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67

영원한 아웃사이더, 조니 뎁

조니 뎁(43) 은 스타란 호칭이 어울리지 않는 배우다. 아니, 조니 뎁은 스타이기를 거부하는 스타다.십대시절 TV 아이돌 스타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조니 뎁은 이십대부터 마흔을 넘은 최근까지 ‘박스 오피스 독약’이라고 불릴 만큼 흥행과는 거리가 먼 배우였다. 그 자신도 블록버스터 흥행작 대신 팀 버튼(가위손, 에드 우드, 슬리피 할로,찰리와 초콜렛공장), 라세 할스트롬(초콜렛),존 워터스(크라이 베이비),에밀 쿠스트리차(아리조나 드림),짐 자무시(데드맨),테리 길리엄( 미완성작인 ‘라 만차의 사나이’) 등과의 작업을 선택하며 스스로 할리우드와 거리를 뒀다. 심지어 그는 프랑스 여배우이자 가수인 바네사 파라디와 결혼해,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보다 프랑스 파리에서 지내고 있다. 전세계의 열혈팬들을 거느리고..

우마 서먼 - 여신같은 여전사

스크린 속 여성 영웅도 시대에 따라서 진화합니다. ‘에일리언’의 시고니 위버로 대표되는 20세기 근육질 여전사의 이미지에는 스스로 일어나 싸우지 않으면 불평등과 편견으로부터 해방될 수 없었던 20세기 여성들의 힘든 투쟁의 역사가 투영돼 있습니다. 21세기의 여전사는 선배세대들과 확연히 다른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툼레이더’의 앤절리나 졸리, ‘레지던트 이블’의 밀라 요보비치, ‘다크 엔젤’의 제시카 알바, 그리고 ‘킬빌’의 우마 서먼 등 21세기의 여성 영웅들은 하나같이 그리스 여신도 울고갈만큼 완벽한 몸매와 미모의 소유자들입니다. 머리칼을 빡빡 밀고 우람한 근육을 키웠던 선배 시고니 위버와 달리 21세기 여전사들은 섹시함조차 살인무기로 연마한 ‘진짜 ’ 무서운 여자들입니다. 이 중 ‘킬빌’의 우마 서먼..

상당히 크레이지하신 빌 나이

을 봤습니다. 조니 뎁 등 주요캐릭터를 제외하고, 다른 출연배우들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의 그 문어대왕(정확한 이름은 기억안납니다)이 어디서 많이 본 사람같았습니다. 본래 얼굴을 알아볼 수없게 헤비 메이크업(문어다리가 얼굴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흐억)에도 불구하고 배우의 카리스마랄까, 분위기랄까 , 그런 것들이 어쩔 수없이 뿜어져나오더라는 이야기이죠. 영화가 끝나고 확인해본 결과, 역시나 그 '문어대왕'은 예상대로 빌 나이였습니다!! 2년전 국내개봉했던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러브 액추얼리'는 아기자기한 러브스토리로도 재미있었지만,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답게 훌륭한 배우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기쁨이 만만치않았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휴 그..

폴 베타니-그의 또다른 변신이 궁금하다

소설 ‘다빈치코드’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뉴스가 처음 전해졌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한 점은 ‘사일러스 ’를 어떤 배우가 맡게될 것인지였습니다. 멜라닌 색소 결핍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이른바 ‘알비노’ 증세를 타고난 독특한 외모는 물론이고, 삶의 밑바닥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신부를 위해 살인까지 마다하지 않으면서 밤마다 가시박힌 채찍으로 내리치며 수행하는 사일러스야말로 원작자 마이클 브라운이 가장 공들여 창조한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주말, 저 역시 영화 ‘다빈치 코드’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던 35만명의 관객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사일러스’를 연기한 폴 베타니(35. 사진)였습니다. ‘뷰티풀 마인드기사 윌리엄 마스터 앤드 커맨더’등 그에게 명성을 안겨다..

미셸 파이퍼-나의 영원한 수지

로잔나 아퀘트 감독의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는 한마디로 ‘할리우드에서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에 관한 영화입니다. 어느덧 마흔고개를 넘어선 배우이자 감독이며 제작자인 아퀘트가 자기 정체성을 고민하던 중, 은퇴선언조차 없이 슬그머니 사라져버린 선배 배우 데브라 윙거(‘사관과 신사블랙위도우’)를 찾아나서는 과정을 다루고 있지요. 그렇다고해서 윙거의 뒤를 좇는 스릴러 형식은 아닙니다. 아퀘트와 같은 고민을 하는 수많은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카메라 앞에서 여성이자 배우로서 겪는 불안감과 좌절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지요.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이상하게도(?) 미셸 파이퍼(49)를 떠올렸습니다. 약 5년전에 출연한 ‘아이 엠 샘 (2001)’이후 그녀를 스크린에서 언제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

덴젤 워싱턴 -나를 영웅이라 부르지 말라

‘인사이드맨’은 모처럼 할리우드의 호화 캐스팅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덴젤 워싱턴과 조디 포스터, 웰렘 데포와 크리스토퍼 플러머, 여기에 최근 주가가 한창 상승중인 영국 배우 클라이브 오웬까지 가세하고 있지요. 인종갈등 문제에 항상 예민하게 촉수를 드리워온 흑인감독인 스파이크 리는 이 작품에서 배우들의 고정된 이미지를 슬쩍 변형시켜 관객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늘 선과 정의 편에 서있던 덴젤 워싱턴은 경찰 내사과의 조사를 받고 있는 적당히 썩은 인질협상가, 차분하고 이지적이며 독립적인 조디 포스터는 돈과 권력을 가진자를 위해 일하는 로비스트 ,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배우인 클라이브 오웬은 뭔가 특별한 목적을 숨긴듯한 은행강도로 등장하지요. 이중 가장 반가운 얼굴은 덴젤 워싱턴이었습니다. 모처럼..

랄프 파인스-차갑거나 혹은 뜨겁거나

13년전 ‘쉰들러 리스트’에서 랄프 파인스(44·사진)를 처음 보았을 때, 그의 혈관 속에는 뜨거운 피가 아니라 차가운 얼음물이 흐르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아우슈비츠 유대인수용소 소장이었던 그는 수용소 마당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저택의 2층 베란다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기분전환으로 눈에 뜨이는 유대인들을 총으로 쏴 죽이지요. 새하얀 피부, 여자 죄수들의 몸을 타고 흐르던 그의 투명하게 맑은 푸른 눈동자가 뱀처럼 얼마나 섬뜩했든지. 불과 3년뒤 파인스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찾아왔습니다.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서 아름다운 유부녀에게 사로잡힌 영국군 장교였던 그는 사랑과 자신의 열정에 모든 것을 거는 남자 , 그 자체였지요. 아프리카 사막의 머나먼 동굴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고 있..

레이첼 와이즈- 영국 영화의 새로운 히로인

지금 우리 극장가에서 의미심장한 사건 하나가 조용히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18세기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의 대표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오만과 편견’이 개봉 3주차에 벌써 전국 약 70만명의 관객을 모으고 있답니다. 지금까지 숱하게 영화와 TV드라마로 리메이크됐던 이 작품이, 더구나 남녀가 만나서 지지고볶으며 싸우고 연애하다가 결국엔 결혼에 이르는 ‘구태의연’한 스토리의 이 영화가 , 가벼운 멜로와 코미디물이 판치는 우리 극장 문화 속에서 70만명 관객동원이란 기록을 세운 것은 정말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려는 배우는 ‘오만과 편견’의 여주인공 키라 나이틀리나 , 이 영화에서 셔츠 앞자락을 풀어헤친채 새벽 안개를 헤치고 걸어나오는 장면 하나로 역대 다아시 중 가장 남성적..

데이비드 스트래선- 뒤늦게 발견한 보석

조지 클루니 감독의 '굿나잇 앤 굿 럭'은 제게 데이비드 스트래선(57)이란 배우를 발견하는 기쁨을 알게 해준 영화였습니다. 1950년대에 매카시즘과 맞서 싸웠던 방송인 에드워드 머로 역을 맡은 스트래선은 몸에 딱맞는 옷을 입은 듯, 연기가 아니라 머로 그 자체이더군요. 저널리즘 역사를 조금 읽어본 사람이라면 머로란 인물이 얼마나 전설적인 방송인인지 아실겁니다. 2차세계대전 당시 CBS 라디오의 런던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유럽전선 뉴스를 매일 대서양 건너 미국 가정에 전달했던 사람이 바로 머로이지요. 전쟁이후에는 심층기획보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매카시 의원 등 숱한 권력층과 사회비리에 맞서 싸웠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의 실물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여린 듯하면서 강인한 눈매, 그리고 생방송 중에도 담..

스티븐 매퀸 ..그의 마지막 꿈

미국의 걸출한 액션스타 스티브 맥퀸이 1980년 50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을 때, 그는 등 30여편의 영화와 두 자녀 채드, 딸 테리 그리고 또하나의 소중한 유물을 이 세상에 남겼다.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그가 애지중지했던 것은 바로 자신의 손때가 묻은 가죽 장정의 노트 16권이었다. 그러나 맥퀸이 사망한 이후 이 노트들은 무려 15년동안이나 두개의 트렁크에 담겨져 말리부에 있는 맥퀸의 자택 창고 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쓴채 세상으로부터 잊혀졌다. 10여년전, 맥퀸의 아들 채드는 집 창고를 청소하다가 낡은 트렁크 두개를 우연히 발견하게 됐고, 그 안에 들어있는 노트들이 무엇인지를 알게된 후 깜짝 놀랐다. 아버지가 직접 쓰고 기록한 역사액션영화 의 시놉시즈와 자료, 사진, 스케치, 시 등이 바로 16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