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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밤의 철학파티..파리,런던,베를린 돌아 뉴욕으로

bluefox61 2015. 4. 30. 11:12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밤새 철학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이색 행사가 최근 미국 뉴욕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5000명이 넘는 일반인들이 철학 강의를 듣기 위해 행사장 밖에서 새벽까지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져 주최 측이 깜짝 놀랐을 정도이다.
 

지난 24일 저녁부터 25일 아침까지 뉴욕의 프랑스 문화원과 미국 우크라이나 연구소 건물에서 열린 화제의 행사 이름은 ‘철학의 밤(Night of Philosophy)’. 주최자는 프랑스 문화원이다. 지난 2010년 파리에서 처음 시작돼 영국 런던 , 독일 베를린 등을 옮겨 다니며 열렸다. 특히 지난해 베를린에서 열린 ‘철학의 밤’은 많은 철학자들을 배출한 국가답게 많은 청중이 몰렸고, 분위기도 매우 뜨거웠다. 
 

 

미국에서는 이번에 처음 열린 뉴욕 ‘철학의 밤’에는 12시간동안 강연 62개, 퍼포먼스 12편, 아트 비디오 6편, 음악 공연 등이 펼쳐졌다.미국은 물론 프랑스, 스위스 등 각국의 철학자들은 약 20분씩 각자의 주제를 강연하고 청중과 토론을 벌였다.


뉴욕대 철학과의 팀 모들린 교수는 ‘세계가 괴상하다는 것을 15분 내에 증명하기’란 특이한 주제로 강연했고, 프랑스 낭트대의 플로랑 궤나르 교수는 ‘진심으로 평등을 원하는가’란 주제를 놓고 청중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스위스 제네바대의 파스칼 엥겔 교수는 ‘지적인 삶은 지루한가’에 대해 강연했다. 강연장 밖의 홀에서는 연극배우들이 사드 후작의 ‘규방철학’을  5시간넘게 읽어내려가는 낭독회가 열리기도 했다.



‘철학의 밤’ 컨셉은 단순하다. 철학을 상아탑 안에만 가두지 말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도록 만들자는 것이다.특징은 ‘자유로움’과 ‘재미’이다. 청중은 행사장 곳곳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강연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택해 들으면 된다.


원하면 복도에 서서 철학 토론을 벌일 수도 있다. 참가비는 없고, 강연을 들으면서 마음대로 먹고 마실 수도 있다. 강연과 토론이 지겨우면 공연을 즐기면 되고, 졸리면 구석에서 잠을 자도 된다. 12시간 내내 행사에 참여할 필요도 없다. 원하는 시간에 와서 강연을 듣다가, 원하는 시간에 가도 된다.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5일 오전 6시30분부터 시작된 마지막 강연 때 약 100명의 참가자가 남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코네티컷대의 폴 블룸필드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일반 대중과의 철학토론이라니, 굉장하다. 새벽 2시에 이런 일이 가능하리라고 누가 알았겠나"라며 감격했다.한 대학생은 " 학교에서 철학강의를 들을 때와 달리 여기서는 마치 공동체에 속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들어 좋다"며 "마치 (지적) 오아시스를 찾은 것같다"고 말했다.
 

1회 때부터 행사 기획을 맡아온 프랑스 철학자 겸 공연기획자인 메이랑 코리시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을 통해 드러났듯, 근본주의와 싸우기 위해서는 철학이 매우 중요하다"며 ‘철학의 밤’은 ‘좋은 생각을 만들어나가는 이벤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