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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시, 버스킹을 문화상품으로 키운다

bluefox61 2015. 3. 26. 10:30

영화 ‘원스(Once)’에는 거리에서 노래하며 예술과 사랑을 꿈꾸는 버스커(busker), 일명 ‘거리의 악사’들이 등장한다. 유럽은 서구 각국의 대도시에서는 어김없이 거리에서 노래하거나 연주하는 버스커들을 쉽게 만날 수있다. 거리에서 행인들을 대상으로 공연하는 행위는  ‘버스킹’이라고 한다.


영국 런던이 버스킹을 대표 문화 상품으로 키우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매년 젊은 버스커들을 대상으로 ‘버스킹 경연대회’를 여는데 그치지 않고, 아예 7월 18일을 ‘내셔널 버스킹 데이’로 제정해 런던 관광명소인 트라팔가 광장을 중심으로 시내 곳곳을 버스커들의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제조건은 있다. 버스커 스스로 실력을 키워서 수준높은 공연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지켜야할 규칙은 지켜야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런던 시정부가 23일 최초로 ‘버스킹 규약’을 제정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영국언론들이 최근 보도했다. 


‘버스킹 규약’이란 버스커들이 지켜야할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고 할 수 있다. 구역마다 규정이 제각각이었던 불편을 이번 기회에 정리해보자는 의미도 있다.인디펜던트는 시 당국이 버스커들은 물론 경찰과 시민들의 의견을 수집해 ‘상식 수준’에서 규약을 제정했다고 전했다.
 

규약에는 레퍼토리의 다양화, 악기 등 장비로 통행로 막지 않기, 너무 시끄러운 악기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다. 레퍼토리 다양화가 규약에 포함된 이유에 대해 버스커들이 부르는 곡이 의외로 한정돼있어 지겹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시정부는 설명했다.시민 입장에서는 똑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 게 고역일 수 있다는 것. 런던 거리에서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은 ‘천국으로 가는 계단(Stairway To Heaven)’과 ‘히어 컴스 더 선(Here Comes the Sun)’이라고 인디펜던트를 꼽았다. 시정부는 규약에서 "다양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으며 경쟁력이 높아져 돈도 더 많이 번다"며 버스커들의 노력을 촉구했다.


런던 시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민들이 버스킹과 관련해 가장 많은 불만을 제기하는 문제는 소리의 크기이다. 특히 귀청이 찢어질 듯한 큰 소리나 반복적인 타악기 소리와 비트 박스를 가장 싫어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버스킹 규약’에는 전기 장비를 사용해 소리를 지나치게 키우는 행위를 자제하라는 항목이 포함됐다. 


재밌는 점은 스코틀랜드 전통악기 백파이프도 소음유발 문제 때문에 '자제'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또 특별히 인기있는 공공장소에서 다른 버스커들과 싸우지 않고 어떻게 장소를 공유할 수 있는가에 대한 조언도 담고 있다.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최근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매년 런던 관광수입 중 음악관련 관광수입이 6억 파운드(약9825억원)나 되는데 정작 런던의 버스킹 문화는 뉴욕,파리, 멜버른보다 떨어지는 실정"이라면서 " 버스킹을 런던의 즐거움 중 하나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또 ‘버스킹 규약’이 버스킹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버스커들이 보다 편하게 공연할 수있고 시민들은 수준높은 거리 공연을 즐길 수있게 만들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