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들 116

영국 할레오케스트라의 유쾌한 실험

"일단 음악회에 와서 자유롭게 음악을 즐기세요. 입장료는 공연이 끝난 후 내고 싶은 만큼 내세요." 15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의 할레 오케스트라가 오는 9월 6일 공연에 ‘입장료 후불제’란 파격적인 방식을 시도할 예정이어서 문화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날 공연의 주제자체도 ‘돈으로는 가치를 따질 수없는(Priceless) 클래식’이다. 1858년 창단한 할레 오케스트라는 존 바비롤리 등 걸출한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거쳐간 유서깊은 관현악단이다. 존 서머스 단장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클래식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북돋우기 위해"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이 원하는 만큼 입장료를 지불하는 이벤트를 시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클래식 음악이라면 무조건 지루해하는 사람, 클래식은 자신의 취향이 아니라..

혼돈의 그리스를 가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굽듯이 , 느닷없이 4박 5일 그리스를 다녀왔습니다. 첫 인상은? 물론 국민투표를 앞두고 좀 어수선하기는 했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그래도 평온해 보였습니다.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망해서 온갖 물건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떨이판매하던, 우리의 IMF 체제 때와는 분명히 다르더군요. 그게 그리스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유명한 'GREEK LIFE'는 위기 속에서도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정신없는 가운데에서도, 그래도 아테네에 왔으니 문화재 구경은 좀 하고 가야지요. 할 수밖에 없는게, 눈돌리면 사방이 고대 그리스 문화재더군요. 호텔에서 슬렁슬렁 걸어가면 파르테논 신전, 시장 거리 걷다 보면 나오는게 아고라, 택시타고 지나가다 보면 제우스 신전 ...뭐, 이러니까요. 참, 지나가다 뜩 나오는..

'100년의 기록' -중동사가 버나드 루이스 자서전

중동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결코 피해갈 수없는 이름이 바로 버나드 루이스이다. 현존하는 최고의 중동역사가이자 저술가이며, 에드워드 사이드와 그 유명한 ‘오리엔탈리즘’논쟁을 벌인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의 책은 이미 국내에도 여러권 번역 출간돼있다. 오래전 출간돼 지금은 절판된 ‘이슬람 문명사’와‘중동의 역사’, 9·11테러 이후 출간돼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던 ‘무엇이 잘못되었나’를 비롯해, 비교적 최근에 나온 ‘암살단’ ‘이슬람 1400년’ 등이 그의 대표적인 저서들이다. 이슬람에서의 암살 전통이란 주제 하나만을 깊이있게 파고든 ‘암살단’은 11세기 시아파의 한 갈래인 이스마일파의 폭력투쟁 조직인 ‘아사신(assassin)’과 21세기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자살폭탄 테러가 겹쳐지면서 마치 소설처럼 ..

'알제의 여인들'을 통해 본 미술품 경매의 이모저모

지난 5월 11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현대 미술품 경매의 새로운 역사가 작성됐다. 파블로 피카소의 유화 ‘알제의 여인들( 1954~55년작)’이 1억7936만5000달러(약 2010억원)에 낙찰돼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이날 경매에서는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청동상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1947년작)’도 1억4128만5000달러에 낙찰돼 조각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역대 최고가 경매 미술품은 ‘알제의 여인들’이 아니라 폴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1892년작)’이다. 지난 2월 뉴욕타임스(NYT)등 외신들은 스위스 바젤에서 진행됐던 비공개 경매에서 이 작품이 무려 3억달러(약 3361억원)에 팔렸다고 보도했다.시장에서는 경매가가 3억 달러를 넘는다는..

서울 촌것, 제주 올레를 가다(10)- 올레 5코스

유명한 제주의 해안 명소인 남원큰엉과 쇠소깍을 품고 있는 올레 5코스는 대중적인 인기가 참 많은 곳이지요. 위미의 그 유명한 '건축학개론 -서연의 집' 카페가 있는 곳도 이곳이고, 쇠소깍이 있는 곳이니까요. 개인적으로 위미 주변의 풍경을 참 좋아하는데, 이번에 묵은 게스트하우스 '소이연가'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더 특별한 코스가 되기도 했습니다. 남원포구는 4코스의 종착점이자 5코스의 출발점이죠.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멋진 바다 산책로인 남원큰엉 길이 나옵니다. 남원큰엉 산책로는 제주에서도 손꼽히는 멋진 바다 산책로로, 바닷가에 길게 뻗어 있는 거대한 현무암 바위가 멋진 절경을 이룹니다. 산책로 주변은 숲이 우거져 있는데 군데군데 숲이 열린 곳으로 나가 큰엉의 해변 경관을 볼 수 있죠. ‘엉’이란 말은 ‘..

서울 촌것, 제주 올레를 가다(9)- 4.3의 비극을 간직한 18코스

올레 18코스, 산지천-조천’ 구간을 걸었습니다. 원래는 산지천부터 걸어야하지만 시간관계상 제주시내에 있는 사라봉부터 걸었습니다. 사라봉은 오르기 어렵지 않은 높이의 오름이지만 제주 시내와 바다, 한라산을 바라보는 전망이 특히 아름다운 곳이더군요. 사라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오름의 옆 모습, 나무와 바다가 어우러져 탄성을 자아냅니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걷는 사라봉 산책길 걷다가 만난 너무 예쁜 아기들... 나도 한 입만 줄래? 그 절경을 따라 가노라면 돌담들만 남아 있는 텅 빈 땅이 나타납니다. 4.3 당시 한 마을 전체가 불타 없어진 곤을동 마을 터이죠 . 흔적만 남은 집터들을 보며, 그 안에 살았던 사람들, 하루 아침에 가족과 이웃 대부분이 죽고 집마저 불타 뿔뿔이 흩어져야 했던 사람들, 제주의 아픈 ..

서울 촌 것, 제주 올레를 가다(8)- 4월 제주의 추억, 우도와 2코스

봄의 끝자락인 4월하순에 또 제주를 다녀왔습니다. 지난 11월 이후 약 반 년만이네요. 첫날엔 올레 1-1 코스인 우도를 걸었습니다. 유채꽃이 흐드러진 우도의 모습들입니다. 제주 2코스를 처음 걸었는데, 참 아름답더군요. 올레 2코스는 광치기 해변부터 고성, 대수산봉, 혼인지를 지나 온평리 바닷가까지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물빛 고운 바닷길부터 잔잔한 저수지를 낀 들길, 호젓한 산길까지 색다른 매력의 길들이 이어지지요. 대수산봉 정상에 서면 시흥부터 광치기해변까지 아름다운 제주동부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정말 제주의 top 3에 들어갈만한 절경이 아닌가 싶네요. 제주 특유의 생태계인 곶자왈의 숨골. 땅 속 구멍으로부터 나무 줄기가 솟아있습니다. 발 아래에 빈 공간이 있다는 이야기.. 곶자왈에는 돌과 돌 사..

재미로 보는 칸영화제 이야기(2)-드레스코드에 얽힌 추억

최근 칸국제영화제에서 현장 진행요원이 하이힐을 신지 않은 여성을 입장시키지 않았다고 해서 큰 논란이 됐었지요. 영화배우와 감독 몇몇이 언론에 대고 집행위원회를 비난하는 말을 하기도 했고요. 사태가 커질 조짐을 보이자, 집행위원회에서는 현장 요원이 좀 오바를 했고, "우리는 하이힐 필수 착용같은 드레스 코드 없다"고 해명했고요. 그 뉴스를 보면서, 오래전 제가 경험했던 칸영화제 드레스 코드의 추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없었지요. 그 때 적은 사연은 이렇습니다. 세계에서 드레스 코드가 가장 엄격한 곳은 아마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일 겁니다. 휴양도시로 이름난 칸은 영화제 기간동안 오후 5시만 넘으면 거리에 턱시도 차림의 남자와 화려한 드레스를 빼입은 여성들로 거리가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저녁 타임(저녁 8시와 ..

재미로 보는 칸 영화제 이야기 (1)

얼마전에 칸국제영화제가 끝났지요. 그 이후에도 전해지는 수상작 뉴스 등을 보면서, 그곳에서 보냈던 두번의 5월이 자꾸 생각나는군요. 칸영화제를 동경하는 영화광들을 위해 제가 경험한 칸영화제의 이모저모를 문답형식으로 수다 떨어볼까합니다. 단, 오래전의 경험임을 미리 알려둡니다. 한 10여년전?^^ 요즘 그 쪽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랑스란 나라가 한국처럼 뭘 신속히 바꾸는 나라가 아니니만큼,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싶네요. 1.칸영화제에 가면 누구나 실컷 영화를 볼 수있다? 천만에 말씀, 만만에 콩떡입니다. 우선 영화제 기간동안 칸에 모이는 인간들은 크게 4종류입니다. 첫째 출품작과 관련된 제작진 및 배우, 두번째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 및 평론가 세번째 영화제와 동시에 열리는 마켓에 온 수..

한 밤의 철학파티..파리,런던,베를린 돌아 뉴욕으로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밤새 철학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이색 행사가 최근 미국 뉴욕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5000명이 넘는 일반인들이 철학 강의를 듣기 위해 행사장 밖에서 새벽까지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져 주최 측이 깜짝 놀랐을 정도이다. 지난 24일 저녁부터 25일 아침까지 뉴욕의 프랑스 문화원과 미국 우크라이나 연구소 건물에서 열린 화제의 행사 이름은 ‘철학의 밤(Night of Philosophy)’. 주최자는 프랑스 문화원이다. 지난 2010년 파리에서 처음 시작돼 영국 런던 , 독일 베를린 등을 옮겨 다니며 열렸다. 특히 지난해 베를린에서 열린 ‘철학의 밤’은 많은 철학자들을 배출한 국가답게 많은 청중이 몰렸고, 분위기도 매우 뜨거웠다. 미국에서는 이번에 처음 열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