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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여행 =미처 몰랐던 러시아의 모습들

bluefox61 2012. 7. 16. 16:24

10박11일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동안 러시아를 둘러보고 돌아왔습니다. 난생 처음 가본 러시아인데다가, 역사적 정치적으로 관심이 적잖았던 나라였던 만큼 신기하고 낯선 것도 많았습니다.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거대한 국가입니다. 열흘남짓 일정동안 제가 본 것은 수도 모스크바와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그리고 그 중간쯤에 있는 노브고로드주의 주도 벨리키(러시아어로 '위대한'이란 뜻) 노브고로드 세곳 뿐입니다. 그러니, 러시아를 제대로 둘러봤다고는 절대 말할 수없을 겁니다. 하지만 부족하나마 러시아에 대해 제가 몰랐던 부분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책과 언론보도로만 접했던 러시아가 비로소 가깝게 다가온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이방인의 눈에 비친 러시아에 대한 흥미로운 모습들 몇가지를 적어 봅니다.


 

1. 러시아에서 택시타기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는 물론이고 러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택시를 이용할때는 반드시 협상을 거쳐야한다는 사실은 상당히 쇼킹했습니다. 허가받은 택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모스크바에서 제 숙소가 시내 중심가와 그리 많이 떨어져 있지는 않았는데, 택시를 제 돈 주고 타고 중심가로 나가면 약 900루블(약3만1600원) 정도한다고 합니다. 

약 10~15분정도 거리인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비싼 편이지요. 문제는 현지인 경우 아무도 그런 돈을 내고 택시를 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단 택시운전사와 협상을 해야합니다. 제 경우에는 일행 중 러시아어가 조금 되는 사람이 있어서, 택시운전사와 협상한 결과 1/3 가격인 300루블 정도 주고 탔습니다. 들어올때는 좀 늦은 밤시간이어서 같은 거리를 500루블 주고 타고 왔고요.


<벨로키 노브고로드 기차 역 앞에 늘어선 택시들의 모습>

 

택시비가 그렇게 제 멋대로인 것은, 미터기를 꺽지 않고 가기 때문인 거죠.  운전자는 당연히 그 돈을 회사에 내지 않고 제 주머니에 넣을 것이고요. 또, 이른바 나라시 택시가 매우 많더군요. 누가봐도 택시를 타려는 포즈로 거리에 서있으면 일반 자가용이 옆에 와서 서더군요. 어디까지 가는데, 얼마면 되냐 ..등등 운전자와 협상을 한 후에 타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자기 차로 짬짬이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현지거주 한국인들에게 물어보니, 모스크바는 물론 러시아 전역에서 이런 식으로 택시를 이용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러시아어를 모르는 외국인으로선  불리한 조건인거죠.  러시아가 강대국이긴 하지만, 아직도 이런 이중경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공산체제 붕괴이후 러시아 국민들이 여전히 느끼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알아볼 수있었습니다.

 

2. 외국인 거주등록증이란 것에 대해...

 

사실 , 모스크바공항에서 입국할때 까다로운 절차가 거의 없어서 속으로 좀 놀랐습니다.  세관도 별 신고내용이 없으면 그냥 통과해도 되고 입국카드를 별도로 작성하지 않아도 됐거든요. 미국을 출입국할때, 특히 미국내에서 국내선을 이용할때 겪어야 하는 살벌하기 짝이없고 때론 모욕감까지 느껴지는 검문검색에 비교하면 러시아의 입국절차는 매우 신속, 간단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러시아 내에서 여행할 때입니다. 앞서 언급했던데로, 제가 방문한 곳은 3곳이었는데  각 도시마다 이른바 거주등록증을 받아야 하더군요. 제가 직접 등록증을 받은 건 아니고 가이드 분이 대행하셨지만, 새로 방문하는 곳마다 등록증을 받기 위해 꼭 여권을 제출해야만했었습니다. 그 결과 거주등록증 3장이 생겼고, 출국할 때를 대비해 잃어버리거나 찢어뜨리지 않으려고 적잖이 신경을 써야만 했었지요(출국심사를 할때 그동안 러시아에 들어와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보여줄 증빙자료로 사용해야하기 때문).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유학생들 경우 러시아 여러곳을 배낭여행하게 되면 시골동네 들어갈때조차 매번 거주등록증을 받느라 애를 먹곤 한다고 하더군요. 사실 이 제도는 영 쓸데없어 보이더군요.왜냐면 거주등록증이 그 도시를 떠날때가 되어서야 나오곤 했거든요. 

만약 그 도시 안에서 돌아다니다가 경찰이 여권과 거주등록증을 보여달라고 하면, 저로선 아직 등록증이 나오지 않은데다가 여권도 돌려받지 못했으니 곤란한 일을 당할 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일은 없었지만요. 다른 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있는지(특히 중국)는 잘 모르겠지만, 외국인들의 동향을 정부가 감시하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고, 러시아가 아직 감시감독국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3. 러시아 여자들의 몸치장하기

 

소냐, 나타샤, 알료샤 ..등등 러시아 대문호들의 소설에 나오는 여자주인공이나 발레리나 등을 떠올리면서 러시아에 미인이 참 많다는 느낌을 받곤 했더랬습니다. 실제로 보니, 역시 러시아에 미인이 참 많긴 많더군요. 특히 십대부터 이십대까지의 젊은 여성들 경우.

 


<모스크바국립대 앞에서 결혼식 후 놀고있는 신혼커플과 친구들.여자들의 옷차림 좀 보십시오. 

러시아에선 결혼후 신혼부부가 친구들과 차를 대절해 두사람의 추억이 깃든 장소들을 돌아다며 

신나게 춤추며 노는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이 그룹은 바로 옆에 자동차를 세워놓은 후 

차문을 열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채 술마시며 춤을 추더군요. 

광장 한 복판에서 누가 보든 말든. 우리가 사진을 찍으니, 환호성까지 올렸습니다.>

 


제가 잘 몰랐던 것은, 러시아 여자들이 멋내기에 목숨을 건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여름인만큼, 여기저기 과감한 노출을 감행한 여성들이 태반이었고 화장과 손톱손질도 엄청 열심히 하는 듯했습니다.  

아침 출근하는 직장여성이 파티에나 어울리는 튜브드레스 차림인 것도 여러번 목격했습니다. 서양여자들은 평소 일할때는 생얼이고, 저녁에 데이트나 파티갈때나 차려입는다고 누가 말했던가요. 미국이나 독일 직장여성들은 그런지 몰라도, 러시아 직장여성 경우에 절대 '노'입니다. 가히 완벽한 화장을 한 여성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 생각보다 러시아 거리가 화사해보이더군요. 이런 현상은 모스크바보다는 아무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더 분명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러시아의 날씨와도 상관이 있는 것같습니다. 워낙 겨울이 길고 따뜻한 날이 적다보니, 날만 더워지면 '기회는 이때다'하고 자신의 여성적 매력발산에 온 힘을 기울이며 과감하게 벗어제끼는 것이겠지요. 일부 여성들은 나이트클럽용 의상이 아닐까 깜짝 놀랄 만큼 과감한 노출의상을 입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 덕분에 , 눈이 좀 바빠지긴 했지요. 현지 유학생들의 말로는 , 러시아 여성들의 몸치장에 관한 관심이 정말 대단하다고 합니다. 월급을 거의 옷사고 화장하는데 쏟아붓는 여성도 많다고 하더군요. 

 

4. 러시아가 사랑하는 작가들

 

이번에 러시아에 직접 가보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러시아 최고 작가는 톨스토이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 현지에서 보니 조금 다르더군요. 우선 러시아인이 가장 사랑하는 문인은 역시 푸슈킨이었습니다. 러시아어의 깊은 맛, 러시아어의 아름다움을 비로소 제대로 표현한 시인이 바로 푸슈킨이라는 거죠. 



그래선지 대도시마다 푸슈킨을 기리는 기념비가 한두개쯤은 꼭 있다고 합니다. 아르바트 거리에도 푸슈킨을 기리는 동상과 그가 거주했던 집이 있고 푸슈킨 미술관도 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푸슈킨이 차를 마시곤 했던 카페, 푸슈킨이 숨졌던 집 등이 그대로 보존돼있고요.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의 푸슈킨 부부 동상.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만지면서 사랑을 기원하면 

영원한 사랑을 얻을 수있다고 합니다. ^^ >

 

소설가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최고로 치더군요. 러시아 민중의 삶, 정서를 가장 잘 표현했다는 것이지요. 도스토예프스키 자신이 부침이 많은 삶을 살았다는 것에 대해서도 러시아 국민들이 그에 대한 동질감을 강하게 느끼는 듯했습니다. 모스크바 국립도서관 앞에 톨스토이가 아닌 도스토예프스키의 동상이 서있는 것을 보고 , 그가 러시아 문학사에서 가진 비중을 새삼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