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우마 서먼 - 여신같은 여전사

bluefox61 2006. 6. 29. 17:26

스크린 속 여성 영웅도 시대에 따라서 진화합니다. ‘에일리언’의 시고니 위버로 대표되는 20세기 근육질 여전사의 이미지에는 스스로 일어나 싸우지 않으면 불평등과 편견으로부터 해방될 수 없었던 20세기 여성들의 힘든 투쟁의 역사가 투영돼 있습니다. 

21세기의 여전사는 선배세대들과 확연히 다른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툼레이더’의 앤절리나 졸리, ‘레지던트 이블’의 밀라 요보비치, ‘다크 엔젤’의 제시카 알바, 그리고 ‘킬빌’의 우마 서먼 등 21세기의 여성 영웅들은 하나같이 그리스 여신도 울고갈만큼 완벽한 몸매와 미모의 소유자들입니다. 

머리칼을 빡빡 밀고 우람한 근육을 키웠던 선배 시고니 위버와 달리 21세기 여전사들은 섹시함조차 살인무기로 연마한 ‘진짜 ’ 무서운 여자들입니다. 



이 중 ‘킬빌’의 우마 서먼(36)은 다른 섹시 여전사들과 비교해 좀 특별합니다. 우선 극중 유일한 ‘엄마’라는 사실이 그렇고, 최첨단 무기보다는 고전적인  장검과  쿵푸로 수많은 적들을 제압한다는 점에서 20세기와 21세기,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연결하는 전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에서 우마 서먼이 검은 색 줄무늬가 들어간 노란색 ‘이소룡’츄리닝을 입고 청엽정의 홀과 계단을 펄펄 날아다니며  개미떼같이 밀려오는 적들을 단칼에 베어버리는 모습을 보는 순간, 우리는 ‘가타카’와 ‘펄프 픽션’ 이후 그토록 많은 실망스런 영화와 캐릭터들로 재능을 소비했던 그녀의 과거를 너그럽게 용서해주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티벳 불교학자인 아버지때문에 특이하게도 힌두교 여신의 이름을 갖게 된 우마 서먼이 88년 ‘위험한 관계’에서 순수와 퇴폐미를 동시에 지닌 소녀 세실로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지도 벌써 올해로 18년이 됐습니다. 

그 세월동안 그녀는 마약에 쩔은 춤꾼(펄프픽션)과 머릿속이 텅빈 금발 미녀(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를 거쳐 ,미래사회의 완벽한 미인(가타카)와 온몸을 가죽으로 감싼 섹시한 기상학자(어벤저)를 지나 ,21세기를 대표하는 또하나의 여전사로 변신을 이어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사이에 두번 결혼(게리 올드먼, 에단 호크)해서 두번 이혼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됐지요. 마흔을 앞둔 그녀의 미모는 분명 정점을 지났고, 어쩌면 배우로서도 내리막길을 걸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떤 배우는 단 하나의 캐릭터로도 영원히 기억되는  법입니다. ‘브라이드’로 우리 곁에 남아있을 우마에게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