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유럽의 제3정치세력 돌풍

bluefox61 2012. 5. 10. 19:56

 경제난에 지친 유권자들의 반란인가, 민주주의 체제 붕괴의 전주곡인가.
 유럽 각국에서 기성정치권력에 도전하는 제3당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중도세력은 몰락하고 극우,극좌, 포퓰리즘적 정당들이 급부상 중이다. 불과 몇해전만해도 의회진출은 꿈에도 꿀 수없던 정당들이 의석을 차지하는데 그치지않고 제2정당으로 정국을 주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유럽 극우,극좌 정당의 역사는 깊지만 최근들어서처럼 정국의 핵으로 등장하기는 이례적이다. 2009년 그리스발 재정위기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뿐만 아니라 전유럽으로 확산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해까지만해도 반(反)긴축여론은 주로 거리행진,파업,점거시위 등으로 표출됐다. 국가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할 때는 언제이고, 위기가 터지니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권력층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

 그러나 시위는 시위일뿐. 세상을 바꾸는데는 한계가 있다. 2012년 '선거의 해'가 되자, 유럽 각국의 유권자들은 기성 정치인들에 대해 처벌하고 나섰다. 지난 6일 프랑스 대통령 결선투표에서 패배한 니콜라 사르코지를 포함해 재정위기 발발이후 선거에서 패배한 유럽 지도자는 무려 11명.이념은 중요하지 않다. 무조건 현 권력을 갈아보자는 심판론에 대통령,총리들이 우수수 나가 떨어졌고, 중도성향 기성정당들은 급진 군소 정당에게 밀려나는 수모를 겪고 있다.

 


 극우,극좌, 포퓰리즘적 정당들은 반긴축재정, 반구조조정, 최저임금인상, 일자리 창출 등 달콤한 약속들로 회의에 빠진 유권자들의 지지확대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일부 정당들은 외국인 근로자 유입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국경지대 지뢰설치까지 주장하는 등 제노포비아(인종혐오주의)적 극단 민족주의 성향까지 내세워 소외된 실업자, 저소득 근로자 층으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 소재 삭소뱅크의 슈텐 야콥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 등과 최근 인터뷰에서 "정치권이 유럽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정치권과 유권자 간 공백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극우 정당의 대약진= 지난 4월 22일 프랑스 대통령선거 1차투표 결과에 프랑스 국민들은 물론 전유럽이 경악했다. 극우 민족주의 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가 17.9%를 득표하며 제3후보로 당당히 자리매김했기 때문이었다. 르펜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가 무려 600만명에 이른 것. 그들의 눈에는 긴축재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부쳐온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나, 중도좌파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나 배부른 정치권력이긴 마찬가지인 셈이다. 국민전선 창당이후 최고 지지율에 고무된 르펜의 현재 관심은 6월 총선에 집중돼있다. 국민전선은 이번 총선을 통해 15년만의 원내진출 숙원을 풀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극우정당의 급성장은 프랑스 뿐만 아니라 전유럽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네덜란드에선 지난4월 23일 헤이르트 빌더스가 이끄는 극우 자유당이 유럽연합(EU)이 요구하는 정부재정 긴축 합의에 반발하면서 마르크 뤼터 내각을 붕괴시켰다. 이슬람경전 코란을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 비교하는 등 수차례 증오범죄 혐의로 재판까지 받았던 빌더스의 자유당은 2010년 총선에서 16% 득표율을 얻어 제3당 지위를 차지하고 연정에도 참여해왔다.  최근 수년간 꾸준히 우경화돼온 네덜란드 유권자들이 오는 9월쯤 열릴 예정인 총선에서 자유당에게 제1당 지위를 부여한다면, 빌더스는 차기정부의 총리가 될 수도 있다.

 

 지난 6일 그리스 총선에서는 나치의 십자가(하켄크로이츠)를 변형한 듯한 심벌만으로도 섬뜩한 '황금새벽'당이 6.9%를 얻어 21명의 의원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1993년 군인 출신인 니콜라오스 미칼로리아코스가 창당한 황금새벽당의 당원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나치식 거수 경례를 한다. 사회주의단체와 이민자 단체들을 무력으로 공격한 적도 있다. 2009년 이후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되자 경제위기의 모든 원인을 불법이민자에게 돌리며 지지기반을 급속히 확대해온 황금새벽당은 터키와의 국경지대에 지뢰밭 설치, 이민자출신 선거권박탈, 구제금융협상 무료화 등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극우정당의 급성장은 사실 전 유럽적 현상이다. 헝가리에서는 2010년 총선에서 극우 요비크당이 46석을 확보해 제3당이 됐고 오스트리아,  2010년 총선에서 46석을 확보해 제3당이 되었다.스위스 국민당 역시 의석 점유율 31%를기록하고 있다. 이밖에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각국에서도 극우정당들이 점점 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극좌 정당의 급부상 = 요즘 올랑드 프랑스 당선자보다 언론의 관심을 더 많이 받는 주인공은 그리스 급진좌파연합 시르자당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당수이다. 6일 총선에서 16.78%를 득표해 52석(총의석 300석)을 차지하면서 전통을 자랑하는 사회당을 누르고 제2당이 된 것. 제1당 신민당과의 득표율(18.85%) 차가 2%포인트차에 불과하다. 2009년 총선에서 13석을 얻는데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시리자당은  2004년 '좌파운동 및 생태운동(시나스피스모스)'당, 그리스공산당기구(KOE), 좌파행동통합운동(KEDA)등 급진좌파성향 11개 정당의 연합체 형태로 창당됐다. 2009년 총선에서 13석을 얻는데 그쳤던 시리자당은 2차례에 걸친 구제금융사태를 맞으며 서민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른 틈을 타 지지기반을 급속히 확대하는데 성공했다. 무정부주의(아나키스트)당과 공산당이 버젓이 존재하는 그리스의 이념지형에서 사실 시르자는 극좌라기보다는 강경좌파에 가깝다. 치프라스 당수는 최근 독일 디벨트지가 자신을 "무정부주의자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반범죄인"으로 지적한데 발끈해 거액의 소송을 제기할만큼 울트라 좌파세력과는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리스 총선에서 약진한 또하나의 극좌정당은 공산당(KKE)이다.공산당은 8.5%의 득표율로 26석을 차지, 원내 제 5당에 올랐다.

 

 

 

 

 그리스를 제외한 유럽의 극좌정당들은 극우정당만큼 대중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프랑스 총선에서 좌파전선의 장 뤽 멜랑숑 후보가 4위인 11.10%의 득표율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트로츠키파인 울트라 극좌정당 노동자투쟁당의 나탈리 아르토후보는 0.56% 득표율에 머물렀다. 반자본주의당의 필립 푸투 후보도 1.15%에 불과했다.
 유럽 각국에서는 극우정당과 마찬가지로 공산당 등 극좌 정당들도 합법적으로 정치활동을 하고 있다. 극우정당에 비해 대중성이 적은 이유는 극좌정당 지지가 곧 반자본주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극우민족주의 정당들은 유럽적 가치수호란 이름으로 외국이민자규제,반이슬람주의 등 호소하면서 소외된 저소득층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무이념적 신생정당 =  극우, 극좌 등 이념적 편가르기를 거부하는 신생정당들의 돌풍도 무섭다.

지난 6일 독일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주 지방선거에서는 신생정당인 해적당이 8%의 지지율을 확보해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독일 지방선거 결과는 연방상원구성과 연결되기때문에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2006년 창당된 독일해적당은 앞서 지난해 베를린시의회에 최초로 입성하면서 국제적으로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해적당은 독일,스웨덴 등 전세계 40여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제연대정당이다. 이념을 거부하며, 스스로를 정보화사회정당이라고 규정한다. 시민권확대 및 지적재산권 개혁, 무상교육 등이 핵심 공약이다. 교육과 정보에 대해 자유로운 접근할 권리를 모든 인간이 가진 권리로 보고 있다.당원들의 평균연령은 29세 내외. 독일해적당은 13일 최대인구 주인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지방선거에서는 13% 득표율을 기록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밖에 이탈리아에서 부패권력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운 '5스타운동'당이 지지기반을 급속히 확대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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