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영화로 본 세상

[피의 다이아몬드]

bluefox61 2006. 11. 29. 15:55
"올 것이 왔다. "

크리스마스와 연말 최대 대목을 노리고 있는 미국 및 전 세계 다이아몬드 업계가 지금 영화 한 편의 개봉을 앞두고 잔뜩 긴장하고 있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피의 다이아몬드>가 바로 문제의 영화. 국내에서도 출판된 미국 언론인 그레그 캠벨의 저서 '다이아몬드 잔혹사'를 토대로 한 <피의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 시에라리온 내전에 개입한 미국인 용병 주인공(레오나도 디카프리오)이 다이아몬드 밀매사건에 휘말리면서 엄청난 이권이 걸린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현지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인권유린과 서구 거대기업의 탐욕 실상을 체험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다이아몬드 업계에서는 이 영화 때문에 미국 등 전 세계에서 다이아몬드 구매거부 운동이 일어날지도 모를까봐 노심초사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디파티드>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디카프리오가 공식석상에서 다이아몬드 불매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생산, 유통회사인 드비어스사는 "영화 속 상황은 이미 지난 90년대 아프리카 일부국가에서 벌어졌다가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다"고 주장하면서, 업계의 자정노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세계 다이아몬드상 연합회의 슈무엘 슈니처회장도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0년 다이아몬드 원산지 표지의무제를 규정한 '킴벌리 프로세스'도입 후 이른바 피의 다이아몬드 혹은 갈등(conflict)의 다이아몬드는 전체 생산 유통량의 0.2%에 불과하다"며 "영화가 개선된 상황을 반영하고 있지 않아 그릇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피의 다이아몬드' 또는 '갈등의 다이아몬드'는 시에라리온, 앙골라, 라이베리아, 콩고 등 아프리카 내전지역에서 생산, 군벌들에 의해 내전 자금을 조성할 목적으로 판매된 다이아몬드들을 가르키는 용어. 
지난 90년대 중후반부터 2002년까지 내전이 계속됐던 시에라리온 경우 군벌 및 민병대원들이 다이아몬드 불법채굴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 사지절단 등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으며, 이로 인한 사망자만도 4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등 국제인권기구들은 드비어스 등 각국의 다이아몬드업체들이 이런 실상을 알고도 '피에 젖은' 다이아몬드를 유통시키고 있다고 비판해오고 있다. 특히 그레그 캠벨의 저서 '다이아몬드 잔혹사'는 알 카에다 등 국제테러조직이 다이아몬드 밀매로 테러자금을 조성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해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피의 다이아몬드>에서 디카프리오는 남아프리카출신의 용병 대니 아처로 등장한다. 다이아몬드 밀매로 체포돼 감옥에 갇히게 된 그는 그곳에서 솔로몬이란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시에라리온에서 다이아몬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참혹상을 듣게 된다. 

또한 솔로몬이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엄청난 크기의 다이아몬드 원석을 캐서 은밀하게 숨겨놓았다는 사실, 그리고 솔로몬이 그 다이아몬드를 팔아서 흩어진 가족들을 한 자리에 다시 모으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는 사실 등을 알게된다. 결국 두 사람은 감옥에서 빠져나와 숨겨놓은 다이아몬드를 되찾기 위해 목숨 건 모험을 하게된다.

디카프리오는 영화 개봉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영화촬영을 통해 아프리카 문제를 다시 보게 됐다"며 "이 세상에서 다이아몬드를 사주고 싶은 여성은 어머니뿐이지만 정작 어머니가 다이아몬드를 원치 않으신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다이아몬드를 사지 말아야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다이아몬드 구매할 때 과연 분쟁지역에서 나온 다이아몬드가 아닌지 꼭 생산지 서류를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아프리카의 비극을 줄이는데 큰 기여를 할 수있다"고 강조했다.
  
<피의 다이아몬드>는 오는 12월 8일 미국 등 각국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타임지 11월 22일자 인터뷰] 디카프리오가 말하는 <피의 다이아몬드>..그리고 아프리카

- <피의 다이아몬드>를 찍기전에도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비리에 대해 알고 있었나.
"이른바 '피의 다이아몬드'란 것이 어떤 의미이고, 아프리카에서 다이아몬드로 인해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가에 대해 대충 들은 적은 있었다. 그러나 영화 대본을 받고 나름대로 리서치를 한 후에야 전모를 이해할 수 있었다. 1990년대 시에라 리온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고, 군벌들과 다이아몬드의 상관관계를 알게된 후 정말 충격을 받았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런 다이아몬드와 관련해 약 4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 당신은 다이아몬드 같은 것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늘 허름한 청바지에 야구모자를 즐겨 쓰고 다니던데. 자동차도 평범한 것만 몰고.
"다이아몬드 같은 보석에 열을 올려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금까지 한번도 다이아몬드를 산 적이 없는 건 아니다."
   
- 영화속에서 거친 용병이자 다이아몬드 거래꾼으로 등장한다. 스티브 매퀸이나 클라크 게이블 같은 느낌이 나던데, 모델로 삼은 배우나 캐릭터가 있었는지.
"<시에라 마드레의 보물>이다. 진짜 걸작이다. 험프리 보가트의 최고 연기라고 생각한다."
 
- <피의 다이아몬드>를 찍기위해 6개월 동안이나 아프리카에 머물렀다. 아프리카 체류경험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촬영은 대부분 모잠비크에서 이뤄졌다. 그 나라는 내전으로 황폐화됐다가 최근에서야 경제적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에이즈가 문제다. 국민 10명중 3-4명이 HIV 감염자이다. 영화 촬영 중에 매일같이 직접 그런 상황들과 대면하다보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감정적으로 압도된다고 할까. 미국에서라면, 각자의 삶을 살면서 매일 정해진 일을 하고 어두운 현실을 외면할 수 있다. 하지만 로케이션 중에는 정말로 영향을 받게 된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프리카가 정말 많은 도움과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 아프리카 사람들은 어땠나.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정말 약소한 것만으로 너무나 행복해한다. 말 그대로 거리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오랫동안 내전을 경험했고 고통을 많이 받았는데도 사람들은 길거리에서 즐거움에 충만해 춤을 추는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긍정적인 태도와 삶에 대한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그런 모습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미국에 돌아와 보니, 남들이 불평하는 걸 정말 듣고 있기 어렵더라."
 
- 실제 용병들과 함께 지내기도 했다던데, 어떤 점이 연기에 가장 도움이 됐나.
"관련 서적들을 읽기는 했는데, 배우로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는 힘들더라. 그래서 진짜 용병들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구체적인 질문도 하고 그랬다.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실제 인물과 바에 함께 앉아 술마시면서 직접 대화를 나눔으로써 얻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 마틴 스코세즈의 <디파티드>에서 총쏘는 액션연기가 많았다. 보스턴 갱스터와 아프리카 용병 액션연기가 어떻게 달랐는지.
"완전히 다르다. 아프리카 남부지역 민병대원들을 일부는 전세계에서 가장 고도로 훈련된 사람이라고 할 수있다. 그 어떤 군인들보다도 더 그렇다. 그들로부터 몸을 숨기는 법, 추적하는 법 등을 배웠고, 스턴트 팀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했다."
 
- 아프리카 남부 액센트는 어떻게 익혔는가.
"사람 흉내를 내는데 내가 좀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아프리카 남부 사람들 여러 명을 만나본 뒤 내가 흉내내고 싶은 말투를 가진 남자 한 명을 골라냈고, 그에게 대사를 여러 방식으로 읽게해서 녹음을 했다. 그 사람을 내가 상당히 괴롭혔다. 녹음한 것을 계속해서 다시 들어보면서 액센트를 익혀나갔다."
 
- 육체적으로 힘든 액션부터 열악한 촬영 여건에 이르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곳에서 그것을 지켜봐야한다는 것, 그리고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이익을 챙겨먹는 비정한 기회주의자를 연기해야한 것, 이 두 가지다. 아프리카의 상황과 영화 속 캐릭터 자체가 정말로 내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 그래도 재미있는 순간이 있었다면.
"즐거운 촬영이었다고 말 못하겠다. 하지만 주말 사파리는 재미있었다. 사자 35마리가 사냥하는 것도 봤고, 바닷가에서는 엄청나게 큰 가오리와 헤엄을 치기도 했다. 정말 믿을 수 없게 아름답더라. 아프리카 자연의 아름다움은 다른 것과 비교할 수없이 굉장하다."
 
- 최근 들어 아프리카에 대한 할리우드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피의 다이아몬드> 이외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종차별을 다룬 <캐치 어 파이어>, 거대 제약업체의 아프리카착취를 고발한 <콘스탄트 가드너>, 우간다의 마지막 독재자 이디 아민을 소재로 한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 등등. 게다가 브래드 피트-안젤리나 졸리는 나미비아에서 아기를 출산하기도 했는데..
"나는 어렸을때부터 아프리카 구호를 촉구하는 'USA 포 아프리카'같은 구호를 듣고 보고 자란 세대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우리는 아프리카의 고통받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록스타 보노 같은 사람이 끊임없이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제기해온 결과,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지게 됐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아티스트들이 아프리카 같은 문제를 위해 자신의 시간을 쏟아부으며 일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보노의 활동은) 정말 고무적이다. 그는 나의 영웅들 중 한명이다."
  
- 다이아몬드 업계는 <피의  다이아몬드> 속 상황은 이미 1990년대 일어난 일이고,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석업계가 직접 당신에게 접촉해온 적이 있는가.
"편지를 받은 적은 있는데, 답장을 하지는 않았다. 업계에서는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끔찍한 만행이 극적으로 사라졌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엄청난 광고를 퍼붓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위트니스나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등 국제기구들의 관계자들과 이야기해본다면, 아이보리 코스트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여전히 다이아몬드가 중요한 문제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물론 나는 이 문제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다. 나는 연기하는 배우다. 영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질문을 제기하게 하고, 보석업계가 타당한 대답을 내놓게 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

- 내년 아카데미시상식때 당신의 애인이 다이아몬드를 착용하는 것을 허용하겠는가.
"이제부터는 분명 못하게 할 것 같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