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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벨기에에 가다-2. 벨기에 왕립미술관&안트베르펜 성모성당

bluefox61 2023. 4. 3. 10:28

벨기에도 미술을 빼놓고는 이야기 하기 어려운 국가이지요. 서양 미술사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용어 '플랑드르파'로 잘 알려진 국가이니까요.   플랑드르파는 15~17세기에 오늘날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안트베르펜(영어로 앤트워프), 브뤼허, 겐트 등을 중심으로 일명 '북유럽 르네상스'를 일궈냈던 것을 화가와 작품들을 가르킵니다.   이 시기에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곳은 동방무역을 장악했던 이탈리아와 플랑드르 지역이었습니다. 번영과 안정 속에 황금시대를 맞이한 플랑드르에서 활동했던 대표적인 화가로는 얀 판 에이크와 루벤스, 그리고 농민들의 삶을 대변한 피터르 브뤼헐(또는 브뤼겔) 부자 등이 있지요. 이밖에 네덜란드의 거장화가들을 포함시키기도 합니다. 

 

플랑드르 화가들의 걸작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있는 곳이 바로 벨기에 브뤼셀의 왕립미술관입니다. 이 미술관은 고전미술관(올드 마스터스)과 세기말 미술관(Fin de Siecle), 그리고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화가 르네 마그리트 관 등 3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어렸을 때 집에 있던 화집에서 마그리트를 처음 본 후 오랫동안 그의 작품에 매료됐는데 아쉽게도 휴관 중이라 보지는 못했네요. 네덜란드 국립미술관처럼 이 미술관 역시 자국의 제국주의 역사에 대한 반성의 시각을 담아낸 큐레이션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어마어마한 크기의 루벤스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보니 감격스럽더군요. 

 

벨기에 왕립미술관 입구
박물관 옆 야외정원에 전시돼 있는 마욜의 조각상

이 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을 가장 많이 붙잡는 작품은 아마도 이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프랑스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  프랑스 대혁명기 때 대표적인 급진파 정치가였던 마라는 피부염을 앓고 있어서 치료를 위해 약을 푼 욕조 속에 몸을 담그고 일을 할 때가 많았는데, 가난한 귀족  출신인 여성 샤를로트 드 코르데 다르몽에 의해 살해당했죠. 온건 개혁파 지롱드 지지자였던 샤를로트는 마라에 대한 음모를 고발하겠다면서 접근해 그를 살해했고, 현장에서 체포된 후 단두대에서 처형됐지요. 프랑스 혁명사와 관련된 이미지들 중 빼놓을 수없는 장면 중 하나죠.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보고 싶었던 작품은 바로 이 작품, 아들 브뤼헐의 <스케이트 타는 겨울 풍경>입니다. 

 아버지 브뤼헐의 <베들레헴의 영아학살> . 예수 탄생 전 헤롯왕의 명령에 따라 영아학살이 이뤄지는 광경을 담고 있습니다. 중동의 기후와 어울리지 않게 흰눈이 내린 플랑드르 지방 풍경과 복식을 보여주고 있는게 흥미롭습니다.  

 

세부장면들을 보면, 아기를 찾기 위해 발길질로 문을 여는 병사도 있고...

죽은 아이를 내려다보며 두 손을 모은 어머니와 아기를 끌고 나오는 병사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히에로니무스 보슈의 <성안토니우스의 유혹> .  역시 보슈네요.  성 안토니우스가 온갖 악마로부터 유혹을 당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릴 수있었던 것인지  늘 미스터리입니다.

세부를 보면..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으로 달려가 <쾌락의 정원>도 보고싶어지네요. 좀더 정통적인 작품도 있습니다.

 

화려하기 짝이 없는 루벤스의 작품. 엄청나게 큰 사이즈입니다. 

아래는 루벤스의 <흑인 두상 연구>.  논란이 많은 작품이죠.  미술관 측이 이 작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붙여놓았더군요. 루벤스가 이런 그림을 그린것을 둘러싸고 인종차별적이란 비판이 제기됐다면서, 하지만 루벤스의 의도는 그야말로 화가로서의 관심이었던 듯하다는 거죠. 또 많은 벨기에 인들에겐 이 그림이 아주 익숙한데, 1950년대 500프랑짜리 지폐 그림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같은 지폐의 다른 면에 레오폴드 2세의 초상화가 들어있었다는 겁니다. 레오폴드 2세는 '콩고의 학살자'로 악명높은 국왕이지요. 흑인 모습과 레오폴드 2세가 같은 지폐에 들어갔다는 것은 당시 벨기에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의식이 어땠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미술관은 밝혀놓고 있습니다. 콩고 독립 후 해당 지폐는 다른 도안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세기말 전시관에서 만난 알퐁스 무하의 <자연>

그리고...

 

루벤스를 만나기 위해 안트베르펜의 성모마리아 대성당으로 갑니다. 안트베르펜을 찾은 가장 큰 이유라고도 할 수있지요. 

 

바로 이 작품들!!  <십자가에 올려지시는 그리스도>와 <십자가에서 내려지시는 그리스도> . 정말 앞을 떠나기 힘들게 만드는 웅장하고 감동적인 걸작들입니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화가가 되고 싶었던 소년 네로가 추운 겨울날 성당에서 이 그림을 보며 숨을 거두는 마지막 장면으로도 유명한 작품이죠. 

 

 

양 날개 뒷면에도 그림들이 있어요. 

 

 

이 성당은 루벤스 말고도 수많은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박물관이더군요. 그래서 입장료가 약간 비싼 듯해요. 

 

성당의 파사드와 그 앞에서 귀엽게 잠들어 있는 네로와 파트라슈 조각상.  관광객들, 특히 일본 만화를 본 관광객들의 등쌀에 만든 듯 하지만, 어쨋든 귀여운 모습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