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올랑드, 집권 1년 반만에 친기업으로 변신?

bluefox61 2014. 1. 15. 11:31

여배우와의 밀회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회복에 정치 생명을 걸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14일 파리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에서 가진 올해 첫 기자회견에서 기업세 200억 유로, 기업의 사회보장 부담금 300억 유로 등 총 500억 유로(약 72조 6000억 원) 규모의 감면을 골자로 하는 친기업 정책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기업의 세금과 고용 비용 부담을 덜어줘 고용창출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사회보장 부담금은 기업이 직원 고용시 부담하는 사회복지 비용을 가리킨다. 


프랑스 역대 사회당 정부에서 기업의 사회보장 부담금을 줄여주기는 올랑드 정부가 처음이다. 보도채널 프랑스 24 등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사회보장 부담금 감축으로 기업의 급여 부담이 약 5.4%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함께 올랑드 대통령은 올해에만 150억 유로 규모의 공공지출을 감축하고, 오는 2017년까지 총 500억 유로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올랑드 대통령이 2012년 5월 취임 직후부터 부자세 도입 등 기업 등 부유층에 대한 압박 정책을 취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감세 정책은 획기적인 '전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친기업정책으로) 유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경제개혁정책을 보다 신속하고, 전향적이며, 더 과감하게 행하겠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올랑드가 사회민주주의자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기업세 인하, 고용복지비용 감축은 프랑스고용주연맹(Medef)이 그동안 정부에 끈질기게 촉구해왔던 것으로, 연맹 측은 기업세 500억 유로 감면과 고용복지비용 500억 유로 감면이 현실화될 경우 약 1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있다고 주장해왔다.


 

 

 

올랑드 대통령이 집권 약 1년 반 만에 친기업 노선을 택하게 된 이유는 프랑스 경제상황이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긴축정책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공공부채와 기업 경쟁력 감소, 악명높은 친노동정책, 높은 실업률 등으로 인해 유럽을 위협하는 '바게트 폭탄'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추진해온 (경제)정책이 너무 취약한 결과를 낳았다"는 말로 , 사회당 정부의 정책 실패를 간접 시인했다. 그는 특히 10.8%(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25%)에 달하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는 '책임협약'을 강조하면서, 고용 창출을 촉진하고 모니터링하는 전문 기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대통령의 밀회 스캔들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대통령이 약 20분간 연설한 후 질의응답 순서가 시작되자마자 나온 첫 질문이 "(대통령의 동거녀)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는 아직도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인가"였다. 이에 대해 올랑드는 " 누구나 인생에서 어려운 때가 있듯이 내 경우도 그렇고, 고통스런 순간을 겪고 있다"며 "(트리에르바일레르의 지위 문제는) 다음달 미국 방문 이전까지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AP, BBC 등은 미국, 영국에서는 대통령과 총리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무례할 정도로 공세적인 질문을 퍼붓는 것과 달리 프랑스 언론인들은 스캔들과 관련해 두 세개의 젊잖은 질문을 던진 후 대통령의 의도대로 경제 이슈에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 장 뤽 멜랑숑 좌파전선 당수는 "우파 (경제)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좌파의 대규모 거리 시위가 벌어질 것"이라며 올랑드를 강하게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