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미성년자에게도 안락사 권리를?

bluefox61 2014. 2. 13. 07:11

 미성년자 안락사 허용법의 발효를 눈 앞에 둔 벨기에에서 이를 둘러싼 논쟁이 또다시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상원에서 찬성 50표, 반대 17표로 통과된 미성년자 안락사 허용법안은 13일쯤 하원 승인과 국왕 서명을 거쳐 즉각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법에 따르면, 18세 이하 말기 환자는 본인의 분명한 의사표명과 부모의 동의가 있으면 안락사를 택할 수 있다. 법안이 발효되면, 벨기에는 네덜란드에 뒤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미성년자의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가 된다. 지난 2001년 세계최초로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한 네덜란드는 12∼15세 말기환자 경우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16세부터는 부모에게 통보하고 안락사를 선택할 수있는 권리를 인정해주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미성년자 안락사 허용에 관한 지지율은 약 75%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 찬·반론이 여전히 팽팽하다. 최근 저명한 소아과 의사 100명은 법안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미성년자가 안락사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해 스스로 결정하기가 쉽지 않으며, 지금 당장 법을 제정할 필요성이 적다는 이유로 반대론을 주장했다. 가톨릭 교단에서도 " 장기적인 측면에서 사회에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죽을 권리 협회'회장인 소아과 의사 마르크 반 호이는 11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법이 발효되더라도 실제로 적용대상이 될 환자 숫자는 많지 않아 미성년 안락사 범람을 우려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치료가 불가능한 어린 말기 환자가 무의미한 생명연장으로 고통받을 경우, 인도적 차원에서 안락사를 선택할 권리를 인정해줘야한다는 것이다. 나이 때문에 안락사 선택권이 없다면, 그것도 중대한 차별이란 것이다. 
 

현재 안락사를 법으로 허용하고 있는 국가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이다.  미국에서는 오리건 주가 1997년부터 허용하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 직접 안락사를 시키는 것은 여전히 불법이지만 안락사를 돕는, 이른바 '조력자살'은 인정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대개 존엄사를 허용하고 있지만, 법제화 수준은 조금씩 다르다. 


미국에서 자발적 존엄사를 법적으로 인정한 것은 지난 1994년 오리건주가 최초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존엄사 정당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미 연방 대법원은 2006년 ‘존엄사에 대한 결정은 각 주별로 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률로 존엄사를 인정하는 곳은 오리건주와 워싱턴주 2곳뿐이지만, 인공호흡기 제거행위 등은 40개 주에서 용인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소생가망이 없는 환자들이 ‘공격적인 치료’를 거부할 수 있고, 생명이 위태로워지거나 자기 의사를 말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대비해 치료 거부 의사를 밝히는 ‘사망 유언’을 할 수 있다. 지난 1993년 ‘3년 이상 식물인간 상태로 있는 경우 영양공급장치를 제거해도 좋다’는 판결이 나온 후 존엄사가 폭넓게 인정되는 추세다. 


프랑스에서는 말기 환자에게 존엄사 권리를 인정한 ‘인생의 마지막에 대한 법안’이 지난 2004년과 2005년 각각 하원과 상원을 통과했다. 단 환자 고통을 단축할 수 있는 조건은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판례상으로는 10여년 전부터 존엄사가 인정되고 있지만 법제화는 되지 않은 상태다. 독일은 존엄사를 ‘죽음에 있어서의 도움’이라고 부르는데, 독일 연방법원은 이와 관련해 ‘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며, 환자의 의지는 신체불가침권의 표현으로 제한없이 인정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일본은 생명을 의도적으로 단축시키는 적극적 안락사는 형법상 살인죄로 다루되, 인공호흡기 등 생명연장 수단을 제거하는 존엄사는 대체로 용인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06년 4월 회복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에 대해 사실상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말기 환자 치료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최근에는 존엄사 법제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