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여우의 세상 이야기/지구촌 전망대 88

사르코지의 인기비결

니콜라 사르코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프랑스에서 그의 지지율은 60%대로 고공행진 중이다. 대통령으로 취임한지 두어달 남짓밖에 되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한국 땅에서도 사르코지에 대한 관심이 프랑스 못지 않게 뜨거운 현상은 상당히 흥미롭다. 지구 반대편에서 그가 내놓은 개혁정책들은 국내언론을 통해 빠르고 상세하게 소개되고 있다. 심지어 국내의 일부 대선주자들은 한번도 직접 만나본 적없는 사르코지를 ‘정신적 동지’로 부르기도 한다. ‘사르코지 예찬’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이런 현상의 핵심에는 두말할 것도 없이 지금의 한국정부와의 대비 측면이 있다. 경제부진, 빈부격차, 교육정책 등 어느 하나 속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현정부에 비해, 각종 정책들을 일사천리로 밀어..

마이클 블룸버그의 캘리포니아 드리밍

지난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제목은 ‘사격중지! 정치적 분열에 다리놓기’.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앤토니오 비어라고사 LA 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재닛 나폴리타노 애리조나 주지사, 그레이 데이비스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 중 슈워제네거와 블룸버그는 공화당, 비어라고사·나폴리타노·데이비스는 민주당 소속이다. 게다가 슈워제네거와 데이비스는 정치적으로 철천지 원수사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년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데이비스가 공화당의 집중공격으로 중도 퇴진한 뒤, 그 자리를 이어받았던 사람이 바로 슈워제네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시작부터 의미심장했다.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데이비..

우고 차베스의 '언론 길들이기'... 카라카스,그리고 서울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전세계 언론의 시선이 쏠려 있다. 오일달러의 힘을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온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초강수 ‘언론 길들이기’의 파장이 수그러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민방 RCTV가 지난 27일 자정을 기점으로 전파송출을 중단당하게 된 것을 계기로 지금 카라카스는 연일 차베스 정부에 대한 저항과 지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지금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상황의 이면에는 겉보기보다 훨씬 더 복잡한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배경이 있다. 외신보도만 보면, 차베스가 마치 군대를 앞세워 RCTV를 점령해 강제로 방송을 중단시킨 것같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RCTV 폐쇄의..

칼럼/가자 장벽 위의 아이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고 있었다. 제 키를 훌쩍 넘어 2~3m는 족히 돼보이는 장벽은 불도저에 밀려 힘없이 옆으로 넘어져 있었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모처럼 밝은 미소가 떠올랐다. 아마도 몇개월만에 느껴보는 즐거움이자 자유였을 것이다. 팔레스타인 라파에서 전해져 온 한 장의 외신사진이 마음을 끌었다. 이집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파의 분리장벽이 23일 결국 팔레스타인인들에 의해 무력으로 무너져버린 것. 이번 사태는 이날 새벽 복면을 쓴 일단의 청년들이 장벽 일부를 폭파하면서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인 하마스 조직원들이 주도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하마스측은 이를 부인했다. 지난 수개월동안 이스라엘의 경제봉쇄 때문에 연료, 물, 의약품 등 생필품 부족으로 고통받아온 가자 주민들의 입장에..

가자 장벽 위의 아이들

무너진 콘트리트 장벽 위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고 있었다. 제 키를 훌쩍 넘어 2~3m는 족히 돼보이는 장벽은 불도저에 밀려 힘없이 옆으로 넘어져 있었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모처럼 밝은 미소가 떠올랐다. 아마도 몇개월만에 느껴보는 즐거움이자 자유였을 것이다. 팔레스타인 라파에서 전해져 온 한 장의 외신사진이 마음을 끌었다. 이집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파의 분리장벽이 23일 결국 팔레스타인인들에 의해 무력으로 무너져버린 것. 이번 사태는 이날 새벽 복면을 쓴 일단의 청년들이 장벽 일부를 폭파하면서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인 하마스 조직원들이 주도했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하마스측은 이를 부인했다. 지난 수개월동안 이스라엘의 경제봉쇄 때문에 연료, 물, 의약품 등 생필품 부족으로 고..

2008, 감자의 해

유엔은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해야할 과제를 되새기기 위해 해마다 ‘유엔이 제정한 해’를 발표해오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는 ‘지구의 해’였고, 2006년은 ‘사막과 사막화의 해’, 2005년은 ‘마이크로 크레딧(소액대출)의 해’였다. 2008년은 바로 ‘감자의 해’다. 흔하디 흔한 작물인 감자를 올해의 주제로 내세운 것이 좀 생뚱맞아 보이지만, 속 사정을 들여다보면 21세기에도 감자가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를 새삼 느끼게 된다. 특히 감자라는 식용작물 하나를 통해 지금 현재 국제사회가 직면해 있는 수많은 난제들을 단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인간이 감자를 재배하게 된 것은, 잘 알려져있듯이 약 8000년 전 남미 안데스지역에서부터였다. 한반도에 전래된 것은 조선시대 순조 때인 ..

미국의 이라크 학습효과?

“내가 낄낄 웃더라고 전해줘요.”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지난 5일 네브래스카 오마하의 한 행사에 참석했다가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미국 16개 정보기관들이 국가정보평가(NIE)보고서를 통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중단 사실을 공개한 이후, 이란 대통령이 미국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 기자들의 질문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불과 한달 남짓 전까지만해도 이란의 핵무기개발이 3차세계대전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국제사회에 경고했으며, 부시행정부의 매파들은 시시때때로 “모든 옵션(선택)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말로 대(對)이란 군사작전 가능성을 암시해왔었다. 따라서 지난 3일 발표된 보고서의 내용은 부시행정부의 이란 압박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충격적..

칼럼/로스트 라이언즈

국내 상영 중인 로버트 레드퍼드 감독의 ‘로스트 라이언즈’의 원제목은 ‘라이언스 포 램스(Lions for Lambs)’다. 직역하면 ‘양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자들’쯤인데, 속 뜻은 좀 복잡하다. 이 표현은 1차세계대전 중 가장 치열했던 솜 전투 때 독일의 한 장군이 무능한 장교들 때문에 떼죽음 당한 영국군 병사들을 안타까워하며 했던 말로 알려져있다. 그런가하면 영국 역사가 앨런 클라크가 1차세계대전을 조명한 저서 ‘당나귀들’에서 “멍청한 당나귀들(장교 또는 지도자들)이 사자들(영국 군인들)을 잘못 이끌었다”고 비난한 문장이 조금 바뀌어 후대에 전해졌다는 주장도 있다.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이 표현의 원작자가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이라는 점이다. 그가 남겼다는 말은 정확하게 이렇다. “나는 전쟁터에..

로스트 라이언즈

국내 상영 중인 로버트 레드퍼드 감독의 ‘로스트 라이언즈’의 원제목은 ‘라이언스 포 램스(Lions for Lambs)’다. 직역하면 ‘양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자들’쯤인데, 속 뜻은 좀 복잡하다. 이 표현은 1차세계대전 중 가장 치열했던 솜 전투 때 독일의 한 장군이 무능한 장교들 때문에 떼죽음 당한 영국군 병사들을 안타까워하며 했던 말로 알려져있다. 그런가하면 영국 역사가 앨런 클라크가 1차세계대전을 조명한 저서 ‘당나귀들’에서 “멍청한 당나귀들(장교 또는 지도자들)이 사자들(영국 군인들)을 잘못 이끌었다”고 비난한 문장이 조금 바뀌어 후대에 전해졌다는 주장도 있다.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이 표현의 원작자가 기원전 4세기 알렉산더 대왕이라는 점이다. 그가 남겼다는 말은 정확하게 이렇다. “나는 전쟁터에..

기후변화와 메가파이어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가 지금 불타고 있다. 6일째 이어지는 초대형 산불로 서울의 약 5배에 이르는 면적이 잿더미로 사라졌고, 샌디에이고에서만 최소 10억달러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강력한 계절풍 ‘산타 아나’가 한풀 꺾였다지만, 인명피해는 2명 더 늘어 총 8명으로 집계됐다. 한인교민 피해는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교민 수백명은 며칠동안이나마 삶의 터전인 집을 버리고 이재민 센터에서 불안에 떨었다고 한다. 산불 추이를 시시각각 전하는 미국 언론들의 보도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우선 산불을 묘사하기 위해 동원한 다양한 표현들이었다. 캘리포니아 남부의 광활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다수 언론들이 ‘메가 파이어(mega fire)’란 표현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