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영화로 본 세상

모건 스펄록, 오사마 빈 라덴을 찾아나서다

bluefox61 2008. 4. 30. 17:49

다큐멘터리 <슈퍼 사이즈 미>에서 자신을 모르모트 삼아 정크푸드 햄버거의 해악을 전세계에 알린 모건 스펄록 감독이 이번에는 알카에다 지도자 빈 라덴을 찾아 중동 각국과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을 헤매고 돌아다닌다. <오사마 빈 라덴은 이세상 어디에, Where in the World is Osama bin Laden>가 바로 그 작품.

  

군사적 지식은 물론이고 변변한 정보 하나 없는 스펄록 감독이 미군과 CIA조차 7년째 못찾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을 과연 알아낼 수있을까. 물론 답은 ‘노(NO)’이다. 영화는 빈라덴의 뒤를 좇기 보다는 이슬람권과 중동지역에서 오사마 빈 라덴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 테러리즘이란 왜 일어나는가, 서로 다른 문명권 간의 대화는 불가능한 것인가 등등의 질문에 대한 해답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은 이 세상 어디에 Where in the World is Osama bin Laden



미국의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모건 스펄록 감독을 인터뷰했다. 스펄록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점령지를 돌아다니는 일이 한달동안 맥도널드 햄버거만 먹는 일보다 “약간(a bit) 더 위험하긴 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는가. 혹시라도 빈라덴을 직접 만날 수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는가.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의문은 ”이 모든 것(테러와의 전쟁)이 과연 어떻게 끝날 것인가“ 또는 ”이 모든 것을 과연 어떻게 끝낼 것인가“란 점이었다. 과연 평화적으로 끝낼 길이 있는 것일까. 지난 7년간 (테러와의 )전쟁에 관한 뉴스라면 들을 만큼 들어왔다. 그래서 가까이 들여다보고 싶었다.”

  

- 군과 CIA가 실패한 빈라덴을 찾아 나서게 될 때 어떤 느낌이었나.

“2005년 부시가 재선돼서 막 두번째 임기를 시작할 때였는데,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테이프에 관한 뉴스가 모든 신문,방송에 쏟아져 나왔다. 그때 사람들이 ”왜 이 사람을 못잡는거지. 왜 그를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지 못하고 있는걸까. 도대체 그는 지구상 어디에 있는거야“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 좋은 질문인데? 내가 한번 그 답을 찾아보고 싶은데..“라고 말이다. 그리고 , 아무런 군경험이나 재주가 없는 나 같은 사람만큼이나 그 일을 해낼 적역자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미군 당국자들은 인터뷰했는데, 그들은 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던가.

“ 빈라덴 체포에 여전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의 레토릭은 여전히 사람들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극단주의자들에게 오사마의 메시지는 행동명령이라고 할 수있다. 오사마 빈라덴을 잡아서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세상의 많은 문제점들이 오사마 빈라덴을 탄생시켰으며, 많은 이들로 하여금 그를 추종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문제점들을 바로잡기 전까지는 오사마 빈 라덴이란 존재를 없앨 수 없다.”

  

- 중동지역 사람들을 인터뷰할 때 어땠나. 당신의 영화 프로젝트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 호의적이던가, 아니면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던가.

“그들은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고 오픈된 자세였다. 나와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했다. 우리는 TV를 켜면 반미 구호를 외치는 중동지역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있다. 미국인들이 중동, 또는 이슬람권 사람들에 대해 가진 이미지가 바로 그런 모습이다. 2분간의 뉴스를 통해서는 알 수 없는 세상의 또다른 면모, 중동의 모습을 영화에 담아내는 것이 내겐 중요했다. 그런 면에선 영화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온건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조용한 다수’였다. 변화, 그리고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바램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간 미국이 취해온 (중동)외교정책에 대해서는 불편한 감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 미국정부와 미국 국민을 따로 떼어 생각한다는 의미인가.

“진짜 재미있었다. 미국인이라곤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눴는데, 그들이 보고 듣는 것은 뉴스를 통한 것이 전부였다. 모로코의 한 지역을 방문했을때였는데, 판자집 같은 곳에 사는 사람도 위성수신장치를 가지고 있더라. 미국 폭스뉴스를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미국에 대한 이미지를 갖는 것도 이런 뉴스를 통해서이다. 미국인이라곤 생전 처음 만난다는 한 사람은 내게 ” 당신 같은 미국인이 많으냐“라고 물었다. 그래서 ” 그렇다. 나 같은 미국인이 수백만명은 된다“고 답해줬다. 그랬더니 미국 정부 또는 외교정책과 일반 미국인들을 분리해서 생각하게 된 것 같더라. 나는 외교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내겐 이런 이해 과정이 옳은 방향으로 나가는 중대한 발걸음이라고 생각한다.”

  

- 심각한 주제를 코믹하게 풀어나가는데 어려움이나 우려는 없었는가.

“어렵고 까다로운 주제일수록 약간은 유머러스하고 가볍게 다루는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데 좋다고 본다. ”설탕 한숟가락이 쓴 약을 먹는 것을 도와준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시금치를 먹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시금치 요리위에 치즈를 덮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점령지에 머무는 것과 한달동안 맥도널드 햄버거만 먹는 것 중, 어느쪽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가.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머무는게 ‘약간(a bit)’ 더 위험하다고 말해야겠지. 맥도널드 햄버거 먹기는 최소한 내가 스스로 결정한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반면, 아프가니스탄에 있을때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내 운명을 좌우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