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내가 본 세계

러시아, G8에서 '잠정'퇴출 ..왕따된 푸틴

bluefox61 2014. 3. 25. 11:29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합병을 강행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선진국 정상 모임인 주요 8개국(G8)에서 결국 밀려났다. '영구제명'이 아니라 잠정적인 '자격정지' 조치이지만, 소비에트 체제붕괴 이후 국제사회와의 통합과 선진 경제국 도약을 위해 애써온 러시아의 외교노력이 일단 물거품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975년 G6로 출발했던 선진국 정상 모임은 이듬해 G7으로 확대됐고, 1990년부터 옵저버로 참여했던 러시아가 1998년 정식 회원국이 되면서 G8 체제로 정착됐다.
 G7과 유럽연합(EU) 정상들은 24일 네덜란드 헤이그 회의에서 '러시아 고립화'를 위한 추가 제재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 통신 등은 EU 소식통을 인용해 정상들이 러시아의 보복 조치로 서방이 입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집중 토론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백악관 고위 관리는 에너지 부문에 대한 제재가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그 결과는 러시아에 훨씬 더 가혹할 것이라는 점에 정상들이 의견을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EU는  가스프롬 등 러시아의 대형에너지사에 대한 자금동결 및 금융거래 중단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을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전면적인 금융자산 동결과 교역 중단 등 경제적 제재는 서방에도 큰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는 이번 G7 정상회의에서도 감지됐다. G7 외교장관 중 한 명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 정상들 간에 위기를 악화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러시아를 (영구적으로) 퇴출시키는데는 대부분 반대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 장관은 " 지금으로서는 '(자격)정지(suspension)'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러시아가 그룹의 일원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는 G8 퇴출조치에 대항해 "미련없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4일  헤이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G8 체제에 전혀 연연하지 않으며 G8 회의가 안 열려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 G8은 비공식 클럽(모임)이기 때문에 회원카드를 발급하는 것도 아니고 회원을 쫓아낼 수도 없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나 6자 회담(이란 핵 관련 P5+1그룹) 등 토론을 할 수 있는 다른 체제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24일 크림 사태 발발 이후 처음으로 안드레이 데쉬차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직접 만나 " 현 정권이 헌법을 개정해 국내 지역의 자치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기존입장을 다시한번 강조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러시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서방의 대러 경제제재가 '솜방망이'란 비판을 받고 있지만, 갈수록 악화되는 러시아 경제상황에서 서방의 제재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경제부는 2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2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월 성장률은 0.1%로 수정했다.지난해 성장률은 1.3%로 잠정확정 발표했다. 안드레이 클레파치 경제차관은 " 2월 성장률 0.3%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이라면서 1분기 성장률은 제로로 전망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율은 고공행진을 계속해  2월에 6.2%를 기록했으며, 3월에는 6.7∼7.0%를 기록할 것으로 경제부는 전망했다.
 러시아를 빠져나가는 투자금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클레파치 차관이 "1분기 자본유출 규모가 정부가 예상했던 650억(약 70조 원)~700억 달러(약 75조 원) 범위에서도 상위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 한해 유출액인 630억달러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알렉세이 쿠드린 전 부총리가 추정했던 500억달러보다 많은 수준이다. 골드만 삭스는 24일 올해 러시아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을 지난 해의 배가 넘는 1300억 달러로 추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제재에도 태연자약하지만, 경제관료들은 불안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클레파치 차관은 24일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제까지 나온 제재들이 러시아 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지는 않았지만,국제관계가 악화하면서 경제에 압박이 되고 있다고 실토했다. 또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된 자본유출이 긴장이 고조되고 관계가 냉각되면서  더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지난 21일에는 안톤 실류아노프 경제장관이 "제재가 러시아 금융시장을 흔들지 못한다는 견해가 있으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미 충격받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해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러시아에서 대거 자금을 빼내가자, 푸틴 대통령은 대응카드로 미 국채 대량매각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지난 4일 세르게이 글라지예프 대통령 고문은 "미국이 러시아 공공기업과 민간 투자자의 자산을 동결한다면 러시아는 미 국채를 내다 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보유한 미 국채는 1월 현재 1318억 달러(약 142조 원)로 추정된다. 미국 경제와 서방 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던질 수있는 규모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히려 미 국채 덤핑으로 러시아 금융회사들이 더 큰 손해를 보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