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분리독립 주민투표때문에 스코틀랜드 뉴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가 단독으로 뉴스가 되는 적이 별로 없는데, 요즘엔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갑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네요.
이를 계기로, 잠시 스코틀랜드의 추억에 젖어봅니다.
사실 사반세기도 더 전에 가본터라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앨범에 사진은 꽂혀있는데, 사진을 찍은 장소는 어딘지 통 모르겠네요.
런던 빅토리아기차역 옆의 버스 역에서 밤 10시 차를 타고 밤새 달려 다음날 새벽 5시쯤 에든버러에 도착했고,
거기서 다시 스카이 섬으로 가는 투어버스를 타고 2박 3일동안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역과 스카이섬을 돌아다닌 다음에 ,다시 에든버러로 와서 유스 호스텔에 묵었던 기억은 나는데, 스카이 섬->에든버러->런던으로 돌아오는 루트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겁니다. 버스를 탄건지, 기차를 탄건지.. 분명 비행기는 아니었던 것같은데요...
아무튼, 모처럼 스코틀랜드 명소 사진들을 뒤적여 보니 , 그때의 추억이 조금은 다시 생각나네요.
사진은 당시 디지털카메라가 없던 시절(!)이어서, 프린트로 뽑아 제 앨범에 곱게 꼽혀있고요,
여기에 올린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온 자료들입니다. .
먼저, 에든버러..
이걸 본 기억은 확실히 나네요. 사실 에든버러를 돌아다니다보면, 이 건축물을 한두번은 꼭 지나치게 되더라고요.
소설가 월터 스콧 경의 기념탑입니다. 18세기 중반에 세워졌다고 하는데, 스콧경의 기념탑이 에든버러에 세워져 있는 이유는 그가 바로 이곳에서 태어났기 때문이죠.
공원 쪽에서 올려다 본 에든버러 성입니다.
저는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성에는 올라가지 않고, 아래 공원에만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캐슬 록이라는 바위산 위에 세워진 고대의 요새로 에딘버러의 상징입니다.
에든버러에서 투어 버스를 타고 북쪽을 향하여...
운전대를 잡은 아저씨가 숀 코너리를 닮았길래 그렇게 말해줬더니 무척 좋아하던 기억이 나네요.
함께 버스를 탄 사람들이 대부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던 것도 생각납니다.
운전사 아저씨가 마이크로 뭐라뭐라 떠들었는데, 가뜩이나 못알아듣는 영어에다 스코틀랜드 사투리까 섞여있어서
알아들었던 말이라고는 '내려서 사진찍어라'는 말과 '네스 호수'라고 했던 것 정도...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네스 호수입니다.
호수 옆의 무너진 성채가 기억나네요.
게일어로 호수는 로흐(loch)라고 하더군요.
지금도 생각나는게, 호수가 엄청 크고 깊었다는 ... 진짜 분위기가 묘한 것이 , 공룡이 살고있을 것만 같더라고요.
그때도, 사진 속 하늘처럼 잔뜩 흐려서 비가 흩뿌렸지요. 그런 분위기, 진짜 좋아합니다...
아 , 다시 가고프네요..
스코틀랜드에서도 북서쪽 끝으로 올라간 곳에 있는 스카이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 항구 도시 인버니스에서 1박을 했습니다. 스코틀랜드 하일랜드 지역의 수도라고 하네요.
자그마한 항구도시예요.
인버니스 성도 있습니다.
인버니스를 출발해 , 드디어 스카이 섬으로 들어갑니다.
스카이(skye)란 , 게일어로 '날개'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먼저 , 지도를 볼까요.
인버니스에서 출발해 스카이섬의 다리를 건너기 전, 조금 못미치는 곳에 이런 명소가 있습니다.
이름하여, 에일린 도난 성.
고즈넉한 호수를 끼고 있는 낡은 성의 모습이 로맨티시즘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그 모습이 생생히 기억나네요.
7월인데도 태어나 가장 추운 여름철 날씨에 떨었고, 운전사 아저씨가 몸녹이라면서 위스키가 들어간 커피를 줬던 생각이...3개의 호수가 만나는 곳에 위치해있다고 하니, 우리 식으로 하면 두물머리(아니 세물머리?)쯤? 1220년경에 만들어져 요새로 쓰였다고 하는데, 007 영화에 등장할 정도로 스코틀랜드에서는 빼놓을 수없는 관광명소라고 합니다.
그러니, 투어 코스에 포함됐었겠지요.
자 , 드디어 스카이 섬으로 들어갑니다. 영국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 바로 스카이 섬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 당시 저는 스카이 섬이 어떤 곳인지 잘 몰랐더랬습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풍광에 대해서도 사전 정보가 없었고요. 하지만, 지금도 생각나는데, 굽이치는 광활한 초지의 이미지가 너무나 강렬했었지요. 섬 한가운데 쯤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약 40분동안 자동차가 달리는동안 오로지 황량하기까지한 땅이 펼쳐지는 것을 보고 놀랐죠.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다가, 스카이섬의 황량한 땅을 달리는 한대의 버스... 그때 알았습니다. 황량함도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주로 이런 풍경입니다.
아, 그때 운전기사 아저씨가 황량한 땅을 가르키면서 '스카치위스키' '피트(peat)' 어쩌구 했던게 기억납니다. 그 때 대충 때려잡길 , '스카치위스키의 독특한 향기를 내려면 땅 속을 파서 나오는 저 피트라는 걸 넣어야한다'고 하는거같더라고요. 나중에 찾아보니 대충 맞았고요.
이게 바로 피트입니다.
그러니까, 보시다시피 이끼와 풀들이 오랜세월 쌓이고 쌓여서 진흙처럼 반쯤 굳어져 있는걸 가르키는 거죠. 스코틀랜드 북부 하일랜드 지역에서만 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걸 파내서 위스키를 만드는데 쓰는 겁니다. 한자어로는 '이탄'이라고 한다더군요. 위스키 재료인 맥아를 말릴때 이탄을 태워서 말리면, 이탄의 독특한 냄새와 연기가 맥아에 배어드는 거죠. 일종의 훈연인 셈이죠. 다른 나라에서 만드는 위스키와 달리 스카치위스키에서 독특한 향취가 나는게 바로 이 피트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때 아저씨가 열심히 설명해주던 모습이....
제가 묵었던 숙소는 바닷가의 작은 흰색 오두막 호텔이었습니다. 그 마을의 단하나 호텔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우리 일행이 손님의 전부인... 사진 속과 똑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대충 비슷한 것도 같네요.
객실도 흰 벽에 침대 하나뿐... 굉장히 소박했는데, 그래도 정갈하고 정겨웠던 기억이 나네요. 그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같이와야지..하고 생각했는데 ... 흑흑. 아침 식사를 하고 바닷가로 가서, 절벽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던 기억도 납니다. 그때 다 무너져버린 등대같은 것이 절벽 끝에 남아있었는데요....
(*기사를 올리고 나서 사진앨범을 보니, 스카이섬에 묶었던 호텔 이름이 위그호텔이네요. 그런데 검색해보니 아직 있는겁니다. 제 기억보다도 훨씬 훌륭한... 아마도 리노베이션을 했나봅니다. 객실사진도 보니, 그때와 비하면 특급호텔 수준으로 변한셈.. 추억이 있는 호텔인만큼 사진을 올려봅니다. 정말 , 다시 한번 가봐야겠어요.
사진 왼쪽에 있는 돌 구조물이 제 기억 속의 등대... 지금보니 멀쩡한데요. 등대라기 보다는 전망대같군요..
혹 스카이섬 가실 분들 여기서 묶으세요 ..www.uighotel.com ^^
스카이섬에서 흔히 볼 수있는 폭포.. 운전사 아저씨가 "이제 버스에서 내려서 폭포 구경하세요. 사진찍으세요.."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그땐 속으로 "훗. 뭔 폭포가 이리 작아.."했었는데.
사진을 찾아보니 , 이런 높은 폭포도 있네요. 비록 보지는 못했지만...
아..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것이 다시 가고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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