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내가 사랑하는 배우들

상당히 크레이지하신 빌 나이

bluefox61 2006. 6. 29. 16:01
<캐리비언의 해적 2;망자의 함>을 봤습니다. 
조니 뎁 등 주요캐릭터를 제외하고, 다른 출연배우들에 대한 사전정보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의 그 문어대왕(정확한 이름은 기억안납니다)이 어디서 많이 본 사람같았습니다.
본래 얼굴을 알아볼 수없게 헤비 메이크업(문어다리가 얼굴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흐억)에도 불구하고
배우의 카리스마랄까, 분위기랄까 , 그런 것들이 어쩔 수없이 뿜어져나오더라는 이야기이죠. 

영화가 끝나고 확인해본 결과, 역시나 그 '문어대왕'은 예상대로 빌 나이였습니다!!



2년전 국내개봉했던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러브 액추얼리'는 아기자기한 러브스토리로도 재미있었지만,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답게 훌륭한 배우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기쁨이 만만치않았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휴 그랜트와 콜린 퍼스를 제쳐놓고 한눈에 들어온 배우가 있었으니, 바로 빌 나이(56) 입니다. 


알고보면 적쟎이 시니컬한 탓에 웬만한 러브스토리쯤엔 별로 마음이 끌리지 않은 탓인지도 모릅니다. 무슨 소리냐하면, 지나치게 사랑스런 나머지 설탕 코팅을 잔뜩 뒤집어쓴 듯한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남자들간의 우정 , 또는 인간 대 인간의 진정한 이해와 사랑을 다룬 에피소드에서 한물간 록가수로 등장한 빌 나이의 연기가 마음을 가장 찡하게 만들더라는 것이죠.

이 영화에서 빌 나이는 젊은 가수들에게 밀려 인기가 날로 떨어져가고 있는 왕년의 록스타 빌리 맥입니다. 영락한 믹 재거쯤이라고 할까요.그는 라디오 프로에서 ″청소년 여러분 마약사지 마세요, 록스타가 되면 사지않고도 공짜로 즐길 수있답니다″라고 버젓이 지껄일 정도로 후안무치에다 주책과입니다. 
그와 수십년 세월을 함께 지내오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매니저는 기획 캐롤음반으로 떨어진 인기를 만회해보려고 애씁니다. 빌리는 캐롤 음반을 우습게 여기면서도 녹음 때 간단한 가사하나 외우지 못해 쩔쩔매죠. 어쨌거나 음반은 예상과 달리 대박을 치고, 빌리는 팬들과의 약속대로 TV에 나체로 출연해(기타로 중요부위를 절묘하게 가린채) 캐롤을 부르게됩니다.
이제 다시 초특급 인기스타가 된 빌리가 미녀와 명사들이 우글대는 크리스마스 파티들을 마다한채 찾아가는 사람은 바로 늘 자신의 뒤에서 궂은 일들을 돌봐줘왔던 매니저입니다. 이제는 늙어버린 록스타와 어느새 머리가 다 빠져 대머리가 된 늙은 매니저가 나누는 따뜻한 포옹이야말로 진짜 사랑(러브 액츄얼리)가 아닐까요.

영화 속 빌리 맥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사실 전적으로 빌 나이의 연기때문입니다. 육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깡마른 몸매와 강렬한 마스크로 스크린을 꽉 채우지요.

사실 그가 록가수 역할을 맡은 것은 브라이언 깁스 감독의 98년작 스틸 크레이지이후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이 작품에서도 그는 에고이즘과 왕자병으로 똘똘뭉친 몰락한 록가수였지요. 저는 이 작품에서 빌 나이란 배우를 처음 만났을때, 진짜 록 가수 출신 배우인줄로만 알았습니다. 그야말로 상당히 크레이지한 이 분의 연기가 그만큼 리얼했다는 이야기이죠. 
하지만 알고보면 영국 연극학교출신에 톰 스토파드 등의 작품에 출연한 정통파 배우입니다. 50대에 들어서면서 영화쪽 활동이 부쩍 많아져서, 언더월드에 흡혈귀 대마왕으로도 출연했습니다.

상상불허의 빌 나이, 또 다른 영화에서  어떤 크레이지한 매력을 발산하실지 벌써부터 기대 만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