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참수 당하는 기자들...IS는 왜 기자를 참수하나

bluefox61 2014. 9. 3. 11:39

또 한명의 미국 기자가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참수당했다. 이번에는 미국 플로리다 출신의 프리랜서 기자인 소트로프다. 그는 타임과 포린 폴리시 등에 글을 기고해온 프리랜서로, 지난해 8월 시리아 알레포에서 IS에 납치된 후 행방이 묘연했다.IS는 지난 8월 19일에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를 참수한데 이어 , 약 2주만에 또다시 미국인 기자 소트로프로 추정되는 인물을 참수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영국인 인질 데이비드 헤인즈를 카메라 앞에 끌고 나와, "다음에는 이 사람"이라고 협박했다. 헤인즈는 영국의 구호기구인 '비폭력평화군(Nonviolent Peaceforce)' 소속의 활동가로 알려져있다. 군인 출신인 그는 크로아티아, 남수단 등에서 비정부기구 소속으로 활동해왔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UPI 통신은 영국인 기자로 보도하기도 했다.

 

<대니얼 펄>

 

잇단 기자 참수는 2002년 파키스탄에서 알카에다 소속으로 알려진 칼리드 셰이크 무함마드등에 의해 참수된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대니얼 펄 사건을 연상시킨다. 당시만해도 기자가 테러조직에 이어 참수당하기는 처음이었다. 당시에는 미국이 9.11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벌이기는 했지만, 2003년 이라크 전이 발발하기 전이었다. 펄의 참수는 잔혹한 살해방법 뿐만 아니라, 참수 장면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어서 비디오테이프 형태로 국제사회에 공개했다는 점에서 더 충격적이었다. 그 이후 이라크에서 한국인 김선일, 미국인 니콜러스 버그 등이 알카에다이라크 지부를 이끄는 아부 무사부 알 자르카위의 부하들에 의해 참수돼 동영상으로 공개됐다.

 

                                        <제임스 폴리>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IS가 왜 유독 기자들을 참수하는가 하는 점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대니얼 펄이 참수됐지만, 그 것은 14년전이었다. 당시 파키스탄 내 알카에다 조직이 펄을 참수한 데에는 그가 미국은 물론 이스라엘 국적자라는 점이 크게 반영됐던 것도 사실이다.

알카에다 최고지도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2004년 알 자르카위가 참수동영상을 잇따라 공개하자 '중지명령'을 내렸고, 이후 알 자르카위가 미군의 폭격으로 사망하면서 이라크에서 참수행태는 수그러드는 듯했다. 

 

현재 IS가 장악한 시리아 라카 등에는 서방 인질 약 100명이 잡혀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중 기자는 20여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니까, IS가 100여명의 인질 중 유독 기자들을 우선적으로 참수대상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소트로프>

 

IS의 기자 참수는,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 시대의 달라진 언론환경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 등의 분석이다. 

 

첫번째는 인터넷 발달이다.  이미 보도된 데로, IS는 디지털을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들은 직접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잡지를 발간하고, 지하디스트 모집 광고를 내며, 전세계 인터넷 사용자들을 향해 자기네들의 주장을 영어로 전달한다.

과거에는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언론인은 '중립적 존재'로 인식됐던 것이 사실이다. 서로 싸우는 양 세력 모두에게 언론인은 자신들의 주장을 세상에 알리는 수단이었다. 예를 들어 중국 내전 당시 모택동을 취재했던 미국인 기자 에드거 스노가 대표적이다.

미국 콜롬비아저널리즘스쿨의 스티브 콜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 이젠 어떤 무장조직이든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전세계에 뿌릴 수있는 세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기자는 '중립적인 정보 전달자'로서의 가치가 더이상 없게 되며, 대신 그 존재 자체가 유용한 협박 수단으로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들이 서방 기자들을 기본적으로 '서방의 스파이'로 판단하는 점도 있다.

 

두번째는, 디지털 언론 환경과 이라크와 시리아 등에서 인질로 붙잡히는 서방기자들의 대폭증가 간의 연관성이다.  폴리와 소트로프는 모두 프리랜서 기자이다. 뉴욕타임스, 타임, 워싱턴포스트 등 소외 언론 대기업 소속이 아니란 이야기이다.  이들은 통신사나 방송, 신문 등과 계약을 맺고 분쟁지역에서 취재활동을 벌인다. 최근 언론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이런 기자들이 늘었고 ,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인질로 붙잡히는 기자들도 늘어나게 된 것이다. 언론사가 자사 기자와 고용 기자 간에 안전성 보장 문제에 관해 차별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한 바는 없다.

 

그런가하면, 최근 시리아에서 반정부 무장조직들 간에 전쟁이 벌어지는 등 지구촌 각지의 전쟁 양상이 아군과 적군을 나누기 쉽지 않을만큼 복잡해지면서, 현장에 투입된 기자들의 희생이 늘어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올해들어서만 32명의 기자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는 70명, 2012년에는 74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경우 실종된 기자만 65명이다. 이 가운데 폴리와 소트로프도 포함돼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