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본 영화들 34

[실미도]-단점을 덮는 실화의 힘

강우석 감독은 비즈니스적으로나, 영화적으로나 판단이 빠른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다. 한마디로, 될 성 싶은 것과 안될 것, 힘을 실어야할 곳과 힘빼고 쉬어가도 될 곳을 결정하는데 누구보다 빠른 감각의 소유자란 이야기다.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연일 갈아치우며 전국 600만명의 고지를 향해 쾌속 순항 중인 [실미도]는 강우석의 그런 동물적 판단력 , 또는 영화적 본능을 새삼 증명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보면 , 감독이 어느곳에 힘을 주려 했는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관객의 감정을 정확하게 짚어 자극하려는 이런 계산은 때론 촌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인할 수없는 것은, 그 효과가 실제 대단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실미도]에서 연좌제에 걸려 사람취급못받았던 훈련병 강인..

[라스트 사무라이]-오리엔털리즘과 후까시즘의 결합

'라스트 사무라이'의 에드워드 즈윅 감독만큼 미국 영화계에서 영웅주의에 탐닉해온 감독도 드믈다. 그런데 즈윅 영화의 영웅주의는 여타의 할리우드 영웅담과는 조금 다른 색깔을 띤다. 한마디로 수정주의적 영웅주의라고나 할까. 그는 현실 속에서 영웅과 애국의 문제가 얼마나 복잡미묘해질 수있는가를 이해하는 감독이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걸프전 당시 사망한 여성장교의 진실을 파헤치는'커리지 언더 파이어', 남북전쟁당시 흑인으로만 구성된 북군을 소재로 한 '글로리', 아랍 테러로 인해 미국에 계엄령이 선포되는 상황을 다룬 '비상계엄' 등이 꼽힌다. 이 세 작품은 모두다 무엇이 진짜 애국이며 , 진짜애국자는 과연 누군가란 문제를 제기하고있다. 즈윅의 시선은 무작정 미국 우월주의를 부르짓는 행위가 자유민주주의 보루로서 미..

미스틱 리버- 연기력이란 바로 이런 것!

최근 코아아트홀에서 [미스틱 리버]를 봤답니다. 배우로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 숀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로라 리니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이유땜에 무척 보고픈 영화였죠. 게다가 미국 평론가협회가 뽑은 '올해 최고의 영화'란 타이틀에 혹하기도 했구요. 과연... 소문대로 배우들의 연기가 불을 뿜더군요. 그중에서도 숀 펜의 연기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입니다. 이 배우는 언제나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탁월한 연기력의 소유자이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사랑하는 딸을 잃은 아버지의 고통과 과거에 대한 죄책감이 마구 뒤엉켜있는 복잡한 심리를 너무나 잘 표현해냈더군요. 팀 로빈스와 케빈 베이컨 연기도 좋구요. 특히나 영화에서 숀 펜의 두번째 부인으로 나온 로라 리니, 역시나 대단한 배우입니다. 엄청난 ..

별난 취향을 지닌 분만 보세요

장선우 감독의 영화 '거짓말'에는 몽둥이로 서로를 때리며 쾌락을 느끼는 사도 마조히즘적 남녀가 등장한다. '정상인'의 관점에서는 변태행위라고 할 수있지만, 사도 마조히즘의 핵심은 바로 상대방에서 대한 100%의 '신뢰'라는 사실을 이 영화는 간접적으로 이야기한다. 스티븐 셰인버그 감독의 '세크리터리'는 사도 마조히즘이란 '쎈' 주제에 달콤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버무려놓은 기묘한 취향의 로맨틱 코미디이다. 물론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서는 사도 마조히즘에 대한 매우 진지한 고찰을 담은 영화일 수도 있다. 여자 주인공 리는 사랑받지 못하는 좌절감을 자신의 몸에 칼과 바늘 따위로 생채기를 냄으로써 해소하려드는 습관을 갖고 있다. 그녀는 육신의 아픔을 통해 마음의 고통을 잊는 것인데, 자신의 몸에 난 상처가 서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