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참 바쁘신 프랑스 대통령들... 엘리제궁의 막장 드라마

bluefox61 2014. 1. 13. 10:52

지난 2012년, 17년만의 좌파정권 탄생을 알리며 기대를 모았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참 되는 일이 없다. 집권 초기부터 곤두박질치던 경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극우주의가 급성장하고 있으며, 지지율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 와중에 이번에는 섹스 스캔들이다. 어느 나라 여자대통령은 퇴근해서도 서류 들여다보느라 개들하고 놀아줄 시간도 없다는데, 올랑드 대통령은 동거녀의 눈을 피해 새 애인에게 빠져 외박까지 하고 있다. 

 

 

가십전문 주간지 클로저가 10일자에 게재한 7페이지 분량의 올랑드 밀회 관련 사진들 중 일부>

 

 

올랑드의 연애 스캔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골수 사회주의자인 올랑드는 젊은 시절부터 결혼을 부르주아 제도로 규정하고 비혼주의를 선언했던 사람으로, 2007년 프랑스 대통령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을 버리고 파리마치 지 기자출신인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와 살림을 차렸다. 루아얄과 30여년간 살면서 네 아이를 낳았던 그는 공식적으로 루아얄과 헤어지기 약 2년전부터 트리에르바일레르와 애인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결혼 전 사르코지와 브루니

 

올랑드 보다 연애사에 더 바빴던 사람은 니콜라 사르코지이다. 그는 대통령 5년 임기동안  이혼, 연애, 결혼, 출산을 해치우는 기록을 세웠다. 역대 프랑스 공화국의 대통령들 중 다수가 임기 중 연애생활을 활발하게 했지만, 사르코지처럼 LTE급 속도로 애정사를 펼친 인물은 없었다.


사실 사르코지와 전부인 세실리아는 대선 승리 전부터 관계가 나빴던 것으로 알려져있었다. 심지어  세실리아는 남편의 대선 승리 축하행사에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을 정도였다. 임기 첫해부터 별거중이라느니, 대통령 부인이 딴 남자와 열애중이라니 등등 스캔들이 터지더니 이내 두 사람은 이혼을 했고, 몇 달 후 사르코지가 수퍼모델 브루니와 만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혼 전부터 사르코지와 브루니가 만났다는 설도 있지만, 어쨌든 두사람은 만난지 9주만에, 그리고 첫 보도가 나온지 3주만에 신속히 결혼해 스캔들을 잠재웠다.

 

앞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잦은 혼외정사로 부인 다니엘 프랑수아를 괴롭혔고, 지스카르 데스텡 대통령과 자크 시라크 대통령도 임기 중 연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프랑스 언론은 미테랑 대통령이 연인 안 펭조와 사이에서 딸 마자린 펭조를 낳았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공직자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것을 잘 알려진 일이다.

 

세골렌 루아얄과 맏아들

 

아무튼, 올랑드 뿐만 아니라 트리에르바일레르도 이번 일로 큰 타격을 받을 게 분명하다. 프랑스 공화국 역사상 최초의 결혼하지 않은 퍼스트레이디인 트리에르바일레르의 신분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걸까. 올랑드에게 새 애인이 생겼으니, 더이상 퍼스트레이디의 자격은 없는 것일까.

 

당초 트리에르바일레르가 대통령궁에 들어가 퍼스트레이디 노릇을 하는데 대해서도 이견이 적잖았던 것이 사실이다. 2012년 올랑드 취임 전, 일각에서는 트리에르바일레르가 올랑드와 연인관계는 이어가되, 대통령궁에는 들어가지 않고 사저에서 살면서 자기 일을 하며 지낼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리에르바일레르는 당당히 퍼스트레이디 자리를 차고 앉았을 뿐만 아니라, 올랑드가 자기 아이들의 어머니인 루아얄을 하원의장직에 앉히려하자 대놓고 반대해 눈총을 받았다. 올랑드의 아이들은 '아버지의 여자'인 트리에르바일레르와 말도 섞지 않는 사이이다.

 

이번 스캔들에 대한 루아얄은 어떤 반응을 나타냈을까? 루아얄은 12일 한 TV방송과 인터뷰를 가졌는데, 국정을 논하기 위해 응한 인터뷰에서 전 애인의 스캔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사람들의 입방아에) 말을 덧붙이고 싶지 않다"며 "이젠 (가십 잡지) 페이지를 덮고 일 할 때"라고만 답했다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비밀연애 파문이 정치권으로 본격 확산되고 있다. 
 

보수 야당 대중운동연합(UMP)의 장 프랑수아 코페 당수는 12일 AFP, 르피가로 등 현지언론들과 인터뷰에서 "올랑드 스캔들이 대통령직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고 맹비난했다.또 "대통령으로서 올랑드의 판단력이 의문시된다"며 " 해외신문을 보면 프랑스 관련 뉴스는 대통령의 염문과 극우 코미디언 디외도네 파문 뿐"이라고 개탄했다. 


앞서 지난 10일 프랑스 주간지 클로저는 올랑드 대통령이 여배우 쥘리 카예와 지난해 6월부터 비밀리에 만나 왔다면서, 관련사진까지 공개했다. 이에 대해 올랑드는 "사생활을 침해당했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지만 보도 내용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야당은 올랑드에 대한 공격뿐만 아니라 그의 동거인인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르를 겨냥한 공세도 시작했다. 비서 5명을 비롯해 의상, 경호, 자가용 비행기 등 세금으로 트리에르바일레르에게 제공되는 각종 서비스를 즉각 박탈해야 한다는 것이다. UMP 하원의원 다니엘 파스뿷은 1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 과연 누가 프랑스의 퍼스트 레이디인가"라면서, 대통령의 연인이 바뀐 만큼 트리에르바일레르에게 국민혈세가 들어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트리에르바일레르는 클로저의 폭로 내용에 충격을 받아 지난 10일부터 파리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다. 비서실은 성명을 통해 트리에르바일레르가 "휴식을 취하고 몇가지 검사를 받기 위해 입원했다"며 13일 쯤 퇴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2년 프랑스 공화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과 결혼하지 않은 '애인' 자격으로 '퍼스트레이디'가 된 트리에르바일레르는 올랑드가 '파트너'이자 자신의 네 아이의 어머니인 세골렌 루아얄과 동거할 당시인 지난 2005년부터 은밀한 연인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론조사기관 Ifop가 12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7%는 "대통령 사생활에는 관심없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여론 분석가 프레데릭 다비는 이날 주르날 뒤 디망슈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워낙 낮은 만큼 스캔들로 그리 달라질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랑드의 지지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해 역대 최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유럽 각국의 경제계에서는 올랑드가 14일 신년 연설에서 야심찬 경제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란 점에서 스캔들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올랑드는 이번 연설에서 경제회복을 위해 정부지출감축, 복지정책 개혁, 세금 부담 줄이기 등 과감한 '친 기업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3일자 아시아판 기사에서 "스캔들이 최악의 시점에 터졌다"며 "올랑드가 경제살리기에 앞서 자신의 정치적 위상부터 살려야 할 처지기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