴대통령의 일부 강경 보좌관들을 비난했다. 친정부성향의 싱크탱크 대표인 이고르 유르겐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타르타스가 쿠드린의 발언을 보도했다는 것자체가 크렘린 권력층의 내부 분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