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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섹스 앤드 시티’에서 주인공 캐리가 애지중지하는  ‘바이블’이 있다. 여기에서 ‘바이블’은 기독교 성서가 아니라 패션잡지 보그이다. 전세계에 수많은 패션전문잡지들이 있지만, 패션업계에서 바이블은 곧 보그로 통한다. 패션리더들뿐만 아니라 업계에 미치는 보그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보그를 18년째 이끌고 있는 편집장 애너 윈투어(56.사진)는 패션디자이너와 패션업체의 생사여탈권을 쥔 막강한 여제(女帝)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미국에서 개봉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가 파죽지세의 흥행력을 나타내면서, 영화 속 캐릭터와 실제 패션업계 유명인사들 간의 유사성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 주말(6월 30일~7월2일) 동안 미국내에서 27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려 <수퍼맨 리턴스>의 뒤를 이어 박스오피스 순위 2위를 기록했다. 같은 주 개봉한 초대형 액션영화  <수퍼맨 리턴스>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비해 두배가 조금 안되는 5215만달러의 수입실적을 올렸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소품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실질적으로 훨씬 짭짤한 수익성을 올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흥행실적보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평단의 반응. 지난 2003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로렌 와이스버거의 동명소설을 기초로 한 이 영화는 미국 평론가들로부터 한마디로 “원작보다 낫다”는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95년 디자이너 아이작 미즈라히의 컬렉션 준비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언집드(Unzipped)> 이후 패션업계에 관한 가장 진실한 영화”로 평가했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윈투어조차 좋아할 영화”로 평했다. 영국의 가디언지는 “로버트 알트만의 <프레타 포르테> 등 패션업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있었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그 어떤 작품들보다도 서로서로 등에 칼을 찌르고  이용하는 패션업계의 정치학과 긴장을 가장 솔직하게 다뤘다”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패션업계와 영화팬들은 평론가들의 전문적인 평가보다 , 실제 모델이 된 애너 윈투어의 반응을 더욱 궁금해하고 있다. 와이스버거의 원작 소설이 미국에서 엄청난 화제와 인기를 모았을 당시, 보그지는 물론 발행사인 콘데 나스트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모든 잡지들이 이 책에 대해 단 한줄도 보도하지 않았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저자 자신이 윈투어의 개인비서로 일했던 경험을 토대로 소설을 썼던 만큼,  ‘악마’와 다름없는 캐릭터로 그려진 소설 속 ‘런웨이’잡지 편집장 미란다와 실제 윈투어 간에 흡사한 점이 너무나 많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설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던 윈투어가 영화에 대해서는 180도 다른 태도를 나타내 화제가 되고 있다. 윈투어는 제작사의 영화 시사회 초대를 받아들여, 오히려 제작진과 출연진을 깜짝 놀라게 했을 정도다. 

윈투어는 시사회 다음날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패션업계와 잡지업계에 대한) 풍자가 매우 재밌다”며 영화에 대해 매우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 재밌는 것은 제작진과 출연진의 반응. 이들은 마치 ‘여왕님의 인정’을 받은 듯, “윈투어가 재밌다니 기쁘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는 후문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노스웨스턴대학(소설 속에서는 브라운대학)을 막 졸업한 안드레아(앤 해서웨이)가 패션업계의 ‘바이블’로 통하는 <런웨이>지의 편집장 미란다 프리스틀리(메릴 스트립) 의 개인비서로 취직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당신이 차지한 자리를 원하는 여자들이 백만명은 있다”는 말을 듣을만큼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일자리였지만, 그것은 곧 상상을 초월하는 악몽이 된다. 미란다 프리스틀리는 프라다 등 최고급 디자이너 브랜드로 온몸을 감싸고 다니며 우아하기 이를데없지만, 부하직원 등 다른 사람들을 정신적 , 때론 육체적으로 학대하는데 일가견을 가진 고전적인 ‘악마 같은’보스이기 때문이다.

 

소설이 출간됐을 때부터 저자 와이스버거의 보그지 직장경험 때문에 미란다와 실제인물 애너 윈투어 간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화제거리가 됐다. 소설이 작품성 면에서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빅히트할 수있었던 첫번째 비결은 바로 윈투어였던 것이 사실이다.

미란다와 윈투어의 닮은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업계 최고 영향력을 지닌 잡지의 편집장이란 설정부터, 전남편과의 사이에 두 자녀를 둔 점, 부하직원들은 물론 심지어 세계적인 패션디자이너들에게까지 도도하기 짝이 없는 태도, 독특한 패션감각(미란다는 1년 365일 빼놓지않고 에르메스의 흰색 실크스카프를 착용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애너 윈투어는 앞머리를 자른 보브 헤어스타일과 실내에서도 언제나 선글래스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런던토박이 출신, 50대에도 불구하고 날씬한 몸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이사로 활동하는 점, 부하직원들의 이름을 잘 까먹는 점 등이  똑같다. 

특히 <런웨이>의 직원들은 미란다와 단둘이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는 상황을 최대의 공포로 여기는데, 실제 <보그>의 직원들도 비슷한 공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미란다의 세련된 사무실 인테리어도 윈투어의 실제 사무실 분위기와 매우 흡사하며, 심지어 <런웨이> 사의 직원용 카페테리아 메뉴와 분위기 역시 <보그> 카페테리아와 똑같다는 것. 소설과 영화에 미란다의 심복으로 나오는 편집자 나이젤( 스탠리 투치) 캐릭터는 보그의 편집자이자 윈투어의 오른팔인  안드레 레온 탈리와 똑같고, <런웨이>를 발행하는 엘리아스 클라크사의 어브 라비츠 회장은 잡지왕국 콩데 나스트의 도널드 뉴하우스 회장과 판밖이처럼 닮았다.

 

물론 저자 와이스버거는 한때 상사였던 윈투어가 미란다의 모델이란 ‘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미란다의 경쟁자로 <보그>의 윈투어를 실명으로 등장시킴으로써 , 둘 간에 관계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 

그러나 업계에서 이런 설정을 믿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가하면 , 영화에서 미란다를 탁월하게 연기한 메릴 스트립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 극악한 성격을 가진 몇 명을 합쳐서 미란다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한편 가디언지는 “소설과 달리 영화에서는 미란다가 악마 같은 성격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재능과 두뇌로 경쟁에서 살아남은 실력자로서의 면모가 더 강조됐다”며 바로 이점 때문에  영화를 본 윈투어가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을 것으로 지적했다. 


Posted by bluefox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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