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모의 신작 '연인'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은 역시 스펙터클한 비주얼이다. 당나라 도성의 기방 깊은 곳에서부터 대나무 숲과 억새풀 우거진 들판을 거쳐 광활한 흰눈밭으로 장예모는 관객들을 휘몰고 다니며 현란한 액션과 색깔의 융단폭격을 퍼붓는다. 당대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중 한사람인 장예모가 작정하고 스타일의 극치를 선보인만큼, 이 영화의 비주얼은 빼어나다. 두 남자주인공의 칼싸움이 낙엽지는 가을에 시작해 눈보라치는 겨울까지 이어지거나, 가을에 죽은(줄만알았던) 메이(장쯔이)가 눈 밭에 파묻혔다가 멀쩡히 기사회생하는 '대륙적 과장(또는 허풍)'마저도 이 영화의 탁월한 비주얼 덕분에 쉽게 잊혀질 정도다. 특히 장예모의 전작 '영웅'이 외국어영화로는 극히 이례적으로 미국시장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연속 2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