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볼리우드가 드디어 할리우드에서 가장 알짜배기인 영화사와 손잡았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는 19일 스티븐 스필버그의 드림웍스SKG가 3년에 걸친 파라마운트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인도 뭄바이의 거대 엔터테인먼트기업 릴라이언스 ADA그룹과 손잡고 새로운 벤처기업을 세우기로 사실상 합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ADA 그룹의 정식명칭은 아닐 디루바이 암바니 그룹으로, 인도 최대 갑부 아닐 암바니가 회장으로 있다. 이번에 드림웍스와 손잡은 것은 ADAG의 자회사인 릴라이언스 빅 엔터테인먼트(RBE)이다.
ADAG는 RBE를 통해 드림웍스에 약 5억~6억달러(약5000억~6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언론들을 보도했다. 이 같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합작사는 매년 6~7편의 영화를 제작할 것으로 보인다.
합작사의 명칭이 드림웍스가 될 것인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드림웍스가 이미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확고한 브랜드 인지도를 갖고 있는 만큼 이름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 이 회사에서 제작되는 작품들의 배급사로는 현재 유니버설과 20세기 폭스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드림웍스와 파라마운트 결별에 대해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지난해부터 드림웍스의 스티븐 스필버그와 데이비드 게펜, 제프리 카첸버그가 공공연하게 파라마운트에 대한 불만을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파라마운트는 물론 모기업인 바이아콤 경영진들의 고압적인 경영태도 때문에 큰 갈등을 겪어왔던 것으로 전해져왔다. 특히 지난해 9월 게펜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성공은 물론 실패까지도 우리 스스로 책임지고 싶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혀, 계약기간이 끝나는 2008년말 파라마운트와 결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었다.
이번 합의를 통해 한층 뚜렷하게 드러난 것은 인도의 엄청난 재력과 파워이다. 거대 미디어 제국건설을 꿈꾸고 있는 아닐 암바니(사진)는 지난달 칸국제영화제에서 RBE를 통해 이미 대대적인 할리우드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니컬러스 케이지의 새턴 프로덕션, 짐 캐리의 JC23 엔터테인먼트, 조지 클루니의 스모크하우스프로덕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1492픽쳐스, 톰 행크스의 플레이튼프로덕션, 브래드 피트의 플랜B엔터테인먼트, 제이 로치의 에브리맨픽쳐스 등과도 투자계약을 체결한 것.
당시 RBE측은 향후 18개월간 인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엔터테인먼트분야에만 10억달러 (약1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RBE는 최근 뉴욕과 뉴저지, 애틀랜타, 디트로이트, 시카고, 새너제이, 로스앤젤레스, 워싱턴DC, 시애틀 등 미국 주요 도시에 200여개의 상영관도 사들였다.
그런가하면 최근 월트디즈니도 인도의 대표적인 프로덕션인 UTV 소프트웨어 커뮤니케이션와 협력관계를 체결하기도 했다. 최근 개봉한 M 나이트 샤말란의 <해프닝>이 바로 UTV 투자로 만들어진 케이스다. 인도의 자본이 할리우드에 유입되면서, 인도 감독 및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이 급속하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때 볼리우드는 정형화된 춤과 노래로 범벅된 촌스러워보이는 영화들을 주로 만드는 곳으로 인식돼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경제의 침체와 인도경제력의 급성장 시대를 맞아, 이제 볼리우드가 할리우드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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