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영화 이야기/영화로 본 세상

사우디에도 영화문화 싹튼다

bluefox61 2006. 6. 26. 17:00

가족이외에는 여성의 얼굴을 볼수 없으며, 여배우가 한명도 없고,전국에 영화관이 한 곳도 존재하지 않으며, 대중문화란 것이 사실상 부재한 나라에서 과연 영화문화가 싹틀 수있을까.


전세계에서 여성인권이 가장 억압받고 있는 국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지금 ‘대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사상 최초로 장편상업영화가 만들어져 올 여름 개봉을 기다리고 있기때문이다.  

화제의 작품은 ‘케이프 알 할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지?)’. 이슬람권에서도 가장 보수적이기로 악명높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화란 점뿐만 아니라 보수와 진보 , 신구세대의 갈등 등 사우디 내부의 갈등을 비교적 솔직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 영화에 국제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이 최근 보도했다.


그동안 사우디에서는 정부의 억압을 소재로 한 단편영화 ‘침묵의 억압’이나, 바레인까지 자동차를 몰고가서 영화를 관람하는 한 영화광을 통해 개인의 자유문제를 다룬 ‘시네마 500km’란 단편영화가 제작된 적은 있었다. 그러나 모두 불법으로 제작돼 은밀하게만 상영됐다는 점에서, ‘케이프 알 할 ‘은 사우디 최초의 상업장편영화의 기록을 세우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우디에서는 최근 사상처음으로 어린이영화 전용 극장 한곳이 문을 열었다가 경찰의 단속으로 폐쇄된 적이 있을만큼 극장문화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우디 국민 상당수가 불법 위성TV 또는 비디오를 통해 다른나라의 영화를 은밀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는 대학졸업을 앞둔 사하드란 20대 초반의 여성을 중심으로 현대화와 전통을 둘러싼 가족 구성원들 간의 미묘한 갈등을 그리고 있다. 사하드는 사회에 나가 직업을 갖고 싶지만 , 아버지와 오빠의 결혼강요에 부딛혀 고민한다. 그런가하면 사하드와 비슷한 나이의 사촌 술탄은 영화감독의 꿈을 갖고 있으며, 그 또래 남성들이 그렇듯이 연애에 관심이 많다. 

트리뷴은 다른 나라에서는 흔하디 흔하게 다뤄져온 이런 주제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한번도 공개적으로 거론된 적이 없었다면서, 이 영화의 개봉이 성사된다면 사우디 사회에 큰 파장을 던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우디최초의 여배우가 탄생됐다는 점도 획기적인 부분이다. 주인공 사하드의 친구로 등장하는 힌드 무하마드란 여배우가 바로 그 주인공. 무하마드는 최근까지 라디오 성우로 활동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사하드 역할을 연기한 여배우는 중동국가들 중 비교적 서구화된 요르단 출신이다.


‘케이프 알 할’이 제작이 가능할 수있었던 것은  사우디 왕가에서 가장 진보적인 인물로 꼽히는 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제작자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는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최근 여성 주민등록증 발부 및 투표권 인정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첫 상업영화의 개봉을 계기로 대중문화계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