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들/여행

서울 촌것, 제주 올레를 가다(1)

bluefox61 2011. 11. 7. 12:07
지난 주말 , 말로만 듣던 제주올레를 처음으로 걸었습니다.
일때문에 찾은 제주 체류 일정이 1박2일 밖에 안되는데다가, 하루는 세미나와 술먹는데 다 써버린 관계로 올레 걷기는 토요일 오전 2시간에 불과했지만, 참으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제주가 너무 아름다워서 , 꼭 다시 와보고픈 마음이 들더군요.
11월이 아니라 마치 초가을처럼 너무나 쾌청하고 덥기까지한 날씨여서 더욱 좋았습니다.
그동안 제주에 여러차례 왔지만, 제주 속살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인듯합니다. 정말 서명숙씨가 큰 일을 하셨더군요.

제가 걸은 올레길은 , 올레 10길 송악산길이었습니다. 길도 완만한데다가, 바다를 옆에 끼고 내려다 보고,
화산분화구까지 구경할 수있고,  여기저기 귀여운 망아지와 말, 흑염소들이 있는 환상적인 코스입니다.제가 제주에서 원하는 그림이 바로 그곳에 있더군요.  
 

 

송악산 올레가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여기에서 뒤를 돌아다보면 , 멀리 산방산이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사이좋은 형제 섬이 보입니다.
 
산방산의 분화구입니다. 산방산에는 이중 분화구가 있다고 합니다. 깊이는 그리 깊지 않아보이지만 ,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좀 신기한 느낌입니다. 한라산, 백록담 같은 물은 없습니다. 가는 길 나무에 매달린 올레 표식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네요.

오름을 걷는 중 기슭에서 말과 흑염소를 만났어요. 사람들을 많이 봐서인지, 아님 야외에서 느긋하게 풀뜯어먹으며 스트레스없이
살아서인지 , 사람 아는체도 안하고 순한 듯했지만 가까이 가지는 못했습니다. 올레 길 때문에 그들의 한가한 생활터전이 방해받고 있는건 아닌지하는 걱정이 조금 들었어요.
 

송악산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바다입니다. 깍아지른 절벽 밑에서 하얀 파도가 거품을 내고, 검은 물이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습니다. 일행 중 누구는 자살하기 최적 장소라고도 하고, '아내의 유혹' 드라마에서 민소희가 남편에게 떼밀려 떨어진다음 다시 살아나 점하나 찍고 나타나 복수하기 딱 좋은 장소라고 농담하기도 하더군요.
 
가는 길에 제주 화산재인 송이를 들고 한컷.
이걸 곱게 갈아서 화산송이 팩을 하면, 소녀시대 윤아처럼 예뻐질 수있을까요? (제주 화산송이를 몽땅 갈아 얼굴팩을 해도 피부미인이 되기는 어렵겠다는...)
 
송악산 꼭대기에서 멀리 가파도와 마라도를 바라봅니다.
수평선과 거의 동일하게 보이는 앞쪽 섬이 가파도, 조금 뒤가 마라도입니다.
가파도는 산이나 구릉이 전혀없는 완전 평평한 섬이더군요.


가파도의 청보리밭이 그리 아름답다던데, 참고 자료사진을 하나 올려봅니다.


송악산 정상을 넘어 내리막길의 모습입니다. 멀리 제 동행이 등을 보이고 걷고 있군요.


송악산 절벽에는 일제때 일본군들이 뚫어놓은 군사용 굴들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이곳 해변에서 대장금을 찍었다는 광고판이 있더군요.
 
안으로 들어가보니 두개의 굴이 하나로 이어져 있더군요.나름 근사한 광경이지만, 지난날 일제의 만행을 생각하면 아직도
웬지 으스스한 느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