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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재미난 칸영화제 소식들

칸 영화제가 중반을 향해 순항 중입니다. [올드보이]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두편이 모두 선을 보였고 마켓에서 한국영화의 판매도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외신 등 여기저기서 주워들은(정확히는 주워 읽은^^) 소식들을 전합니다. 국내어느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은 생생하고 재미난 소식들을 기대하시랏.^^ ==================================== 1.칸의 한국영화들 [올드보이]와 [여자는 남자다]는 현지에서 엇갈리는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선보인 [올드보이] 경우 강한 폭력성으로 관심을 끌었는데, 기자회견에서 박감독이 ″ 내 영화땜에 [킬빌]이 흥행실패했다″″리메이크를 나보다 더 잘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 재치있게 답변해 화제가 되기도했다고. 스..

마이클 무어, 또 열받았다

9.11테러 전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오사마 빈 라덴 집안 간의 돈독한 사업관계 등을 폭로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이 개봉전부터 미국내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제작사 미라맥스의 모회사인 월트 디즈니사가 " 회사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최근 미라맥스에 북미배급금지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화씨 911'은 오는 12일 개막되는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있는 화제작으로, 올 여름 시즌에 미국내에서 개봉될 예정이었다. `화씨 911'은 부시 대통령 부자가 2001년 9.11테러 발생 전부터 오사마 빈 라덴 가문과 경제적으로 깊숙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 테러 직후 텍사스에 거주하고 있던 빈 라덴 친척을 서둘러 출국시키는데 부시 행정..

예쁜 스틸사진 -[투스카니의 태양]

그냥 아무 생각없이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따스한 그런 영화를 보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별로 대단한 영화는 아니지만, 지난주 개봉한 이 영화는 그런 욕구를 딱 적당하게 충족시켜 주더군요. 근데, 보기가 좀 어려웠어요. 강남 브로드웨이 딱 한군데서 하던데, 그것도 오전 10시 30분이랑, 새벽 4시에만 하는 것있죠. 전 일요일 오전 10시 30분에 봤답니다. 왠 열성이 뻗쳤냐 하시겠지만, 예상보다 꽤 괜찮았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다이앤 래인이 나이는 좀 들었지만 매우 아름 답게 나온다는 사실!! 그리고 이탈리아를 그리워하는 분들껜 딱 어울릴만한 영화였답니다. 내용은 이혼녀가 이탈리아에서 자신의 삶을 되찾는다는...구태의연한 소재지만, 의외로 로맨스보다는 아기자기하게 정을 나누며 사는 사람들의 소박한 모습..

구로사와 기요시의 공포영화 [강령]

몇해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일본영화와 관련된 기사의 첫머리를 이렇게 시작했다. “일본 영화계에는 두명의 구로사와가 있다. 한명은 구로사와 아키라고, 또 다른 한명은 구로사와 기요시다.” 우리에게는 공포영화 감독정도로 알려져 있는 구로사와 기요시를 세계적인 거장감독인 구로사와 아키라와 같은 반열에서 거론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타임지의 지적은 기요시의 영화가 단순한 공포물의 차원을 넘어 오늘날 일본사회, 나아가 현대인의 일상을 짓누르는 강박관념의 심연을 건드리는 날카로움과 깊이를 확보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겠다. 기요시의 최근작 두편이 국내에서 개봉된다. 2000년작 ‘강령’과 2003년작 ‘밝은 미래’다. ‘강령’이 전형적인 공포물에 가깝다면, ‘밝은 미래’는 불안한 젊음의 내면을 따..

[오디션]과 [회로]- 일본엔 왜 공포만화, 영화가 넘칠까

지난주 메가박스에서 열리는 일본영화제에서 미이케 다케시의 [오디션]과 구로사와 기요시의 [회로]를 봤습니다. [오디션]은 일본영화 좀 본다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수년전부터 악명이 자자했던 영화죠. [링][소용돌이][주온] 등은 [오디션]에 비교하면 그야말로 아동용이지요. 저 역시 수년전 이 영화를 '야메' 비디오로 봤는데, 화질이 너무 나빠서 고생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관에서 제대로 보니까, 처음 봤을때의 충격과 또 다른 맛이 있더군요. 가녀린 분위기의 여자주인공이 남자주인공의 온몸에 기다란 바늘을 꽂으며 생글생글 웃으면서 '끼리 끼리 끼리( '깊이 깊이'란 뜻이라죠?)'라고 혼자서 주문처럼 외던 대사도 소름끼치도록 실감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적으로만 보자면, 고통으로 반쯤 실신한 남자의 상상과..

바람의전설, 초콜렛, 봄날은 간다... 영화 속 바람, 바람, 바람

이성재 주연의 [바람의 전설]을 보면서, 새삼 영화 속에서 '바람'이 얼마나 다양한 의미로 변주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한줄기 공기의 흐름에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감정을 실어보내왔던지요... 자, 영화 속에 나타난 '바람'의 다양한 색깔과 느낌을 한번 살펴볼까요. 영화에서 '바람'은 [트위스터]처럼 말그대로 자연현상으로서의 '바람'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고, 또 [바람난 가족]에서처럼 정분난 남녀의 '바람'을 뜻하는 말로 쓰이기도 하죠. 여기까지는 [바람]에 관한 전형적인 해석이라고 할 수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것만은 아니죠. 예를 들어 [바람의 전설]에서 바람은 진짜 바람과 함께 '춤바람''바람끼'란 의미까지 복합적으로 갖고 있습니다. 주인공 박풍식과 여형사 연화가 첫 댄스 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이미지의 육화(肉化)란 바로 이 영화를 두고 한 말이다. 4월 2일 국내개봉하는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성서에 기록된 2천여년의 사건을 '지금 바로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생생하게 펼쳐놓았다. ″예수의 고난을 가능한 현실적으로 묘사하고 싶다″는 멜 깁슨 감독의 야심은 100% , 아니 그 이상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가시 면류관이 예수의 이마를 찌를 때 관객들은 마치 자신의 살갗 속으로 가시바늘이 파고드는 고통을 느끼게 되며, 철못 박힌 채찍이 예수의 육신을 갈갈이 찢어 발길 때 관객은 자신이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듯한 아픔과 신음을 참기 어려워진다. 예수의 두 손과 발에 대못이 박히는 장면에서 차라리 눈을 감고 싶어진다. 슬로모션으로 그 순간의 참혹함을 가능한 오래 연..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빅 피쉬, 블러디 선데이... 이런 영화 어때요?

요즘 영화가 무쟈게 많이 개봉하고 있더군요. 심지어는 같은 주말에 10편이 새로 개봉하는 때도 있던걸요. 때문에, 늘 그렇듯 '나중에 봐야지'하고 꼽아뒀다가 나중에 찾아보면 벌써 사라져 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특히 요즘에 개봉하는 한국영화가 [그녀를 믿지 마세요][목포는 항구다][어깨동무] 등 전혀 취향에 맞지 않는 것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 그리고 뭔가 독특한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몇편 소개하려고 합니다. 제가 본 것도 있고, 아직 못본 것도 있기땜에 그냥 참고로 하시면 좋을 것같아요. 우선 , 1순위 소피아 코폴라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원제가 [LOST IN TRANSLATION]인데, 이 모양으로 우리말 제목이 붙어버렸습니다. 소피아 코폴라는 그 유명한 코폴라 감독의 외동딸..

[사랑할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미국영화 속 중년 독신남녀에 관한 몇가지생각

다이앤 키튼 주연의 [사랑할때 버려야할 아까운 것들], 어떻게 보셨나요. 일단은 할리우드 영화에선 보기 힘든 50대 말 중년여성의 사랑, 그것도 섹슈얼한 욕구를 가진 존재로서의 여성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지더군요. 중년의 사랑이라면, 육체적인 부분을 은근슬쩍 생략하고 지나가는 다른 미국 상업영화들과 달리, 주인공의 벗은 몸까지 정면에서 드러내고 있다는 점 (물론 눈깜짝하는 순간에 지나가기는 하지만 ^ ^) 도 흥미로웠구요. 이 영화가 중년의 로맨틱 코미디로 가능했던 것은 , 아무래도 다이앤 키튼의 매력이 가장 큰 힘이 된 듯합니다. 보톡스를 맞지 않고 자연스럽게 주름진 얼굴, 그리고 중년의 몸도 잘 관리만 하면 아름다울 수있다는 사실을 키튼은 이 영화에서 증명해내고 있죠. 할리우드 영화에서 ..

'자토이치'의 기타노 다케시- 이 남자 쿨하다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가 국내개봉됐습니다. 소문대로 기타노가 득도라도 한 듯 , 영화 속에서 자유롭게 펄펄 날더군요. 영화를 보다보니, 지난 2002년 부산영화제 때 '돌스'를 폐막작으로 출품했을 당시의 그가 생각나더군요. 은색에 가까운 금발머리가 '충격적'이었는데, 다름아닌 '자토이치'를 위한 변신이었더군요. 그 때 (홈피에) 쓴 글을 옮겨 봅니다. 기타노의 독특한 성격을 조금은 느껴보실 수있을 겁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며칠간 다녀왔습니다. 폐막때 가보긴 이번이 처음인데, 예상과 달리 폐막 하루전날 아침 1회 영화에도 꽤 많은 관객들이 있더군요. 2박 3일간 체류기간동안 가장 인상적인 것은 , 폐막작 '인형들(DOLLS)'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이었습니다. 가까이서 만나본 이 남자, 영화데뷔작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