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극단이슬람, '시리아판 바미얀' 자행하나..위기의 시리아 문화유산

bluefox61 2014. 2. 20. 11:23

장기간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서 극단 이슬람 반군세력이 종교를 내세워 고대 로마 및 비잔티움시대 유적을 파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의한 바미얀 석불 파괴, 2012년 아프리카 말리의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에 의한 팀북투 문화재 파괴에 뒤이은 조직적 문화재 훼손 사건이란 점에서 세계 문화계가 큰 우려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시리아의 십자군 시대 성채인 크락 데 슈발리에>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에 의해 조직적으로 파괴된 것으로 알려진 라카의 6세기 모자이크화의 일부>

 

<모스크의 모자이크 벽을 보호하기 위해 벽돌을 쌓는 시리아 사람들>

 



사건이 벌어진 곳은 시리아 북부 지역에 있는 라카 인근의 고고학 발굴지역. 지난 1월 말 ,'이라크와 레반트의 이슬람국가(ISIL)' 소속 반군들이 이곳에 몰려와 폭탄을 터트려 6세기 비잔티움 시대의 모자이크 그림들을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이슬람교가 금지하는 사람 얼굴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 이유였다. 


신화를 소재로 한 모자이크 그림들은 지난 2007년 처음 발굴됐을 당시 고대 로마의 모자이크 제작 기법을 그대로 보여주는데다가 , 보존상태도 매우 좋아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현지의 한 문화재 관련 관리는 최근 영국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터키의 한 부호가  이곳을 방문해 구매를 타진하고 돌아간 후 모자이크 그림의 존재를 알게 된 ISIS 반군들이  이슬람 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폭파해버렸다"고 말했다.

 

인근 샤슈 함단에서는 로마시대 공동묘역의 인물 조각상들이 반군에 의해 파괴됐고, 알 카토라 지역의 조각상도 총 등으로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ISIL 뿐만 아니라 알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무장조직 자바트 알 누스라 반군들도 인간 형상을 하고 있는 유물들을 조직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시리아 문화재 총괄책임자인 마문 알둘라림은 인디펜던트와 인터뷰에서 " 극단 이슬람 세력으로 인해 많은 유물들이 위험에 처해있다"며 " 내전이 더 지속될 경우 초기기독교 시대의 십자가 조각과 로마시대 조각상, 신화 속 신들을 소재로 한 비잔티움 시대 모자이크 그림들은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리아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어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유적과 비잔티움 시대 유적, 유물이 즐비한 국가이다. 로마시대 건축양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팔미라 유적, 전세계에서 가장 완벽하게 보존돼있는 십자군 시대 성채 크락 데 슈발리에 등이 대표적이다. 시리아는 6개의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일부 지역을 장악한 극단 이슬람 무장세력들이 교리를 내세워 서구에 뿌리를 둔 문화재들을 대거 파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레포의 우마야드 사원의 폭격 전후 모습>


<알레포 구시가의 과거와 현재 모습>


지난 3년에 걸친 내전으로 시리아 국민은 물론 문화재도 만신창이가 됐다. 이슬람 문화재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슬람권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을 알려진 보스라의 알 오마리 사원이 정부군과 반군의 전투로 크게 부서졌고, 알레포에 있는 11세기 우마야드 사원의 유명한 미나레트(탑)는 폭격으로 박살났다. 시리아 최대 비잔티움 시대 가톨릭 유적인 성 시메온 성당은 군 훈련기지로 이용되면서 반군의 집중 폭격을 받아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약탈도 심각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반군들이 아예 굴삭기 등을 동원해 문화재를 파내 가져가 암시장에 팔아 무기를 구매한다는 소문도 있다.  심지어 인근 터키, 이라크, 레바논 등에서까지 약탈꾼들이 시리아로 들어와 약탈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2년에는 크락 데 슈발리에 성에 무장 군인들이 들이닥쳐 문화재를 마구 약탈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당시 목격자들은 "정부군인지 반군인지 명확하게 신분을 알 수없는 무장군인들이 한꺼번에 난입해 무자비하게 약탈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유네스코는 알레포 구도심, 팔미라, 크락 데 슈발리에 등 시리아 세계문화유산 6곳을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목록에 올린 바 있다. 마문 압둘라림은 " ISIS에 의한 모자이크 그림 파괴는 시리아 문화재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면서 "긴 세월동안 숱한 전쟁과 침략 속에서도 건재해온 유적들이 이제 곧 돌더미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은닉한 문화재들을 회수하는 미군 특수부대원들의 활약을 기록한 책'모뉴먼츠 맨'의 저자  로버트 에드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문화재는 인류 모두의 것"이라면서 "각국이 무인기(드론)를 보내서라도 시리아 문화재 파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