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군사개입이냐, 겁주기냐... 푸틴의 전투태세 점검훈련 명령 속셈은?

bluefox61 2014. 2. 27. 11:35

러시아와 서방의 우크라이나 '워 게임(War Game)'이 현실화되는 것일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서부 지역 군부대에 전투태세 점검훈련 명령을 전격적으로 내린 데 이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은 중대한(grave) 실책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두 나라 간의 긴장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지만 ,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동유럽의 불안감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앞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6일 "대통령의 지시로 오늘 오후 2시부터 오는 3월 3일까지 서부 군관구 소속 군부대와 중앙 군관구 소속 제2군, 우주군, 공수부대, 항공수송부대 등에 전투태세 점검을 위한 비상이 걸렸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훈련이 우크라이나 사태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극동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가졌던 것처럼 정규적인 훈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내 크리미아자치공화국의 주민들이 연일 친러시아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무려 15만 명의 병력이 참가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이란 점에서, 푸틴의 속셈이 과연 무엇인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0년 6개 군관구에서 4개 군관부 편제로 바뀌어, 현재 러시아군관구는 서부 군관구, 중부 군관구, 남부 군관구, 동부군관구로 구성>

 


모스크바 카네기센터의 군사문제 전문가 드미트리 트레닌은 26일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푸틴의 이번 군사훈련 명령은 키예프에 있는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를 향해 크리미아 반도에 우크라이나 군대를 보내말라는 경고 메시지"로 분석했다. 러시아의 군사문제 전문가 알렉산드르 골츠는 "서방국가들의 신경을 건드려 어떻게 나오는지 보겠다는 푸틴의 테스트"라고 지적했다. 골츠는 " 군사적 개입 의도가 없다 하더라도 지역 긴장구도를 악화시킬 것이 확실하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케리 국무장관은 26일 언론인터뷰에서 "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개입해 우크라이나 영토주권을 침해한다면 중대한 실책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동·서 전쟁터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 '록키4'편 (상황)은 아니다" 란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냉전 말기인 1985년 개봉된 '록키 4'편은 주인공 록키가 소련의 이반 드라고와 목숨을 건 권투시합을 벌이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케리 장관은 러시아의 군사훈련에 대한 미군의 대응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러시아의 군사개입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만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에 10억 달러(약 1조 7000억 원) 규모 차관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미ㆍ러양국이 우크라이나를 놓고 '말 싸움' 만 벌이고 있는 것은, 만에 하나 직접 개입할 경우 군사,외교,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러시아로서는 지난 2008년 조지아를 침공했을 당시와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서방 대 러시아 간의 전면전 양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푸틴이 러시아내 민족주의 세력으로부터 "크리미아반도에 군을 보내  러시아 연방에 다시 포함시키라"는 압력을 받고 있지만, 군사개입 카드를 꺼내는데는 주저하고 있다고 26일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최대 야당 '바티키프쉬나(조국당)' 대표 아르세니 야체뉴크(39)가 과도 내각의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 키예프포스트 등 현지언론은 26일 우크라이나 야권이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던 핵심 지도자 중 한 명인 야체뉴크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각 부처 장관 후보도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과도 내각은 3월초 열리는 의회(라다)회의에서 신임투표절차를 거쳐 최종 임명될 예정이다.
 

변호사 출신인 야체뉴크는 친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정권에서 경제장관(2005~2006)과 외교장관(2007.3~2007.12), 의회 의장(2007.12~2008.11) 등을 역임했다. 2010년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해 7%의 득표율로 4위를 차지한 적이 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지난 3일 반정부 시위대를 달래기 위해 야체뉴크에게 연립내각의 총리를 제안한 적이 있을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당시 야체뉴크는 "우리는 국민과 서방이 신뢰하는 정부를 구성할 준비가 돼있다"며 야누코비치의 제안을 거부했다. 바티키프쉬나 당은 율리아 티모셴코가 이끌었던 정당으로, 2011년 티모셴코가 총리시절 직권남용 혐의로 수감된 이후부터 야체뉴크가 당대표를 맡아왔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일부 언론들은 야누코비치가 이미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2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고 26일 보도했다.우크라이나 인터넷 뉴스 글라브콤과 고르도누아닷컴은 소식통을 인용해 야누코비치가 두 아들과 함께 러시아로 입국했으며, 최종적으로 인도네시아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경제전문지 RBK도 자체 소식통들을 인용해 야누코비치가 모스크바 서쪽 외곽 '바르비하' 지역의 정부 휴양소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콜라 골롬차 우크라이나 검찰 차장은 외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야누코비치가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 역시 " 야누코비치의 행방에 대해 선 정보가 없다"고 주장했고, 러시아 상원 외교위원회의 미하일 마르겔로프 위원장도 " 야누코비치는 분명히 러시아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