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교황청 스캔들 ..오를란디 실종사건

bluefox61 2012. 5. 15. 19:54

바티칸과 마피아, 돈과 살인, 미제 실종사건과 익명의 제보 등 1급 스릴러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실제 미스터리 사건에 유럽은 물론 미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로마 산타폴리나레 성당 지하 납골당에서는 경찰 입회하에 20여년된 관 하나의 뚜껑이 열렸다. 관 속에 누워 백골이 다된 시신은 한때 로마를 공포 속에 몰아넣었던 악명높은 '말리아나 갱단' 두목 엔리코 데페디스(사망당시 38세). 문제는 관  옆에 놓인 수상한 상자 수십개였다.  안사통신 보도에 따르면, 상자를 열어 본 법의학자와 검시관들은 깜짝놀랐다. 상자마자 주인을 알 수없는 뼈들이 가득 들어있었던 것.


 

< 산타폴리나레 성당 입구>

 


가톨릭의 총본산 바티칸  한 복판에서 진행된 이날 조사는 1983년 발생한 15세 소녀 에마누엘라 오를란디 실종사건 해결에 필요한 단서를 찾기 위한 것이었다. 81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암살시도사건, 82년 교황청은행의 주거래처였던 암브로시아노은행 파산, '신의 은행원'으로 불린 로베르토 칼비의 의문스런 죽음 등 초대형 사건들이 이어지던 시기에 발생한 오를란디 실종사건은 지난 30여년동안 이탈리아에서 수많은 '음모이론'을 탄생시키는 역할을 했다.

 

<오를란디>

 

당시 교황청은행장이었던 미국인 폴 마신커스 추기경(2006년 사망)이 모종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데페디스를 시켜 은행직원의 딸인 오를란디를 납치했다는 설, 오를란디의 진짜 아버지는 마신커스 추기경이며 그를 협박하기 위해 데페디스가 소녀를 납치했다는 설, 오를란디 실종사건 수주 후 교황청으로 전화를 걸어온 익명의 남자가 교황암살범 석방을 요구하며 오를란디와 맞교환을 제안했다는 설 등등이 쏟아진 것. 마신커스 추기경은 교황청은행장 시절 막대한 투자를 몰아줬던 암브로시아노은행이 파산하자 책임론과 부정혐의에 시달렸으며, 이 와중에 최측근이었던 칼비가 영국 런던의 한 다리에 목을 매단 시신으로 발견되자 온갖 의혹을 한 몸에 받았다.

 

< 데페디스>


 

오를란디 사건이 재조명된 것은 2005년.'실종자찾기'TV프로그램 방송도중 익명의 전화제보자가 "오를란디 미스터리를 풀려면 데페디스 무덤을 열어봐라"라고 알려온 것.2008년 데페데스의 전여자친구가 " 마신커스 추기경이 요구해 옛 남친이 오를란디를 납치했다"고 주장해 이탈리아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교황청은 "한점 의혹이라도 규명하겠다"는 입장에 따라, 오를란디 가족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례적으로 지하납골당 조사를 허가했다.

 

<폴 마신커스 추기경>


 

교황청과 범죄조직 결탁설은 늘 제기돼왔던 것이다. 특히 1990년 총에 맞아 사망한 데페디스가  추기경급에만 허용되는 산타폴리나레성당 납골당에 매장됐을 당시에도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교황청의 해명은 "데페디스가 옛잘못을 뉘우치고 좋은 일도 많이했다"는 것이었지만, 이를 시원스럽게 받아들이는 이탈리아인은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오를란디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해온 작가 리카 디 지오키노는 영국 텔레그래프지와 인터뷰에서 '다빈치코드'로 유명한 댄 브라운의 어떤 소설보다 흥미진진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된 뼈들 속에 오를란디의 것이 포함돼있는지 여부가 가려지려면 최소 수주가 걸릴 것으로 현지언론들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