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서구 청년들은 왜 IS 지하디스트가 됐나... 서방국가 출신 '자생적 지하디스트'

bluefox61 2014. 8. 29. 11:00

 유럽은 물론 미국, 호주 등 세계 각국이 급증하는 '자생적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문제로 초비상 상황을 맞고 있다.
 영국은 최근 시리아에서 미국 기자 제임스 폴리를 참수한 수니파 극단무장 조직 '이슬람국가(IS)' 대원이 영국 국적자로 드러나면서 충격에 빠져있고, 미국은 자국민 IS 대원들이 잇달아 시리아에서 전투 중 사망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호주에서도 자국 국적의 남성이 아들까지 동원해 시리아 라카에서 찍은 참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자 발칵 뒤집혔다. 각국 정부는 현재 이라크와 시리아 등 중동 각지에서 활동하던 자국민 지하디스트들이 귀국해 테러행위를 벌일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내전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서방 출신 지하디스트는 최소 2000명, 최대 4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최근 유럽연합(EU)은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 규모를 약 2000명으로 추산했다. 영국 킹스칼리지의 유럽급진화문제연구센터(ICSR)은 이보다 많은 약 3000명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4000명이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파키스탄 등 이슬람권 출신까지 합치면 이라크·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지하디스트는 이보다 훨씬 많다.최근 미국 국무부는 이라크·시리아에서 약 50개국 출신의 외국인 지하디스트 1만2000명이 활동 중이라고 발표했다.

 


 ◆유럽 3대 지하디스트 허브 = 유럽에서 '자생적 지하디스트'가 가장 많은 국가는 영국, 독일, 프랑스이다. 영국과 프랑스 경우에는 과거 식민지였던 중동·아프리카·아시아의 이슬람 국가 출신 이민인구가 많고, 독일은 인접국 터키 와 동유럽 이민자들의 유입이 많은 국가이다. 테러전문가들은 이 세 나라를 '유럽의 3대 지하디스트 허브'로 부른다. 특히 영국은 2001년 9.11테러가 일어나기 이전부터 극단 이슬람주의를 전파하는 이맘(이슬람교 지도자)과 마드라사(이슬람 학교) 가 많기로 악명높아 '런더니스탄(Londonistan)'으로까지 불려왔을 정도이다. '런더니스탄'이란 '런던'과 이슬람 국가들의 국명에 많은 '스탄(아랍어로 '땅'이란 뜻)'의 합성어이다.독일 역시  9.11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 세포조직이 활동했던 함부르크 등 극단 이슬람주의와의 인연이 깊다. 9.11테러 이후 극단 이슬람주의를 뿌리뽑기 위한 각국의 노력으로 악명높은 마드라사와 세포조직들은 거의 사라졌지만, 대신 인터넷 시대를 맞아 온라인으로 스스로 지하디즘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라크·시리아에서 활동하는 3국 출신 지하디스트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테러연구기관 조사나 언론 보도마다 제각각이다. 최근 영국 가디언은 IS 대원 약 1만 2000명 중 외국인이 약 3000명이며, 이중 4분의 1이 영국인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인 IS대원이 약 750명이란 이야기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IS 내 영국출신 대원을 500∼700명 선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출신 지하디스트 규모도 영국과 비슷하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최근 언론들과의인터뷰에서 " 이라크·시리아를 포함해 중동지역에서 활동하는 프랑스 지하디스트들이 약 900명"이라고 밝혔다. 독일 정부는 자국 출신을 약 32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 지하디스트 = 미국과 호주 출신 지하디스트들도 급증하는 추세이다. 미국 뉴욕시의 대테러 책임자인 존 밀러는 지난 14일 데일리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100명 이상의 미국 청년들이 IS 등 테러조직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 300명 설도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시리아에서 온건 이슬람반군과 IS간 전투에서 '전사'하고 있다. 지난 5월 시리아 북부에서 20대 초반 미국인이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한데 이어, 최근 알레포에서 IS 대원 더글러스 맥아더 매케인이 전투중 사망했다. 27일에도 IS소속의 또 다른 미국인 지하디스트가 시리아에서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마크 키밋 미 육군 준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이러한 사례가 더 적게 나오기보단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주 정부도 자생적 지하디스트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호주 안보정보기구(ASIO) 데이비드 어바인 국장은 지난 26일 "약 60명의 호주 조직원들이 이라크 및 시리아의 알카에다 연계조직 알 누스라 전선과 IS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가운데 15명의 호주인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사망한 호주인 조직원 가운데는 바그다드 등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한 2명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시리아 정부군의 참수한 머리를 들고 있는 잔혹한 사진을 트위터 등에 공개한 IS 대원은 시드니 출신의 칼리드 샤루프와 모하데드 엘로마르로 확인됐으며, 이중 샤루프는 트위터에 시리아 정부군의 머리를 들고 있는 7살난 아들의 사진도 올려 충격을 줬다. 어바인 국장은 "호주 국내에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새로운 조직원을 모집하거나 자금과 무기 등을 제공하며 극단주의 단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각국, 대응책 마련에 부산 = 각국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라크·시리아에서 활동하다 귀국한 IS 대원들에 의한 테러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발생한 유대인 8명 살해사건은 프랑스 출신 IS 대원 메르디 네무슈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유럽 출신의 IS 대원이 귀국해 저지른 첫번째 테러로 기록됐다. 스웨덴 국립국방대의 마그누스 란스토르프 교수는 최근 위클리스탠다드와의 인터뷰에서 " 이라크·시리아 등 중동지역에서 활동하는 유럽출신 지하디스트들이 워낙 많아 일일이 추적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면서 "지난 2011년 인도 뭄바이에서 발생했던 대규모 테러를 유럽에서 벌이려는 것이 이들의 목표"라고 말했다.
 각국은 자국 출신 IS 대원들의 귀국을 차단하고, 국내의 자생적 지하디즘을 근절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고 있다. 영국 등 일부 국가들에서는 국적박탈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현행법상 어렵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은 최근 의회 보고에서  "유엔협약상 자국민을 무국적자로 만드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지하디즘에 경도되는 젊은이들을 막으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인터넷을 통해 이슬람 극단사상에 접하는 경우가 많고 청년실업 등 경제,사회적 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않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런던래퍼는 왜 IS 대원이 됐나

 

 민주주의와 인권,평등을 헌법으로 보장하는 서방 국가의 젊은이들이 극단적 이슬람주의에 빠져 지하디스트가 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들은 어떻게해서 지하디스트가 됐을까.
 미국기자 제임스 폴리를 참수한 영국인 이슬람국가(IS)대원의 삶을 통해 유럽 출신 지하디스트들의 일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영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폴리를 살해한 일명 '존'은  런던 출신의 23세 남성 압델-마제드 압델 배리로 추정된다. 이집트 계이다. 그는 런던 중산층 거주지에 있는  100백만 파운드짜리 임대주택에 살며 'L 지니'라는 예명의 래퍼로 활동했다. 시리아에서 전투 중 사망한 미국인 IS대원 더글라스 맥아더 맥케인 역시 배리와 비슷한 래퍼 지망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리는 지난 2012년 BBC 라디오 1을 통해 노래가 소개될 정도로 서서히 주목받던 뮤지션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아버지 아뎁 압둘 배리가 1998년 탄자니아와 케냐 소재 미국 대사관을 대상으로 했던 차량 폭탄 테러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돼  미국으로 송환된 이후 그의 삶은 달라졌다. 아버지의 체포 이후 배리는 래퍼 활동을 접고  "알라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린다"며 시리아로 갔다.  시리아에 가서도 그는 종종 트위터 등에 IS대원 활동을 떠벌이는 메시지와 사진을 올렸다.
 영국의 테러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유럽 지하디스트 중 대다수가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의 이슬람국가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20∼30대 젊은이들이다. 청소년기에는 보수적인 가정 분위기와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성장기에는 유럽사회에 통합되지 못하는 현실을 깨닫으면서 극단적 이슬람주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30대 이상의 기혼자, 학력수준이 높은 지식인 출신 지하디스트들도 적지 않다. 대부분은 인터넷을 통해 극단이슬람주의를 학습하고, 소규모 모임을 통해 소속감을 얻는다. 이들 중 일부가 터키와 동유럽을 통해 이라크·시리아로 들어가 IS 등 무장조직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