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그래픽노블 '마우스' 작가, "마블이 트럼프 비판 내 글 검열"

bluefox61 2019. 8. 19. 17:55

스피겔만 "트럼프는 레드스컬의 짝퉁 오렌지 스컬"


"마블코믹스가 도널드 트럼프를 나치에 비유한 내 글을 검열했다. 마블코믹스 회장은 트럼프 지지자로 거액의 선거자금을 기부한 사람이다."

나치 홀로코스트 참상을 소재로 한 그래픽 노블 '마우스'로 미국 출판계 최고영예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유대계 작가 아트 스피겔먼(71)의 위와같은 폭로가 미 문화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예루살렘포스트, 타임스오브인디아, 허핑턴포스트 등은 18일(현지시간) 스피겔먼이 주장한 마블코믹스 검열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논란은 오는 9월 출간될 '마블; 황금시대 1939~1949'에 수록될 서문에서 비롯됐다. 스파이더맨, 헐크, 어벤져스, 엑스맨 등 악당에 맞서 싸우는 슈퍼히어로들을 탄생시킨 마블 코믹스의 전성기를 살펴보는 이 책에는 당초 스피겔먼의 글이 서문으로 실릴 예정이었다.

문제는 스피겔먼이 글에서 '캡틴아메리카'에 등장하는 나치 악당 '레드 스컬'에 빚대 트럼프 대통령을 '오렌지 스컬(Orange Skull)'로 지칭한 것.

스피겔먼의 주장에 따르면, 편집자는 마블 코믹스가 '비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그에게 해당 표현이 들어간 문장을 삭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스피겔먼은 삭제를 거부하고, 자신의 글을 아예 책에서 빼버렸다.

스피겔먼이 지난 16일자 가디언에 공개한 문제의 문장은 "캡틴 아메리카의 가장 사악한 악당인 레드 스컬은 스크린 위에 살아 있다. 그리고 오렌지 스컬이 미국을 사로잡고 있다. 국제적 파시즘이 다시 일어서고 있으며, 2008년 글로벌 경제와해 이후 혼란은 지구 자체의 와해로 보이는 지점으로까지 우리는 몰아가고 있다"로 돼있다.

스피겔먼은 마블코믹스의 아이작 펄머터 회장이 트럼프의 절친이며, 그의 재선을 위해 아내와 함께 36만달러(약 4억4000만원)을 기부했다고 폭로하기까지 했다. 펄머터는 2018년 중간선거 때에도 공화당 후보들의 유세를 위해 수백만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계에서는 마블코믹스의 많은 캐릭터들이 나치즘, 전체주의 등과의 싸움 속에서 태어났다는 점에서 스피겔먼에서 '비정치성'을 요구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저항정신을 내세워온 마블코믹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봐서 작가에게 비판적인 문구를 빼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은 마블의 명성에 금이 가는 일이라고 할 수있다. 마블 측은 스피겔먼의 주장에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곧 출간될 '마블; 황금시대 1939~1949' 책 서문은 스피겔먼의 글 대신 마블 편집자의 글로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