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선댄스, 워싱턴에 돌아오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9일 로버트 레드포드(71) 감독의 신작 <로스트 라이온즈>를 이렇게 소개했다. 최근들어 영화배우, 감독보다는 선댄스영화제 총책임자로서 독립영화살리기에 힘을 기울여온 레드포드가 정통 정치물로 영화계에 컴백한 것을 환영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있겠다.
뉴욕타임스는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 있는 레드포드의 작업실 풍경을 묘사하며 “그의 책상뒤 게시판에는 이라크전을 신랄하게 비판한 신문 칼럼들이 오려져 붙어있었다”고 전했다. 그런가하면 책상위에 펼쳐진 노트장에는 레드포드가 대문자로 크게 쓴 ‘당혹감, 책임감, 슬픔’등의 단어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는 것.
하지만 레드포드 자신은 <로스트 라이온즈>가 반이라크전 영화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반전영화라기보다는 오늘날 미국이란 국가가 어디로 가고있는가에 관해 생각해보는 영화란 것이다. 그는 “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과연 6년전 우리가 어디에 있었는가를 생각해보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레드포드가 북미 개봉(9일)을 앞두고 뉴욕타임스 등 각 매체들과 가진 인터뷰를 종합한 것이다.
-<로스트라이온즈>는 여러 이슈들을 제기하는 영화다. 그리고 답을 쉽게 찾기도 어렵다. 관객들이 영화를 다보고 극장밖으로 나왔을 때 사람들이 어떤 질문을 제기하길 원하는가.
“(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이슈들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이슈들은 (2001년 9.11테러이후) 지난 6년간 과연 무슨 일이 우리에게 일어났던가에 대해 보다 폭넓고 깊이있는 사고를 하는데 어떤 양식이 될 수있을 것이다. 언론, 정치 그리고 교육에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나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 그리고 우리가 하지않았던 것들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
-구체적으로 이 영화의 어떤 점에 끌렸는가.
“우리를 자꾸한 여러 번 반복해서 같은 지점에 이르게 하는 요인들은 과연 무엇일까란 점이었다. 어떤 행동패턴같은게 있는 것이다. 내가 살아온 세월을 지나보면, 11살 때 매카시즘 광풍이 불었고 , 청년시절엔 워터게이트사건, 이란-콘트라 스캔들이 있었고, 지금은 이라크,아프간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살펴보노라면 하나로 꿰뚫는 실, 하나의 사고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수있다. 즉, “승리하는 것, 파워를 갖는 것이 전부다”라는 사고방식말이다. 그로 인해 초래되는 결과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닉슨을 봐라. 그리고 지금의 부시를 봐라. ”
-특히 이번 가을시즌에 이라크전과 아프간 전을 다룬 영화들이 많이 개봉됐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한 경우가 별로 없었다. 왜 그렇다고 보나.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불행한 일이다. 바로 그런 현상자체가 지금 우리(미국)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로스트 라이언즈>는 전쟁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에 관한 영화라고 할 수있다. 사실 이 영화가 단순히 전쟁에 관한 것이기만 했다면 ,개인적으로 별 관심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준비중인 다른 영화들도 있었고.이라크전에 관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들이 많이 제작,개봉됐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마이클 타너핸(<킹덤>의 작가)이 쓴 대본을 읽었을 때, 교육과 언론,정치, 군대 등의 주제가 각각 별개의 스토리로 전개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
-예술이나 엔터테인먼트가 오늘날 대중의 양심을 일깨우는 역할을 할 수있을까.
“내 일부분은 (예술의 역할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앨 고어의 영화(<불편한 진실>) 경우, 벌써 25년전부터 이슈화됐던 (지구온난화 또는 환경파괴) 문제를 다루고 있다.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그 오랜 세월이 걸렸다. 이제야 관중들은 고어가 오래 전에 말했던 것이 지금 자신의 눈앞에 증거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 않았나. ”
- 개봉전부터 일각에서는 <로스트 라이언즈>를 반전영화로 비판했다. 특히 보수적인 폭스뉴스의 한 프로에서는 출연자들이 “도대체 레드포드는 뭐가 잘못된건가”란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었는데.
“내게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이 나라(미국)를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는 내 조국에 대해 슬픔을 느낀다. 그래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 <로스트 라이언즈>는 당혹감에 관한 영화, 슬픔에 관한 영화, 그리고 우리가 자초했던 상실에 관한 영화다. 이 작품이 논쟁적이란 사실은 인정한다. 슬픈 사실은 논쟁자체가 너무 한 쪽으로만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지금 미국 사회 자체가 너무나 양극화됐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끔찍한 일이다. 이 영화를 호도하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로스트 라이언즈>를 좌파 영화로 치부해버린다면 , 영화의 진정한 요점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배가번스의 전설>을 감독한지 7년이 지났다. 80년 <보통사람들>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이후 <밀라고 빈필드 워>를 만들기까지는 또 8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렇게 연출작들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길게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이것저것 몇편의 작품들을 준비하느라고 시간이 지나갔다. 게다가 선댄스영화제 일에 많은 시간을 들여하는 상황이다. 또,서두르지 않고 여유있게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인 것같다.”
-폴 뉴먼,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제 연기자 생활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다. 당신도 배우로서 은퇴를 생각해봤는가.
“글쎄, 두사람은 나보다 열살은 더 먹지 않았나(뉴먼 82세, 이스트우드 77세)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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