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말 올레길을 걷고 서울로 돌아온지 약 5개월. 다시 제주를 찾았습니다.
올 봄, 유난히 쌀쌀한 날씨처럼 제주의 4월도 그리 따뜻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약간 추운 편이었지요.
그래도 너무나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에 5박 6일동안 빠져 지내는 시간은 즐겁고도 행복했습니다.
지난번보다 긴 일정이었는데도, 못보고 지나친 곳이 많았습니다. 올레길 코스를 한번씩이라도 맛보려면 앞으로도
자주 제주를 찾아가야 할 것같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3군데 게스트하우스를 정해놓고 옮겨다니는 재미가 상당했습니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그만큼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경험할 수있었습니다. 요즘엔 정말 세상 살아가는 방식이 참 여러가지이구나..란 것도 실감했구요.
우선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부터 되짚어보겠습니다.
봄철 제주에 가면 한번 꼭 들어보고 싶었던 가파도입니다. 올레 코스로는 10-1이지요.
4월의 가파도하면, 단박에 떠오르는 것은 청보리입니다.
싱싱한 청보리와 푸른 바다와, 청명한 하늘, 그리고 멀리 보이는 송악산과 산방산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이었습니다.
제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의 아주머니는 가파도를 '힐링 섬'이라고 하더라고요.
구릉이라곤 하나없이, 평평한 들판에 청보리가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사진 아래 보이는 올레 표지판을 볼까요.
이 지점에서 제주 쪽을 보면 6개 산이 보인다고 하는데, 다른 산의 이름은 모르겠고 나즈막한 송악산과 산방산을 알아보겠네요.
청보리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보겠습니다.
오디오 기능이 없는게 아쉽네요. 바람이 불때마다 청보리들이 어찌나 사각거리면서 시원한 소리를 내던지요. 아직도 귓가에...
날이 좋아서였는지, 가파도 바다에서 해녀들이 작업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였습니다.
이곳은 해녀들이 안전과 풍요를 기원하는 제단이라고 합니다.
이것보다 조금 작은 사이즈의 것으로 '불턱'이 있는데, 그 곳에서는 해녀들이 옷도 갈아입고 불도 쬐고 한다고 합니다.
가파도 다음으로 아름다운 곳은 역시 한라산이었습니다.
지난번 영실 코스쪽으로 올라가서도 참 아름다웠는데, 이번에는 성판악쪽으로 올라갔습니다.
정상까지는 제 저질체력으로 어림없었고, 이번에는 중턱에 있는 사라오름까지 올랐는데, 정말 숨막히게 아름다운 풍경이었습니다.
산 아래쪽은 봄인데, 올라가보니 서리와 눈이 내려서 온통 백색 천지였거든요. 4월의 눈이라니!!!
특히 사라오름에 올라보니, 분화구 주변의 나무들이 온통 흰색!! 마치 벚꽃이 핀듯, 정말 무릉도원이 따로 없더군요.
바로 이 모습입니다.
정말 벚꽃 천지같지요?
가운데 둥근 것이 바로 분화구입니다. 여름에 비가 오면 이곳에 산정호수가 생긴다고 합니다. 노루며 산짐승들이 고즈넉할 때 물을 먹으러 오겠지요? 상상만해도...
여름의 사라오름 산정호수의 풍경은 아쉬운데로 표지판 그림으로 대신합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볼까요.
숲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면 , 눈 아래로 이런 장관이 펼쳐집니다.
사라오름의 정상에서 바라본 제주 풍경입니다. 아랫쪽 나무들도 흰 서리를 뒤집어 쓰고 있네요. 아련한 안개 속에서 귀여운 오름들이 볼록볼록 솟아난 모습이 , 마치 꿈 속같은 느낌이 듭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한라산 쪽을 바라보면 이런 모습입니다. 사진의 오른쪽 윗쪽 가장 높은 곳이 바로 한라산의 정상입니다. 그 안쪽에 백록담이 있겠지요. 산 정상 역시 흰눈이 쌓여있습니다.
세번째는 저지오름입니다. 저지오름은 올레 13코스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곳은 사라오름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더군요. 오름 정상까지 접근하는 숲길이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제가 갔던 날은 아침나절에 살짝 비가 온 터라 나뭇잎이며, 풀잎이며 싱그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오름으로 오르는 길의 입구와 숲속 풍경입니다. 걸어가는 내내 청아한 새소리가 귀를 즐겁게했습니다.
역시 저지오름 정상에서 바라다본 풍경입니다. 오름이 정말 많지요.
저지오름 분화구는 사라오름과 정반대입니다. 사라오름은 아주 평평하고 넓직한데 비해, 저지오름의 분화구는 좁고 깊게 형성돼있지요.
표지판에 깊이가 62m라고 돼있는데요.
분화구로 가려면, 정상에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이용합니다. 계단이 분화구의 중간지점까지 나있지요. 계단 수를 세어보니 약 300개 정도 되는 것같더군요.
분화구를 들여다보거나 들어가면 기분이 참 묘해지곤 합니다. 약간 으스스한 것같기고 하고, 신비스럽기도 하고요. 이곳에 빠지면 밖으로 기어나오기 힘들까..하는 괜한 생각도 해보고, 걸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예전에는 이곳에서 주민들이 작물을 키우기도 했다네요.
분화구 안쪽인데, 사진찍는 실력이 없어서 깊이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네요. ㅠㅠ
네번째는 비자림입니다. 비자나무 자생지인데, 저는 비자나무가 그리 멋있는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원래 나무를 참 좋아하고, 멋진 나무를 보면 꼭 가던길을 멈추고 넋을 놓고 바라보곤 하는데, 비자나무의 매력을 이번에 발견했다고 할까요.
사려니숲길, 절물 휴양림도 다음번에 꼭 가봐야겠습니다.
제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명품 비자나무 몇그루를 소개합니다. 마지막 사진의 비자나무는 이 숲 전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왕 비자나무입니다. 수령은 1000년쯤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새천년 비자나무'로 불립니다.
비양도를 옆에 끼고 걷는 올레 14코스에 있는 월령 선인장 군락지도 이색적인 풍경이었습니다.
설명서를 보니, 올레길을 걷다가 길가에 선인장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 월령에 들어왔구나...생각하면 된다더니 정말 그렇더군요.
우리나라에 이런 선인장 야생 군락지가 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선인장 군락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천연기념물 429호로 지정돼있다고 하네요.
중남미에서나 보는 선인장이 어찌 제주도에 와서 자리를 잡았을까 궁금해 찾아보니,
해류를 따라 멀리 월령리까지 흘러들어와 자생하게 됐다네요. 대단한 선인장들입니다.
월령의 한적한 올레 길 모습입니다.
제 올레 사진에는 가는 곳마다 저 여인의 뒷모습이 보이네요.. 지난 겨울에도 있더니, 올해도 똑같은 외투를 입은 여인이..ㅋㅋ
저 한적한 길이 끝나면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서있는 포구와 주상절리 바닷가가 짠하고 등장합니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마을이 나오는데 집집마다 집주인이나 아이들이 직접 그린 듯한 그림 문패가 걸려있어요.
누구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지만, 참 귀엽고 기막힌 발상이죠. 문패 구경할 일이 과연 이 곳말고 다른 곳에도 있을까요. "수영하고 싶어서 바다에 갔더니 푸른 바다가 기다리고 있었다"네요...^^
올레 8코스 중문.대포해안에서 만나는 주상절리대도 절경입니다.
위키에서 찾아본 주상절리 형성의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흐르다가 바다와 만나면서 굳을 때 육각 기둥모양으로 굳어져 생긴 지형이다.제주도 남부해변에서 볼 수 있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으면서 기둥 모양으로 굳은 것인데, 기둥의 단면은 4각~6각형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유동성이 큰 현무암질 용암류가 급격히 냉각되면 큰 부피변화와 함께 수축하게 된다. 이때 용암이 식으면서 최소한의 변의 길이와 최대의 넓이를 가지는 "육각기둥"의 모양으로 굳는 경향을 보인다. 수축이 진행되면서, 냉각중인 용암표면에서 수축이 일어나는 중심점들이 생기게 된다. 이런 지점들이 고르게 분포하면서, 그 점을 중심으로 냉각,수축이 진행되면 다각형의 규칙적인 균열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균열들이 수직으로 발달하여 현무암층은 수천 개의 기둥으로 나뉘게 되었다. 이들은 용암의 두께, 냉각 속도 등에 따라 높이 수십 m, 지름 수십 cm의 다양한 모습으로 발달하게 된다.>
과학적 원리야 어찌됐든, 자연의 위대함에 새삼 겸손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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