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테이퍼링 충격 현실화될까... 빨간불 켜진 '벼랑 끝 8개국'

bluefox61 2014. 1. 17. 07:17

"'취약 5개국(Fragile 5)'은 잊어라. 이젠 '벼랑 끝 8개국(Edgy 8)'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슈로더가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로 직격탄을 맞을 위험이 큰 국가가 기존 5개국에서 8개국으로 늘어날 것으로 경고했다. '취약 5개국'이란, 지난해 모건스탠리가 테이퍼링에 특히 취약한 국가로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등 5개국을 지목하면서 붙인 표현이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자 아시아판 기사에서 슈로더가 하루 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테이퍼링의 충격이 예상보다 확산될 것으로 경고하면서 기존 5개국에 헝가리, 칠레, 폴란드를 추가했다고 전했다. 슈로더는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도 테이퍼링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지만 , 외부적 요인에 노출된 다른 8개국과 달리 주로 국내경제 문제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큰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지적했다.

 


FT는 슈로더 분석을 토대로 8개국의 총외부자금조달요구액(GEFRㆍ단기외채와 경상적자 총합)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국가들이 2년을 버티지 못할 것을 전망했다. 슈로더의 이머징마켓 전문 이코노미스트 크레이그 보덤은 FT와 인터뷰에서 " 지금 투자자들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이머징마켓의) 자금 흐름이 중단되거나 역류되는' 갑작스런 중단(sudden stop)'"이라면서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부채가 많은 기업과 금융기관에 엄청난 영향이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벼랑 끝 8개국(edgy 8)'의 외환보유 현황( 총외부자금조달요구액 대비 외환보유 비율)>
 *기준= 2013년 2분기
 
 남아공  1.2
 터키 0.9
 브라질  2.0
 인도  1.2
 인도네시아  1.2
 헝가리 1.7
 칠레 1.0
 폴란드  2.1
 
 *자료 슈로더


세계은행도 슈로더와 같은 경고를 하고 나섰다. 세계은행은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주요국의 테이퍼링에 따라 "무질서한 조정이 발생한다면 신흥국으로의 자금 흐름은 수개월에 걸쳐 최대 80% 줄어들 수 있다"며 "이는 신흥국 국내총생산 (GDP)을 0.6%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부드럽게 조정돼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완만하게 감소하는게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있는 최선의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또한 선진국들 역시 테이퍼링 과정에서 장기금리 급등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금리가 최대 200bp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기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신흥국에 유입되는 자금이 평균 30% 감소하며, 2%포인트 뛰면 감소율이 45%로 높아진다고 보고서는 분석하면서 기존 '취약 5개국' 이외에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를 거명했다. 반면, 슈로더가  '벼랑 끝 8개국'에 포함시킨 헝가리를 비롯해 루마니아와 체코 등은 선진국 테이퍼링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내다봤다.
 

슈로더와 세계은행의 경고는 이미 남아공의  랜드화 가치 추락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 최대 경제국인 남아공 랜드화 가치는 15일 장중 달러 당 10.90에 거래돼 지난 2009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남아공 경제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자금 유입에 힘입어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외국 자본 이탈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랜드화의 달러당 가치는 19%까지 하락한 상태이다. 
 

한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글로벌 경기회복 속도가 느린만큼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확대 기조를 거둬들일 때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쪼 " 미 Fed가 지난해 12월 자산매입 축소를 결정할 때처럼  단계적이고 시장과 잘 소통하는 방식으로 출구전략을 지속한다면 시장이 크게 요동치지 않을 것"이라며  "디플레 국면에 빠지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IMF는 오는 21일 세계경제 전망수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