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875

한국성인은 [킬빌]을 보기에 너무 어린가?

퀜틴 타란티노의 [킬빌]이 얼마전 등급분류위원회 등급 심의결과 제한상영가를 받았다. 제한상영극장이 없는 상황에서 제한상영등급을 내린 것은 개봉을 원천적으로 막거나, 또는 영화사가 알아서 장면을 드러낸 다음 재심을 받으란 메시지와 다름없다. 등급위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 우마 서먼과 루시 리우의 대결장면의 잔혹성이 18세 등급의 수준을 넘으며 국민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제한상영등급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이 장면은 타란티노 감독이 스스로 일본 개봉판과 미국 및 기타해외개봉판으로 나눠, 일본판 경우는 칼라로, 기타 개봉판은 흑백으로 처리해 나름대로 잔혹성과 관련한 자체 심의를 한 부분이었다. 국내 시사회에서는 문제의 장면에 대해 잔혹한 것은 사실이지만 흑백으로 처리해 충격의 강도가 덜하다는 반..

'굿바이 레닌'-무조건 보십시오 ^^

독일 통일 꼭 10년째인 지난 2000년 베를린을 찾았을 때, 현지 사람들로부터 유난히 많이 듣었던 말 중 하나가 바로 '추하다(ugly)'란 단어였다. 동베를린의 중심지였던 알렉산더 광장 근처를 걸으면서, 그들은 주변에 늘어선 거대한 회색빛 상자곽같은 낡은 빌딩들을 가르키며 '추하다'고 불평했다. 한때 동독의 자랑거리였던 자동차 트라반은 웃음거리가 된지 이미 오래였고, 베를린 동쪽 거리 곳곳에 남아있던 동독 시절의 촌스런 신호등들은 하루속히 철거되어야할 흉물 취급을 받고 있었다. 세련된 서 베를린 사람들이 동 베를린 구역에서 그나마 마음에 들어하는 곳은 브란덴부르크문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뻗은 운터 덴 린덴 뒷편의 고색창연한 건물과 좁다란 골목길들이었다. 나를 안내했던 한 독일사람은 ″분위기있게 식사하기..

강력추천! [토끼울타리]-호주의 추악한 역사를 폭로한다

호주가 요즘 한국인의 이민 희망국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호주가 악명높던 백호주의를 포기한 것이 불과 20여년전이다. 호주는 70년대까지만 해도 '아시아 속의 유럽'을 표방하며, 백인우대정책과 원주민 억압정책을 취했다. 이후 호주는 아시아 경제의 역동적인 성장 효과를 나눠갖기 위해, 그리고 광활한 대륙을 더이상 소수의 백인인구만으론 개발할 수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때문에 아시아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백인 기득권층이 저질렀던 참혹한 인종차별정책은 아직도 호주 역사의 어두운 과거로 남아있다. 가족을 파괴하고 인간성을 말살했다는 점에서 그것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못지 않게 참혹하기 이를데없다. 필립 노이스 감독의 '토끼 울타리'는 호주의 백인들이 외면하고 싶어하는,..

에바디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이란영화를 생각하다

이란의 여성운동가이자 인권변호사인 시린 에바디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는 14일 금의환향, 테헤란 국제공항에서 3천명의 환영객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받았죠 에바디의 노벨상 수상으로 이란의 보-혁 갈등은 더욱 노골화되고 가열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가 만난 이란 사람이라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모흐센 마흐말바프 단 두사람뿐입니다. 키아로스타미와는 대화도 나눴는데, 부산영화제의 추억으로 밤에 포장마차를 순례했던 것을 꼽더군요. 물론 공식적인 자리에선 술을 마시지 않지만, 김동호 위원장과 함께 거나하게 술에 취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마흐말바프는 직접 대화한 것은 아니고, 공식 기자회견에서만 봤는데 옆집 아저씨처럼 참 소박해보이더군요. 올 부산영화제에서는 허름한 골목길을 막내딸 하나와 천천히 ..

별난 취향을 지닌 분만 보세요

장선우 감독의 영화 '거짓말'에는 몽둥이로 서로를 때리며 쾌락을 느끼는 사도 마조히즘적 남녀가 등장한다. '정상인'의 관점에서는 변태행위라고 할 수있지만, 사도 마조히즘의 핵심은 바로 상대방에서 대한 100%의 '신뢰'라는 사실을 이 영화는 간접적으로 이야기한다. 스티븐 셰인버그 감독의 '세크리터리'는 사도 마조히즘이란 '쎈' 주제에 달콤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버무려놓은 기묘한 취향의 로맨틱 코미디이다. 물론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서는 사도 마조히즘에 대한 매우 진지한 고찰을 담은 영화일 수도 있다. 여자 주인공 리는 사랑받지 못하는 좌절감을 자신의 몸에 칼과 바늘 따위로 생채기를 냄으로써 해소하려드는 습관을 갖고 있다. 그녀는 육신의 아픔을 통해 마음의 고통을 잊는 것인데, 자신의 몸에 난 상처가 서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